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시내의 예수상 (SBS 홈페이지)
방송 프로그램이 종교를 다루면 시끄러워진다. 방송 중단을 요구하고 법정소송도 낸다. 방송사를 에워싸기 일쑤고 심지어 방송 중에 난입해 방송을 중단시키는 초유의 사태도 겪었다.
보수 기독교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던 SBS 4부작 다큐멘터리 '신의 길, 인간의 길'이 13일 막을 내렸다.
이날 방송 앞부분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반론 방송이 나갔다. 한기총은 이날 오후 SBS 앞에서 이틀째 대규모 '기독교 진리 수호를 위한 기도회'를 열고 "이 방송이 기독교의 절대성을 모독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난리'를 겪을 줄 뻔히 알면서도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은 김종일PD. 2년간의 기획과 1년여의 제작기간을 거치고 12개국을 돌았다. 프로그램은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 등 중동지역의 여러 종교 간에 교류를 다루며 예수와 성경을 역사적으로 조명했다.
김PD는 14일 "보수 기독교계 지도자들의 반발은 예상했던 대로다. 우리가 걱정한 것은 일반 신도들이었다. 이 분들은 순수한 신앙을 가지고 있으신데 행여 예기치 않은 사고(강력한 반발과 관련한)가 생길까 봐 방송을 예정보다 1주 앞당겨 종영했다"고 말했다.
반론방송을 결정한 배경으로 김 PD는 "항의하는 목사님들의 신앙을 우리가 바꿀 생각은 없고 이들의 신앙은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또한 보수 기독교의 입장을 그대로 내보내 시청자들의 판단에 맡기는 것도 한 방법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기총이 반론보도를 조건으로 더 이상 이 방송을 문제삼지 않기로 한 이유도 있었다.
김 PD는 방송 과정에서 일어난 여러 반응들을 지켜보며 "한국 보수 교회 목사들의 수준이 신도들의 수준을 못 따라간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로그램 홈페이지 게시판은 물론 전화로도 일반 평신도들의 응원이 많았다고 전했다. "한국기독교의 독선적인 모습, 교리에 하나님과 예수님을 가두려는 행태를 잘 보여줬다"는 기독교인들의 시청소감은 이어졌다.
↑ 파키스탄 코란학교의 단체기도
김 PD는 프로그램에서 결국 "내 종교만이 옳다는 주장은 위험하다. 각자 가지고 있는 진리와 종교는 일부분일 수 있기에 다른종교를 배척하는 것은 안 된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문성근에게도 관심이 쏠렸다. 문성근의 아버지는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삶을 바쳤던 고(故) 늦봄 문익환 목사.
김 PD는 "문성근씨는 전달력이 좋아 섭외를 했고 그 역시 흔쾌히 응했다"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목사여서 부담이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문익환 목사님이 진보적 성향이었으니 괜찮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문성근 측도 "연출자와 그동안 쌓은 친분과 신뢰도 있고 해서 맡은 것이다. 특별히 할말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김 PD는 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지만 종교문제를 다룬 프로그램을 더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