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사진=임성균 기자
마냥 강할 것만 같지만, 눈물도 하염없이 많다. 자기 생각을 밝히는데는 거침 없지만, 사소한 일에도 쉽게 상처 받는다. 무대 위에선 최고의 섹시미를 뽐내지만, 예능에선 '생얼'도 너무나 자연스레 드러낼 만큼 털털하다. 바로 "한가지 수식어로 규정지을 수 없는 여자이고 싶다"는 이효리 이야기이다.
지난 10년 간 카메라 안팎에서 팔색조 매력을 선보이며 치열한 경쟁의 연예계에서 최고 스타로 우뚝 선 이효리. 이효리는 최근 솔로 3집을 발매하고 '전매 특허'라 할 수 있는 섹시미를 한껏 뽐내며, 또 다시 '이효리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이효리를 만나 음악과 일상 등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 '솔로 3집 가수 이효리'
이효리의 요즘 '기분 기상도'는 쾌청이다. 공들여 준비, 지난 15일 발매한 솔로 3집이 음반 판매는 물론 평가 부문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인급 작곡가 2명 이뤄진 '이-트라이브'(E-Tribe)가 만든 '유-고-걸'(U-Go-Girl)을 타이틀로 내세운 이효리 3집은 발매 일주일 만에 4만여 장에 육박하는 앨범 판매고를 올렸다. 또한 이효리는 지난 18~20일까지 사흘 연속 지상파 3사의 가요 프로그램들에서 컴백 무대를 가지며 PD들은 물론 팬들로부터 "가창력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앨범 자체만 놓고 보면 솔로 앨범 중 가장 반응이 좋은 음반이 이번 3집이에요. 첫 방송 뒤 이렇게 칭찬일색이었던 적도 없었던 것 같고요. 이번 컴백 무대에서는 라이브를 선보였는데, 그동안 제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중에 하나인 '라이브야, AR(All Recordedㆍ반주는 물론 노래까지 모두 녹음된 것)이야?'하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요즘은 연습실에서도 라이브 연습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 있어, 이번에는 노력한 만큼을 보여 줄 수 있었던 같아 기분 좋아요."
이효리는 이번 3집을 음악적 새로움에 또 한번 도전한 앨범이자,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많이 담은 음반이라 자평했다. 신인급 작곡가들인 '이-트라이브'의 곡을 타이틀로 선택한 것은 물론 '이발소집 딸', '괜찮아질까요?', '돈 크라이'(Don't Cry) 등 노랫말을 직접 쓴 곡들을 통해 살아온 과정과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유-고-걸' 뮤직비디오와 컴백 무대를 통해 '대표 패셔니스타'로서의 면모를 재차 뽐내기도 했다. '유-고-걸' 뮤직비디오 단 한 편을 위해 수십 벌의 의상을 입었던 이효리는 팬들로부터도 '패션 트렌드세터' 임을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이렇듯 음악과 패션에 직접 관여한 3집의 성공은 이효리에게 가수에 대한 애착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무대 위에서 만큼은 제가 왕일 수 있게 만드는 가수란 직업은 아마 평생 가지고 있을 거예요. 40, 50, 60세가 돼서도 각각의 나이에 맞는 섹시한 무대를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 '예능인 이효리'
무대 위에서는 섹시함과 카리스마로 무장한 이효리. 하지만 현재 출연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인 SBS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 코너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야외에서 리얼로 진행되는 이 코너에서 화장기 없는 얼굴은 물론 '몸개그'까지 거침없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예능을 할 때 무척 행복해요.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마음도 편하고 즐겁게 촬영할 수 있거든요. 주위 분들이 제게 '웃음의 포인트를 읽을 수 있는 감각이 있다'는 말도 해줘서 그런지 예능에 나름대로 자신감도 있어요. '패밀리가 떴다'에서는 (유)재석이 오빠가 저를 잘 받쳐줘 더욱 재밌게 찍고 있어요."
이효리는 무대 위의 모습과 '패밀리가 떴다'에서의 모습이 너무도 달라 이미지 상충의 불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일부의 평가를 기우로 돌렸다.
"두 모습 다 저 자신이잖아요. 그리고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해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대와 예능 프로그램 모두 저 자신에겐 재미 있다는 것이죠. 하하."
↑이효리 ⓒ사진=임성균 기자
# '10년차 연예인 이효리'
지난 98년 4인조 걸그룹 핑클로 데뷔한 이효리는 올해로 연예계 생활 10년째를 맞이했다. 10년의 세월 동안 풋풋했던 스무살의 이효리도 어느덧 서른이 됐다. 하지만 이효리의 현재의 자신에 만족해 하고 있었다.
"기사들을 보고 제가 데뷔한 지 10년이 됐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에요. 사실 지난 10년은 무척 짧게 느껴졌거든요. 나름대로 성실했고 운도 좋았고 큰 사고도 없었으니, 행복했던 10년이라 할 수 있죠."
이효리의 행복론은 계속 이어졌다.
"20대 때는 미래의 저를 상상하며 행복해 했다면, 지금은 과거를 돌아보며 '열심히 했구나'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즐거워하는 것 같아요. 참, 마음의 여유 면에서는 지금이 더 행복한 것 같아요. 이젠 제 기사가 1면에 나오지 않아도 실망 안하거든요. 하하."
이렇듯 행복의 10년을 보낸 이효리가 생각하는 10년 뒤의 모습을 과연 어떨까? 이효리는 "일단 결혼했을 것 같고, 결혼하고 나서도 그 나이에 맞는 가수로 남아 있을 듯 해요"라며 "물론 연기에도 욕심이 있긴 하지만 10년 뒤에도 가수로 기억되고 싶어요"라며 미소 지었다.
# '자연인 이효리'
톱스타 이효리가 아닌 자연인 이효리는 결혼을 이야기 할 땐 얼굴에 저절로 웃음꽃이 피는 또래의 여성들과 다를 게 없었다. 또 작은 일에 기뻐하고 슬퍼하며, 주위 사람들의 배려와 관심에 무척이나 고마워하고 있었다.
"결혼 싶은 남자가 생기면 무조건 하고 싶어요. 결혼할 남자는 만날 때 바로 느낌이 온다고 하는데, 일단 저의 예민한 모든 것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남자면 좋을 것 같아요. 연예계 생활 10년을 하니까 빨래, 청소, 요리 등을 잘 못해서 걱정이 되기도 해요. 그럼 그런 걸 모두 해 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나야 하나요? 하하."
이효리는 또 "가끔 기사들을 보면 제 말이 사실과 달리 왜곡돼 나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정말 속상해서 울기도 해요"라며 "제가 모든 기사를 체크하고 있으니 잘 써주셔야 돼요"라며 유쾌한 압박(?)을 가하며 밝게 웃기도 했다.
이어 "10년의 연예계 생활을 하며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지는 못했지만, 스타일리스트인 (정)보윤이 언니처럼 제 사람이라 할 수 있는 분들은 얻은 듯해요"라며 "이만하면 행복한 것 아닌가요?"라며 환한 미소 속에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