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귀국 못하는 이유

'정권홍보성 관제 퍼레이드' 논란 일어

장웅조 기자  |  2008.08.20 14:45


박태환 선수를 비롯한 베이징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귀국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일정이 이미 모두 끝난 데다 베이징에 더 머무를 의사가 없는데도 한국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이들을 붙잡아 놓았다가 25일 퍼레이드에 참석시키겠다는 대한체육회의 방침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을 이날 한꺼번에 귀국시킬 계획이다. 오후3시 인천공항 도착 직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으로 이들을 이동시켜 해단식을 열고, 이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릴 퍼레이드에 참가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퍼레이드에는 올림픽 선수단 전원이 참석한다.


이 퍼레이드를 위해 대한체육회는 일찍 한국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선수들에게 대기를 지시했다. 수영 금메달리스트 박태환은 현재 선수촌에 ‘반(半) 연금’ 비슷한 상태로 홀로 지내고 있다고 알려졌다. 다른 동료들은 이미 귀국한 반면에 그만이 숙소에 남은 데다, 안전상 이유 등으로 외출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처사는 당사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박태환의 코치인 노민상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태환이가 감기도 걸렸고 현재 심적, 체력적으로 많이 지친 상황이라 하루빨리 돌아가 휴식을 취해야 하는 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격 금메달리스트 진종오 선수 역시 베이징 공항에서 짐을 부치고 비행기를 타려다 체육회의 연락을 받고 도로 선수촌으로 들어가야 했다.

이때문에 선수들에게 이런 불편을 감내하게 할 만큼 퍼레이드가 가치 있는 일이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퍼레이드는 정권의 치적 홍보에 스포츠를 이용하는 국가적 동원의 성격"이라는 의견들이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퍼레이드 참가를 검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제 행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올림픽 선수단의 도심 퍼레이드는 한국이 1932년 LA올림픽에 참가한 이후 사상 최초로 벌어지는 일이다. 70~80년대에도 메달리스트 중 일부가 카퍼레이드를 벌인 적은 있지만, 선수단 전원을 참석시키는 퍼레이드는 없었다. 체육회의 인식수준이 군사정권 때보다도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팬들도 퍼레이드를 반기지 않는 기류다.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올림픽 퍼레이드를 취소하라는 서명이 진행중이다. 대화명 '억새'는 "전형적인 후진국 독재정권 스타일의 발상"이라며 서명에 동참했다. '김주연'도 "어제 입국하셨으면 보러 갔을 텐데 왜 하필 25일에 (귀국)하시는지. 그놈의 체육회"라는 글을 박태환의 미니홈피에 남겼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독재나 권위주의라는 것은 권력자나 권력집단의 생각에 모든 현상들과 사물, 국민들의 행위를 꿰어 맞추는 경직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이런 권위주의적 발상 때문에 대한민국이 참 우스운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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