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고품격 퀴즈 버라이어티.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2부 '세바퀴'가 스스로에게 갖다 붙인 '자칭' 수식어다.
'주부의 힘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의미에서 '세상을 바꾸는 퀴즈'의 첫 글자를 딴 '세바퀴'가 과연 세상을 바꿀지는 의문이지만, 일요일 저녁 TV 앞에 앉을 색다른 재미를 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주부들과 함께 퀴즈를 풀며 공감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세바퀴'의 MC는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박미선 이휘재 김구라. 그러나 그 진정한 주인공은 좌우로 나누어 앉은 '주부' 출연자들이다. 소소한 일상과 솔직한 생각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이들은 '리얼'을 추구하는 신종 토크쇼가 발견한 최신의 주인공들이다.
'해피투게더 시즌3'이 이미 시도하고 있듯 목욕탕 사우나며 찜질방이며 장소를 가리지 않고 펼쳐지는 아줌마 수다는 사실 요즘의 대세인 '노골적'인 면에서나 솔직함의 수위에서나 최고를 달린다. 직접 주부들을 스튜디오로 끌어들여 왁자지껄 수다 한판을 벌이자는 게 '세바퀴'의 노림수다.
박현석 PD는 "토크쇼는 늘 진화해 왔다"며 "'미녀들의 수다', '해피투게더' 등 많은 변형 토크쇼들이 방송중중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세바퀴' 역시 김구라에서 시작한 솔직한 토크쇼들이 점점 변화해가면서 탄생한 여러 변형 토크쇼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주부마다 각기 역할이 주어져 있다. MC 김구라가 한마디 하면(주부들이 결혼기념일 선물로 원하는 게 현금이라구요? 허, 참) '주부 계의 김구라' 이경실이 맞받아치고(왜들 쓰잘데기 없는 걸 갖다주는 거야. 주부들은 현금을 원해요!) 오지랖 넓은 김지선이 입을 활짝 벌리고 박수를 치며 폭소를 터뜨린다. 4차원 주부 이승신, 철없는 이혼녀 한성주의 뜬금없는 이야기에 웃다보면 깍쟁이 박미선이 상황을 정리한다.(여자들은 별거 안 바라요. 작고 반짝이는 거!)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형님 노릇을 톡톡히 하는 이휘재는 아줌마들의 추파와 놀림에 뒤로 나가떨어지기가 일쑤다.
부부 생활 이야기가 등장할 땐 수위도 높다. 하지만 빙빙 돌려 말하는 걸 싫어하는 주부들의 가감없는 발언은 '세바퀴'가 갖는 가장 큰 힘이다. 한 출연자가 "섹시 댄스"를 "섹스 댄스"로 잘못 발음하자 다른 출연자들이 "네가 몸이 동한 게로구나"라고 맞받아친 것이 바로 지난 주. 알렉스가 친구의 커플 문신이 부럽다고 하면 "휘재야 너는 지울 수 있는 거로 해라"라고 면박이 이어지곤 한다. 여기에 이어지는 제작진의 한숨. "아 또 편집이로구나."
제작진은 덕분에 늘 가장 화끈한 순간들이 편집되는 비운을 맞는다며 "'비방용'을 모아 성인채널에 팔아야 된다", "우리는 야심한 때 방송을 해야 되나"라며 웃음을 짓는다. 그러나 노골적인 아줌마 수다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세바퀴' 최대의 장점은 바로 인간미. 주부 출연자들의 인간미는 프로그램 안팎에서도 발견된다. 생활인의 면모도 빼놓을 수 없다.
"예전에는 녹화중에 '아니 선우용녀씨 어디 가셨죠?' 하면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화장실 가셨는데요'라는 대답을 듣곤 했다. 요즘엔 녹화 중에 자리가 비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계속 찍는다. 얼마 전엔 양희은씨가 사라지셨는데 은행에 계좌이체를 하러 가셨다더라."(박현석 PD)
제작진은 "우리는 소스만 던질 뿐, 출연자들이 모든 걸 알아서 한다"며 솔직한 아줌마 수다의 공을 모두 출연자들에게 돌렸다. 실제로 출연자들은 마실 오는 기분으로 녹화장에 온다. 잠시 녹화가 중단될 때도 각기 대기실로 가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 앉아 하던 이야기를 계속할 정도다. 제작진은 녹화 때마다 늘 잊지 않고 간식거리를 준비한다.
최근엔 여성 주부들을 위주로 출연진을 짜고 벌이던 세대 대결에서 남녀 대결로 구도를 바꿨다. 주부의 범위를 남성에까지 확대한 셈이다. 이와 함께 주부 생활상식 수준의 퀴즈들도 앙케트 위주로 바꿔 보다 많은 남녀 주부들의 공감대를 자아내고자 했다.
'세바퀴' 제작진의 아쉬움이 하나 있다면 바로 시청률. KBS 2TV '해피선데이'의 막강코너 '1박2일'과 정면으로 승부하는 탓에 한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콘텐츠로 승부하다 보면 시청자들도 분명 알아줄 것이라는 것이 이 고품격 주부 퀴즈쇼를 만드는 이들의 바람이자 자신감이다. 주말 저녁의 성인 퀴즈 버라이어티를 보기 위해 부모들이 리모콘 소유권을 주장할 때가 곧 올지 모른다. 아가들은 가라∼ 그래도 막상 보면 재미있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