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록밴드 '가십'의 리드보컬 베스 디토. 음반 커버사진
한국사회는 뚱뚱한 여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로 밉고 추하고 게으르고 열등하다고 여긴다. 다이어트를 강요하고 살과 전쟁을 벌이라고 끊임없이 부추긴다. 마름과 뚱뚱함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하고 냉혹하게 차별한다.
미국이나 유럽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구촌은 지금 마른 몸에 미쳐있다.
그러나 여기 비만한 자신의 몸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여자들이 있다. 누구보다 당당하게 몸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줄 아는 여자들이다.
미국 록밴드 '가십'의 리드보컬 베스 디토(27)는 100kg에 가까운 '과체중'이지만 섹시로커로 유명하다. 2007년 영국 음악잡지 'NME'로부터 가장 섹시한 여자로 꼽히기도 했다.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커밍아웃한 디토는 음반 커버를 자신의 누드로 장식하는 등 출렁거리는 뱃살을 부럽다고 숨기지 않는다. 영국의 한 쇼핑몰에서 빅사이즈 옷을 팔지 않는다며 자신의 노래를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한 일화도 있다.
오는 26일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무대에 설 예정인 디토는 자신의 열정과 아름다움을 거침없이 뽐낼 줄 아는 여자다. 이달초에는 스위스 몽트뢰 재즈페스티벌에서 격렬한 댄스를 선보여 관객들에게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빅사이즈 모델 샬롯 코일. <사진 출처=샬롯 코일 홈페이지>
디토의 당당함이 자신의 개성에서 나온 것이라면 유명 빅사이즈 모델인 샬롯 코일(26)은 인식의 변화를 거쳐 자신감을 찾았다.
180cm의 키에 85kg 몸무게를 지닌 코일은 어린 시절 마른 몸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다이어트에 매달렸다고 한다. 그러나 2002년부터 빅사이즈 모델 활동을 시작하면서 삶이 달라졌다.
그는 이제 마른 몸과 다이어트가 아닌 아름다움의 균형을 추구하며 "마르거나 마르지 않거나가 미의 기준이 되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지난 18일 미스 잉글랜드 선발대회에서 몸무게 80kg의 클로에 마샬(16)이 2위로 뽑힌 것은 풍만함과 건강함이 다시 미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마샬은 "뚱뚱해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에서 쟈스민(마리안느 제게브레이트 분)이 누드모델을 하고 있는 장면
풍만함이 미의 기준이던 시대가 있었다. 17~18세기 유럽의 바로크시대와 한반도의 경우 삼국시대에 풍만한 몸매의 여성들이 미인으로 불렸다.
물론 지금은 비만여성으로 불리겠지만 터질듯한 가슴과 엉덩이 구석기시대 여성나체상 '빌렌도르프 비너스'의 몸매가 아름답게 여겨지는 시대였다. 이 아름다움은 영화 '바그다드 카페'(1988)의 주인공 쟈스민(마리안느 제게브레이트 분)을 연상시킨다.
쟈스민은 무척이나 뚱뚱한 여자다. 가슴을 드러내며 아마추어 화가의 누드모델이 된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말초적인 쾌락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존재의 건강함이었다.
최근 국내에서도 '빅 우먼'들의 위상은 조금이나마 달라졌지만 유명한 빅사이즈 모델이 나올만한 풍토도 안되고, 다이어트 광풍도 여전하다. 현실의 벽은 여전한 것이다.
↑뚱뚱한 모델에서 마른 모델이 된 소피 달
르느와르의 누드화에 나올법한 풍족함을 자랑하며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였던 빅사이즈 모델 소피 달(30)은 이제 바비 인형이 됐다.
182cm의 키에 73kg의 몸무게로 18세 때 데뷔한 소피 달은 '모델같지 않은 모델'로 불리며 베르사체 블루진, 이브생로랑 향수 등 명품 모델로 활동했다.
그러나 마른 모델을 선호하는 패션계 환경에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소피 달은 2004년을 전후해 무려 몸무게를 3분의 1이나 덜어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많은 이들이 결국 다른 모델들과 똑같이 되고 말았다며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