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 돌파 '놈놈놈'으로 살펴본 한국영화 명과 암①

전형화 기자  |  2008.08.10 11:53


올 여름 최대 화제작인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이 개봉 24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올 해 개봉한 영화 중 600만 관객을 넘어선 작품은 '놈놈놈'이 처음이다.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의 캐스팅, 만주웨스턴의 부활,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 '디 워'를 제외한 한국영화 최대 제작비(200억원) 등 '놈놈놈'은 개봉 전부터 갖가지 화제를 모았다. 600만명을 동원한 지금, '놈놈놈'은 광고부터 인터넷에까지 하나의 현상처럼 비춰지고 있다.

'놈놈놈'이 실패하면 한국영화에 IMF가 온다는 우려는 쏙 들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놈놈놈'은 갈 길이 멀다. 2차 판권 시장 붕괴로 극장 수입이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 한국영화 시스템에서 이제 겨우 손익분기점이 보이기 시작했을 뿐이다.


'놈놈놈'이 650만명을 극장에서 동원해야 겨우 본전치기가 되는 한국영화의 현 주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창작자가 그리는 큰 꿈을 왜곡된 시장이 한계를 긋고 있기 때문이다. '놈놈놈'의 600만 돌파로 현 한국영화의 명과 암을 살펴봤다.

#'놈놈놈', 한국영화가 맨 몸으로 이뤄낸 지독한 성과


한국영화가 세계 영화계에서 높이 평가 받는 것은 다양성이다. 김기덕 감독부터 박찬욱, 홍상수, 이명세, 최동훈, 봉준호, 김지운 감독까지 다양한 색깔의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성이야말로 한국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영화의 활황기를 맞아 다양한 인재들이 영화계에 투신한 것이 한국영화 발전의 동력이 됐다.

'놈놈놈'은 바로 한국영화에 투신한 인재들이 일궈낸 지독한 성과이다. 일찍이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비주얼을 선보인 데는 스태프들의 몸을 아끼지 않은 노력의 결과이다.


말이 쓰러지는 광경을 담기 위해 말의 코 앞에 카메라를 달고, 밧줄을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정우성의 액션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촬영 스태프 역시 밧줄을 타고 동참하는 열정은 한국영화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화제가 되고 있는 정우성이 말을 타면서 한 손으로 총을 돌리는 장면도 까딱하면 총이 말에 닿아 사고가 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정우성은 팔에 금이 간 상태에서도 밧줄로 팔을 감고 날아다니는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놈놈놈' 제작사 바른손의 최재원 대표는 "할리우드가 돈으로 할 일을 우리는 몸으로 해냈다"고 말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영화에 헌신을 다하는 스태프와 배우들이 오늘의 '놈놈놈'을 만들어냈다.

한국영화계가 불황의 터널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다양한 수작을 내놓을 수 있는 것 또한 이런 영화인들의 열정과 헌신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놈놈놈', 왜곡된 영화시장의 피해자

'놈놈놈'은 처음부터 한국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을 염두에 둔 작품이다. 이병헌 정우성이라는 한류스타에 색깔이 분명한 캐릭터와 웨스턴이라는 장르를 상업적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최재원 대표는 "일본 시장 등 해외 마켓을 처음부터 염두에 뒀으며 다양한 프랜차이즈 사업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단지 영화 판매에 그치는 게 아니라 만화와 게임, 화보와 티셔츠, '놈놈놈' 술집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획했으며, 일부는 현실화했다.

하지만 왜곡된 시장은 아이디어를 아이디어에 그치게 만들고 있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의 참여가 미비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려는 의지가 적다. 현대카드와 삼성전자 등이 '놈놈놈'의 영상을 광고에 활용했을 뿐이다. 최 대표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 했지만 영화산업과 연계하려는 기업들의 의지가 크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할리우드 영화들처럼 햄버거 체인에 '놈놈놈' 햄버거 세트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큰 성과는 내지 못했다.

한국영화의 가장 큰 해외시장인 일본에서의 냉담한 반응도 '놈놈놈'의 발걸음을 더디게 했다. 일본 바이어들은 '놈놈놈'에 대해 호의를 표시하면서도 서로가 가격을 조정해 쉽게 판권을 구매하지 않고 있다.

'놈놈놈'측은 일본 바이어들의 이 같은 반응에 아예 직접 배급을 하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에서 '놈놈놈'이 상영될 경우를 대비해 준비해 놓은 화보나 티셔츠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 사업도 발목이 잡혀 있는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놈놈놈'은 활로를 우선적으로 국내 극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DVD 등 2차 판권 시장이 붕괴된 상황에서는 와이드 릴리즈를 통해 관객을 불러모아 극장 수입을 높이는 것 외에 뚜렷한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

'놈놈놈'이 스크린독과점 논란에 휩싸인 것도 그 때문이다. '놈놈놈'이 가장 많이 극장에 걸렸을 때 스크린수는 전체 스크린수(2000개)의 절반에서 약간 모자라는 890개였다.

극장 외에 다른 시장의 활로가 없는 점, 기업들의 참여 미비, 일본 업자들의 한국영화에 대한 담합, 2차 판권 시장의 붕괴, 와이드 릴리즈에 대한 집착 등 '놈놈놈'이 겪고 있는 문제점은 고스란히 한국영화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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