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집으로 복귀한 가수 김범수 ⓒ송희진 기자 songhj@
노래 '보고 싶다'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울려 퍼지던 애절한 가사와 보이스가 녹아든 이 노래는 한 번만 들어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만큼 대중의 사랑도 뜨거웠다.
이 노래를 통해 '얼굴 없는 가수'에서 대중 속으로 소리 소문 없이 파고든 가수 김범수(29)가 돌아왔다. 지난 3월 군복무를 마치고 음악에 대한 갈증을 마음껏 풀어헤친 6집을 들고 2년6개월여 만의 컴백이다.
"사람을 얻은 게 군대에서의 가장 큰 결실이죠."
"언젠가는 다녀와야 할 군대이기에 남들보다 조금 서둘러 다녀왔어요. 당연히 공백이 길어지니까 가기 전에 부담이 컸죠. 전역한 뒤 왕성하게 활동하는 분도 계시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으니까요."
대부분 남자 연예인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매일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는 연예계에서 2년의 공백은 길어도 너무 길다. 혹 잊혀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늘 그들을 엄습한다.
물론 김범수는 연예사병으로 근무한 덕에 군복무 기간 동안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유가 그리웠다. '시키면 한다'는 생각에 꼭두새벽부터 명령에 의해 노래를 부르고 밤 10시가 되면 잠자리에 들어야 했던 생활에서 벗어나 '자의'에 의해 노래하고 식사하고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군대에서 군인에게 자유는 허락되지 않았다.
물론 단체 생활을 하며 김범수는 오랜 시간을 두고도 만들기 힘든 '내 사람'을 얻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 달려와 줄 든든한 '내 편'이 생겼다.
"군대에서 친해진 사람과 사회생활하며 알게 된 사람과는 그 깊이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어요. 군대에서 나와 함께 한 사람들은 내 아픔, 고민까지 다 알고 있는 걸요. 겉모습으로 친해진 게 아니라 진짜 언제든 필요하면 달려와 줄 사람들이에요. 사람을 얻어 나왔다는 게 군대에서 얻은 가장 큰 결실이죠."
그의 6집 타이틀곡 '슬픔활용법' 뮤직비디오에 군대에서 인연을 맺은 배우 지성이 출연한 것도 다 그 덕이다.
6집으로 복귀한 가수 김범수 ⓒ송희진 기자 songhj@
"미국 시장에 태극기 꽂는 게 내 꿈이에요."
내성적이던 김범수가 지성에게 출연을 부탁한 것이다. 그만큼 전역 후 김범수는 다방면으로 변해 있었다.
음악적으로도 큰 변화를 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기존에 선보이던 발라드에서 벗어나 흑인 음악 등 파격적인 6집을 만들고 싶었다.
"굉장히 욕심이 많이 생겼어요. 2년 넘게 음악을 못했더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이 생기더라구요. 그런데 작곡가 윤일상 씨께서 함께 작업을 하다 '처음 사랑을 주셨던 사람들이 왜 너를 사랑하게 됐는지 첫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해 주셨어요. 문든 머리를 망치로 맞은 느낌이었어요."
그랬다. 순간 김범수는 정신이 번뜩 났다. 왜 사람들이 김범수의 음악을 사랑해줬는지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결국 김범수다우면서도 새로움이 녹아든 음반을 만들었다. '나'를 버리지 않겠다는 고집 덕에 이 같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
게다가 김범수에게는 큰 꿈이 있다. 이 꿈을 위해서라도 그는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
"허무맹랑한 꿈이라 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큰 꿈을 꿔야 이룰 수 있는 현실도 그 만큼 커져요. 빌보드 차트 1위를 하는 게 목표에요. 기왕 음악을 시작했으면 미국시장에 태극기를 꽂아봐야 되지 않겠어요?(웃음)"
그의 얼굴에서 당찬 속내가 엿보였다. 사실 김범수는 한국가수로는 최초로 2001년 '하루'를 영어로 부른 '헬로 굿바이 헬로'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빌보드 차트 51위에 올랐다. 한국 가수가 빌보드 차트와 인연을 맺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물론 김범수는 "당시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무모한 도전이었다"며 "이제는 철저한 준비를 한 뒤 제대로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향후 세계로 뻗어갈 김범수가 기대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