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는 사운드, 넘실대는 열기..서태지 '황홀경'

김현록 이수현 기자,   |  2008.07.31 21:20


그것은 흡사 종교적인 체험과도 같았다. 4년을 기다려 온 '문화 대통령' 서태지의 컴백 무대. 1400명의 팬들은 황홀경에 빠진 듯 아직 익숙지도 않은 노래를 흥얼거리고 고개를 흔들며 서태지의 새로운 사운드에 취했다.


서태지는 31일 오후 8시 경기 일산 MBC드림센터에서 8집 첫번째 싱글 '모아이' 발매 이후 첫번째 공연을 가졌다.

이는 지난 29일 4년만에 8집 첫 싱글 '모아이'를 발표하고 돌아온 서태지가 MBC를 통해 다음달 6일 방송 예정인 '서태지 컴백스페셜'-'북공고 1학년 1반 25번 서태지' 사전 녹화의 일환으로 기획한 무대. 서태지 팬클럽 회원만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뽑힌 1400명을 초청해 여는 일종의 미니 콘서트다.


서태지는 이번 무대에서 싱글 앨범에 수록된 '모아이(Moai)', '휴먼 드림(Human Dream)', 'T'IKT'AK(틱탁)' 등 전 곡을 라이브로 불렀다. 그러나 이틀 전 발표된 새 노래만을 들려주고 팬들을 보낼 서태지가 아니었다. 서태지1995년 4집 수록곡 '필승'과 1998년 5집 수록곡 'Take(테이크)4'를 선보이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어차피 무대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난 4년간 그의 컴백을 가장 손꼽아 기다렸던 팬과 TV 앞 시청자들을 위한 특별한 무대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그에게는 다음달 15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리는 ETPFEST 2008가 있다. 마릴린 맨슨, 데스 캡 포 큐티와 더 유즈드, 드래곤 애쉬, 몽키 매직, 에픽하이 등 국내외 뮤지션들과 함께할 예정이다.


그러나 오늘의 작은 콘서트는 오로지 서태지만을 위한 자리. 서태지는 마음껏 무대를 꾸미고 힘껏 무대를 누볐다. 태고의 소리에서 영감을 얻은 이번 앨범의 새 장르 '네이처 파운드'(Nature Pound)를 표방하듯 초자연적 분위기를 한껏 살린 서태지다운 무대가 눈길을 모았다.

규모는 작았지만 공을 들인 흔적은 역력했다. 미스터리 서클 등의 사전 홍보를 연상시키는 UFO를 본딴 대형 무대장치가 무대 위쪽을 장식했고 정면에는 타이틀곡 제목이기도 한 이스터섬의 석상 '모아이' 구조물이 자리를 잡았다. 동그란 모양의 바닥은 전체에 색색의 조명이 깔렸다. UFO 무대장치엔 뜻을 알 수 없는 문자들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귀를 먹먹하게 할 만큼 깊이 울리는 킥과 함께 공연은 막이 올랐다. 밴드의 연주가 한창 이어지는 가운데 서태지는 팔짝팔짝 뛰는 걸음으로 장난스럽게 무대에 올랐다.


소개도 필요없었다. 공연장은 이미 객석과 통로의 경계가 지워진 상태. 서태지의 손짓 하나, 표정 하나에 1400명의 손과 고개가 함께 흔들렸다. 이들은 이미 100대 1을 훌쩍 뛰어넘는 경쟁률을 뚫고 나선 팬들이다. 돌아온 서태지를 환영하고 그의 공연을 함께 즐길 준비를 이미 오래전에 마친 이들은 내내 자리에서 일어나 서태지를 연호하고 노래를 함께 불렀다.

교주와 신도들의 만남을 연상케 하는 열기였지만 서태지의 복귀를 맞는 팬들의 성숙한 태도는 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객석이 모자라 통로까지 꽉 메웠지만 공연장은 환호와 웃음소리만이 가득했다. 공연장의 에어컨이 풀 가동됐지만 열기를 잠지우기는 역부족. 그러나 그 열기마저도 기꺼이 즐겼다.

서태지 역시 팬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첫 곡을 마친 뒤 "불 좀 쳐주세요"라고 말문을 뗀 서태지는 4년반 전과 전혀 다름없는 가득한 목소리로 "안녕∼ 오랜만이야"라고 첫 인사를 건넸다.

서태지는 환호하는 팬들을 향해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요"라며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반갑고 너무 가슴이 벅차요. 이스트섬에 가서 여러분 많이 생각했거든요"라고 수줍게 고백했다. "너무 좋다, 오늘"이라고 기쁨 가득한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서태지는 오랜만에 선 무대의 설렘과 긴장을 고백하기도 했다. "행복하죠? 난 떨려요"라고 털어놓은 그는 "너무 오랜만에 나오니까, 준비하면서 너무 떨렸고…"라고 말했다. 이어 "4년7개월만이죠? 항상 신인같은 모습이죠. 항상 나는 떨려요"라고 덧붙였다. 터져나온 팬들의 환호성이 서태지의 마지막 목소리를 지웠다.

어디까지나 특집쇼의 일환으로 이뤄진 녹화 방송이었다. 그러나 무대에 선 서태지에게도, 객석을 가득 메운 팬들에게도 단순한 방송 녹화는 아니었다. 기쁨과 아쉬움, 추억과 새로움, 열정과 환호, 스타와 팬이 함께 한 무대. 이날 무대에 같이하지 못한 이들은 다음달 6일 오후 11시5분 '서태지 컴백스페셜'을 통해 그 열기와 열정을, 설렘과 기쁨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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