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박태환, 영웅되다

조철희 기자  |  2008.08.12 13:07
<사진제공=KB국민은행 블로그> <사진제공=KB국민은행 블로그>


또 하나의 메달. 기대가 현실이 됐다.

박태환(19·단국대)이 12일 오전 베이징 워터큐브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수영 남자 200m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이틀 전 400m 자유형 금메달에 이어 또한번의 쾌거다. 한국 수영 사상 올림픽에서 따낸 메달 두개 모두 박태환의 이름으로 해낸 것이다.

박태환은 매번 다음 경기가 기대되고 4년 뒤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 기록이 그것을 증명한다.


이날 경기에서도 1분44초85로 자신의 종전기록을 1초 가까이 앞당겼다. 400m에 이어 또다시 아시아신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타고난 근성 역시 그의 거침없는 도전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말해준다.


이날 경기에서도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23·미국)의 단독질주에 2~3m 처지며 힘겹게 뒤따라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끝까지 역주를 멈추지 않았다.

미국 수영대표팀의 기대주 피터 반더카이(24)와 경기 내내 서로 2, 3위 순위를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한 접전을 펼쳤지만 박태환은 결국 끈질긴 근성으로 그와의 승부에서 이겼다.

일찍이 올림픽 대비 훈련 과정에서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에서 1만m 마라톤 수영을 자청해 2시간 넘게 물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박태환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태환의 진정한 가능성은 그 스스로가 수영을 즐긴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주위에선 2관왕이다 3관왕이다 하며 부담을 키웠고, 펠프스 등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벌이는 대결이었지만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출발 직전 레인에 서서 자신의 이름이 소개되자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드는 여유를 보였다.

여러차례 인터뷰에서도 성적보다는 기록, 기록보다는 자신의 노력이나 수영에 대한 즐거움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 직후 가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펠프스의 세계신기록 달성을 축하했다.

또 앞으로 남은 1500m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으로 국민들에게 '웃음'을 전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박태환은 시상대에서 펠프스보다 아래 서 있었지만 세계는 지금 박태환의 이름을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 선수로 400m와 200m 자유형에서 금·은메달을 따낸 박태환은 이미 '영웅'이다.

이제 이번 올림픽에서 남은 것은 펠프스 못지않은 수영계의 절대강자 그랜트 헤켓(28·호주)과의 1500m 대결이다. 200m 만큼이나 금메달은 모험에 가까운 도전이다. 피터 반더카이와도 또한번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

아직 스무살도 되지 않은 '소년' 박태환이 금메달, 2관왕, 신기록이라는 부담을 뛰어넘어 또 어떤 기대 이상의 소식을 전해줄지 15일(예선)과 17일(결승)의 워터큐브로 벌써부터 시선이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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