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 오른 박태환과 장미란
올림픽 시상대에 선 우리 선수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같은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는 뜨거운 감동이 밀려든다.
그러나 바로 이 순간 '국기에 대한 경례'라는 의례가 여러사람의 머릿속을 복잡하고 불편하게 만든다. 올림픽이나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리 선수가 시상대에 오를 때마다 경례 논란이 불거졌다.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 가슴에 손을 올리지 않는 선수는 애국심이 부족하고 예의가 없다는 핀잔을 들었다. 반면 국기 경례는 구시대의 산물에 불과하고 선수 개인의 선택에 따라 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일부 네티즌들은 남자수영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환이 다른 선수들과 달리 시상식에서 경례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태환은 시상식 국기 게양 및 애국가 연주 순서에서 경례를 하지 않았다. 역도의 장미란이나 유도 최민호, 배드민턴의 이용대·이효정 등 다른 금메달리스트들은 경례를 했다.
한 네티즌은 "옛날처럼 국가에 무한 충성을 강요하는 식도 아닌데 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았냐"며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준 조국에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또다른 네티즌은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자국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 애국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강요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어야 한다"며 "박태환의 모습을 보면서 지난 세월동안 국민들에게 강요됐던 국가주의나 전체주의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희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는 비단 올림픽 시상대에서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국기법시행령 제정 논란과 맞물려 시민사회단체들이 폐지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개인의 양심을 억압하고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강요한다는 이유였다. 또 '국기에 대한 맹세'는 최근 논란 끝에 문구가 수정되기도 했다.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 등 일부국가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국기 경례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럽에서는 국기를 향해 동일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 파시즘을 연상시킨다며 국기 경례를 기피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대항전의 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서는 국기 경례의 옳고 그름을 쉽게 재단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국기 경례 폐지운동에 참여중인 한 인권운동가는 "화합과 교류라는 올림픽의 근본정신보다 국가간 대항구도가 부각되면서 국기 경례가 국가주의적 행동의 일환으로 작용한다면 문제가 된다"면서도 "선수들 개인의 행위(국기 경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표출하는 것', '시상대에서 항상 손을 가슴에 얹고 애국가를 맞이하는 오랜 시간 동안 학습된 구시대적 관행'. 이처럼 금메달리스트들의 국기 경례를 바라보는 시선은 두가지 관점이 공존 혹은 대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