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크섬의비밀', 시트콤보다 더 웃긴 촬영현장

신성우-김선경-김광규가 동갑이라고?

김겨울 기자  |  2008.08.17 09:15
사진제공=MBC 홍보실 사진제공=MBC 홍보실


14일 MBC'크크섬의 비밀' 촬영장에 급습했다. 섬에 놀러간다고 모자 푹 눌러쓰고 선블록도 발랐건만, 반바지 입고 온 게 문제였다. 모기는 어찌한담. 인적 드문 울창한 숲길을 쭉 따라 걸어들어가니 어디선가 익숙한 거북이가 나온다. 거북이 텐트.


섬에 조난당하고 얼마되지 않아 신과장(신성우)이 발견해 불었던 그 거북이 텐트. 공룡이란 편이 더 어울릴 듯한 큰 사이즈였다. 내부를 들여다보니 여자 10명은 거뜬히 앉을 만큼 넉넉했다.

도착했을 때 김부장(김선경), 김과장(김광규), 신과장, 윤대리(윤상현)가 모여 대본 연습에 한창이다.


김과장이 "왜 그러는 데.." 특유의 목소리로 김부장을 놀린다. 이번 장면은 신과장이 김부장을 목마를 태워야 한다. 김과장은 "에고.. 들을 수나 있나. 걱정된다. 걱정돼. 김부장이 (위에서) 똥싼다 똥싸"라는 놀림에 김부장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내가 못살아. 김과장때문에. 위아래가 없어"

그들의 티격태격에 땡볕 여름날 고생하는 스태프들이 잠시 땀을 닦고 웃는다. 문득 주변을 돌아보니 옷차림들이 가관이다. 스태프들은 피서 온 듯한 카고 바지에 뜯어진 청바지, 슬리퍼. 몸은 다들 검게 그을렸다.


그나마 깔끔한 김부장은 헐렁한 난방에 시원한 소재의 마바지를 입고 있지만 김과장은 파란색 촌스러운 줄무늬 츄리링에 늘어진 런닝. "난 감독한테 속았어. 옷 두가지로 몇 달간 있는 컨셉트이라고 나한테 말했단 말이야. 나만빼고 다들 갈아입잖어."

그래도 김과장은 자신의 파란 츄리링이 단벌은 아니라며 두 벌이라고 자랑했다. 불끈불끈 가슴 골이 드러나는 권색 티셔츠를 입은 '몸짱' 신과장은 김과장의 코믹한 하소연에 쓰러진다. 어디선가 나타난 김부장이 신과장의 몸을 살짝 쓰다듬으며 "그래도 몸은 우리 신과장 따라갈자가 없어. 윤대리, 심대리 젊어도 못따라가지(하하)"라며 웃는다. 줄무늬 옷을 입은 나름 '크크섬의 젊은 피' 윤대리는 그 말에 잠시 발끈하는 표정을 보인다.

신과장은 목을 돌리며 괜히 멋진 척. 목이 참 길다. 윤대리는 의외로 조용했다. '크크섬~'에서 가장 오버쟁이였던 그는 조용히 대본을 들여다본다. 그러나 역시 김과장이 그를 가만놔두질 않는다. 특유의 끈적끈적한 눈빛으로 그에게 장난을 걸자 윤대리 별 수 없다. 대본 덮고 이야기에 끼어들 수 밖에.


"우리 동갑이예요. 우리 친구예요." 극중 승진에서 밀려 나이어린 김부장보다 직급이 아래인 '기러기아빠' 김과장이 처절하게 외친다. 이에 신과장과 김부장은 슬슬 피하는 듯. 셋이 동갑 친구지만 참 다른 외모. 이게 크크섬의 비밀인가. "내가 신과장보다 못한 게 모가 있어. 난 극에 충실하느라 일부러 배를 나오게 만든거야" 김과장의 절규에 신과장은 모른 척하며 중얼거린다. "꼭 나때문이래."

이들 셋은 서로를 김선경은 KSK, 신성우는 SKK, 김광규는 KKK라고 부르며 친하게 지낸다. 무슨 비밀 요원도 아니고. 신성우와 김선경은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부부로 출연하기도 했다. 자주 밥도 함께 먹는다는 이들에게 계산은 누가 하냐고 묻자, 신과장이 살짝 "오늘 점심은 내가 냈지"라며 또 멋진 척 목을 돌린다.

김과장은 김부장과 신과장의 로맨스에 질투가 날때도 있다고. "글쎄.. 자기가 꿈을 꿨는데 인어공주가 나왔다네. 근데 얼굴이 나였다네. 하하하" 김부장이 김과장의 꿈이야기를 들려주자 다들 웃는다. "김과장이 나랑 신과장이랑 삼각관계를 원하는 건 알겠는데. 글쎄. 좀 힘들지 않을까." 이에 대해 송재정 작가도 한마디. "본인이 원하시지만, 상대 여배우들이 받아들일지." 김과장의 멜로는 물건너 간 듯.

사진제공=MBC 홍보실 사진제공=MBC 홍보실


이윽고 촬영이 시작되고, 김부장과 신과장이 일어섰다. 장면은 거북이 텐트 위를 보기위해 김부장이 신과장에게 목마를 타는데 이날 무려 30번은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했다. 보는 이가 안쓰러울 정도. 그래도 신과장은 극 중 캐릭터답게 묵묵하게 싫은 기색 한 번 없이 감독의 말에 재촬영을 거듭한다. 위에 매번 올라타야 하는 김부장은 미안하기 짝이없다.

"괜찮아? 괜찮아?" 김부장은 여러 번 물으며 신과장의 땀을 손수 닦아주기도 한다. 그리곤 감독한테 말한다. "안돼. 이거 너무 힘들어. 좀 쉬었다 가자." 그러나 김부장의 말에도 감독이 쉬자는 말에도 신과장 괜찮다며 손짓하며 "안 무거.."라며 촬영을 재촉한다.

시트콤이란 특성상 상황, 상황이 재밌어야 하는 탓에 감독은 표정 변화 하나에도 민감하게 컷을 외친다. 그런 이유로 한 장면을 촬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보통 두 시간이 넘는다고. "보통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이리로 출근하지. 그래도 예전처럼 여기서 자진 않는데. 주 5일 근무하다 보면 크크섬에 사는 것 같어. 진짜" 김과장의 말이다.

크크섬엔 화장실도 없다. 남자는 볼일 보고 싶으면 후미진 곳을 찾아서. 여자는 꽤 먼 길을 가야 볼일을 볼 수 있는 곳. 배우들 대기실 하나 없어서 상대 배우들 연기 중에 맘놓고 떠들 수도 없는 그 곳. (막힌 공간이 없어서 자칫 녹음에 방해될까봐.) 주 5일 방송분을 맞추기 위해 촬영중 모기에 물려도 NG날까 참고 연기해야 하는 그 곳이지만 어느 촬영 현장보다도 웃음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말했다. "크크섬은 멀리 있지 않다. '크크크' 웃음 소리가 난다면 그 곳이 어디라도 그 곳이 크크섬일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힘든 촬영에도 웃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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