수줍은 누나들 '천하일색 박정금'의 배종옥(왼쪽), '조강지처 클럽'의 오현경
TV에 연하남이 넘쳐나고 있다. 드라마부터 예능까지 연하남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연상녀 연하남 커플이 없는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다.
1997년 21세의 청년 유승준이 '사랑해 누나'를 외쳤고, 2004년 17세 소년 이승기가 '내 여자라니까'를, 2008년 막내가 15세 학생인 그룹 샤이니가 '누난 너무 예뻐'를 부르고 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남동생의 사랑은 당차게 진화해왔지만 사랑을 받는 누나들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연하남의 사랑을 받는 누나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수줍거나, 뻔뻔하거나, 덤벼들거나.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수줍은 누나들
오랜 시간 연하남의 사랑에 대처하는 누나들의 가장 일반적인 반응은 '일단 거부'였다. '나이든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누나들의 수줍은 태도는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공식처럼 자리잡고 있다.
수줍은 누나의 대표 주자는 SBS 주말극 '조강지처 클럽'의 대표 커플인 나화신-구세주의 나화신(오현경 분)이다. 현재는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행복한 시간들이 계속되고 있지만 처음 나화신은 구세주(이상우)의 애정공세에 그저 "본부장님이 착각하시는 거에요"라는 태도로 일관해 오랜 시간 구세주의 속을 태웠다.
MBC 주말극 '천하일색 박정금'의 박정금(배종옥 분)은 아줌마들의 판타지다. 박정금은 극중 살림도 잘 못하는 아줌마지만 의사 친구 용준(손창민 분)과 변호사 '동생' 경수(김민종 분)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극의 초반 박정금은 경수가 자신의 이복동생인 사공유라(한고은 분)의 애인이라는 입장도 있어서인지 친구인 용준을 남자친구라 소개하면서까지 경수의 사랑을 외면했다.
뻔뻔한 누나들 '달콤한 인생'의 오연수(왼쪽), '달콤한 나의 도시'의 최강희
뻔뻔한 누나들
자신이 누나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사회적인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저 남자가 나를 좋아하겠거니'하고 생각하는 뻔뻔한 누나들이 있다.
MBC 주말극 '달콤한 인생'의 윤혜진(오연수 분)은 삿포로에서 처음 만난 10세 연하의 준수(이동욱 분)가 자신을 이성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에 추호의 의심도 품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이혼한 여자처럼 보인다는 이야기에 발끈하며 "내가 결혼한 여자처럼 보이냐"며 따지기도 했다.
SBS '달콤한 나의 도시'의 은수(최강희 분)는 CEO 영수(이선균 분)와 연하남 태오(지현우 분)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며 행복한 고민에 휩싸여 있지만 그녀의 선택은 태오였다. 은수가 우연히 만난 연하남 태오와의 사랑에 빠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하루. 그 순간 은수에게 자신의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이었다.
덤비는 누나들 '엄마가뿔났다'의 김나운, '춘자네 경사났네'의 왕빛나, '우리 결혼했어요'의 황보(시계방향으로)
덤비는 누나들
뻔뻔함을 넘어서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서 동생들을 쟁취하겠다고 나선 누나들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KBS 2TV 주말극 '엄마가 뿔났다'의 김나운이다. 극중 배우 김정현과 부부로 출연하고 있는 김나운은 아이를 임신한 뒤 우유부단한 남편을 보다 못해 스스로 시집으로 뛰어들 정도로 적극적인 누나다.
MBC 일일극 '춘자네 경사났네'의 된장녀 주리(왕빛나 분) 역시 연하남 정우(김기범 분)를 어떻게 하면 내 남자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누나 중 하나다. 처음에는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하던 누나의 시선은 어느 샌가 '저 남자는 내 남자'라는 시선으로 바뀌어 끊임없이 주위를 맴돌며 기회를 노리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의 김현중-황보 커플의 황보 역시 알콩달콩한 신혼을 위해 노력하는 누나다. 황보는 한 번도 나이 많은 사람에게 말을 놓아본 적이 없다는 4차원 신랑 김현중에게 기어코 반말을 쓰게 만들더니 점차 자신에게 맞게 길들여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