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식객'의 김래원, '밤이면 밤마다'의 이동건, '최강칠우'의 에릭
지난 8일 2008 베이징 올림픽이 개막된 후 인기 드라마들이 연일 결방되고 있어 시청자들이 울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청자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드라마 제작진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어 묘한 대조를 이룬다.
12일 밤 10시 드라마 방송시간대에는 KBS 2TV '최강칠우'를 제외한 SBS '식객'과 MBC '밤이면 밤마다'가 결방됐다. MBC 일일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은 아예 8일부터 15일까지 베이징 올림픽 특집 및 중계방송으로 일찌감치 결방을 확정했고, MBC '대한민국 변호사'들도 13일 결방됐다.
매주 드라마 방영을 손꼽아 기다린 애청자들에게는 올림픽의 재방, 삼방 혹은 하이라이트 방영을 위해 즐겨보던 드라마를 양보해야 하는 셈이다.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시청자들에게 결방에 대한 사전 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각종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는 항의성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청자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드라마 제작진과 배우들은 올림픽 결방에 안도하는 눈치다.
현재 인기리 방영 중인 한 드라마의 제작진은 "지방 촬영도 많고 연일 이어진 무더위와 폭우로 촬영이 많이 지연됐다"며 "거의 생중계 수준으로 찍고 있었는데 올림픽 결방 덕에 드라마를 찍을 시간을 벌었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드라마에 출연 중인 배우 역시 "방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 밤샘 촬영이 많았는데 그나마 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13일 제작발표회를 가진 SBS 프리미엄드라마 '신의 저울'의 주연배우 김유미와 전혜빈은 "올림픽 중계로 첫 방송 날짜가 두 번이나 미뤄졌지만, 오히려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갖고 드라마를 촬영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달콤한 나의 도시' 후속인 '신의 저울'은 당초 8일 첫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올림픽 중계로 인해 22일 첫 방송된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에 드라마를 방송하는 것은 시청자들과의 약속이다. 올림픽 생중계 등 불가피한 경우가 아닌, 촬영 시간이 빠듯하다는 핑계로 결방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