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실격', 징계의 이름부터 무겁다. 그러나 당초 영구제명까지 예측됐던 것에 비하면 "다행"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7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전날 음주 폭행사건을 일으킨 롯데 자이언츠 정수근(31)에게 무기한 실격선수 처분을 내렸다. 롯데 구단이 신청했던 임의탈퇴는 공시하지 않았다.
KBO는 야구규약 146조 2항 '감독, 코치, 선수, 심판위원 또는 구단의 임직원이 경기 외적인 행위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등 프로야구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판단된 경우, 총재는 영구 또는 기한부 실격 처분, 직무정지, 출장정지, 야구활동 정지, 제재금, 경고처분 등 기타 적절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를 적용해 이 같이 결정했다.
징계에 따라 정수근은 말 그대로 무기한으로 선수 자격을 잃게 된다. 단 영구제명은 아니기에 야구규약 41조 2항에 따라 '실격 이후의 정상을 참작하여 실격의 정도가 감경될 수' 있다.
KBO는 선수의 동의가 필요한 '임의탈퇴' 징계를 피하면서 총재 직권으로 제재를 내릴 수 있는 146조를 우선 근거로 내세워 이 사건을 판단했다. 동시에 41조 단서 조항으로 추후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다.
즉 당장의 절차상 하자 없이 프로야구 전체의 이름으로 '중징계'를 내린다는 명분과 정수근이라는 스타급 선수의 '선수생명' 사이에 절묘한 수를 뒀다는 평가다.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도 이날 "무기한 실격선수지만 차후 정상을 참작해 실격의 정도를 감경할 수 있으니 이 정도면 받아들일 수 있는 처분"이라고 밝혔다.
선수협은 상벌위원회에 앞서 롯데의 임의탈퇴(연봉 없이 1년간 선수출장 불가) 신청을 "정수근의 동의가 없어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KBO측은 "임의탈퇴는 한시적이라는 느낌이 강하지만 무기한 실격처분은 정상 참작이나 선수의 반성이 없으면 시한을 정하지 않고 출장을 막는 것이기 때문에 더 강력한 조치"라고 밝혔다.
앞서 정수근은 16일 오전 3시20분쯤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 한 주상복합건물 주차타워 앞에서 술에 취해 건물 경비원과 시비를 벌이다 경비원 2명을 폭행했다. 이어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광안지구대로 연행된 후에도 귀가를 시켜주지 않는다며 경찰관까지 때렸다.
정수근은 2003년 두산 시절 미국 전지훈련에서도 심야 음주폭력사건으로 현지 법정에서 벌금형을 받았다. 이듬해는 부산 시내에서 시민에게 야구방망이를 던지다가 경찰에 체포됐고 무기한 출전정지 처분의 징계를 받았다. 이때 징계는 21경기만에 풀렸다.
정수근은 현재 해운대경찰서 유치장에서 이날 오전부터 열린 법원의 구속영장실질검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