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이 개봉 나흘만에 200만 관객을 동원했다. 21일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지난 17일 개봉해 20일까지 219만명이 본 것. 2006년 한국영화 최다 흥행기록을 세운 '괴물'과 같은 기록이다.
'놈놈놈'은 제작규모와 출연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만큼 이래저래 흥행면에서 '괴물'과 비견된다. 칸국제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던 것부터 시작해 언론 시사회에 장사진을 이룬 것과 초반 흥행세까지 상당히 닮은 꼴이다.
과연 '놈놈놈'이 '괴물'과 끝까지 모양새를 같이 할지가 현재 영화계에 가장 뜨거운 관심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나흘만에 200만 관객을 동원했지만 '놈놈놈'이 갈 길은 아직도 멀다.
17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기에 700만~800만명이 넘어서야 비로소 손익분기점이 맞는다는 이야기가 두루 퍼져 있다. 2차 판권 시장이 붕괴돼 온전히 극장 수입으로 수익을 맞춰야 하는 현 한국영화 사정상 얼추 이 같은 분석은 맞는 말이다.
'놈놈놈'이 미국을 비롯해 12개국에 선판매됐지만 가장 큰 시장인 일본에서는 아직도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도 국내 흥행에 더욱 힘이 실려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영화계에서 한국영화를 위해서 '놈놈놈'이 잘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중론처럼 떠도는 것도 일견 타당한 면이 있다. 국내 최대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사활을 걸었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기에 '놈놈놈'이 일정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향후 투자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하반기 촬영에 들어가는 화제작들도 대형 투자사에서 60% 정도 밖에 투자를 못하는 실정이며, '놈놈놈'의 흥행 추이를 지켜보고 결정하자는 의견이 많다. CJ엔터테인먼트의 경우 모기업이 지주회사로 전환했기에 예년보다 더 큰 적자행진은 향후 영화사업 동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모든 게 '놈놈놈'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분위기이다.
'놈놈놈'이 800개가 넘는 스크린을 확보해 독과점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괴물' 때처럼 격렬한 반감을 영화계에서 보이지 않는 것도 이런 분위기가 한 몫한다.
하지만 관객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가 한국영화가 잘돼야 한다는 당위 때문이어서는 곤란하다. '놈놈놈'에 대한 관객의 관심이 재미있다 없다를 떠나 재미는 있는데 스토리가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도 그런 당위에 대한 반감도 일정부분 작용한다.
보통 재미는 있으나 뭔가 꼬집고 싶을 때 흔히 스토리가 없다고 하기 마련이다. 스토리가 없다는 것은 개연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놈놈놈'은 개연성은 충분한 작품이다.
"영화 한편에 한국영화가 좌우되지는 않는다"는 김지운 감독의 말처럼 '놈놈놈'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영화를 즐기는 데 별 효과를 주지 않는다. '아이언맨' '쿵푸팬더' 등 올 여름 흥행한 다른 영화들처럼 머리를 비우고 즐기면 '놈놈놈'의 가장 큰 매력이 보인다.
'놈놈놈'이 아직도 배고픈 이유는 한국영화가 잘되기 위해서도, 돈이 많이 들었기 때문도 아닌, 그저 영화가 재미있는데 아직도 못봤냐가 되어야 한다. '놈놈놈'은 그런 영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