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봉진 기자 hongga@
"남자 냄새 풍기는 역을 하고 싶었다."
그을린 얼굴, 약간 헝클어진 머리, 가슴 근육까지 푼 와이셔츠.. 그리고 굵은 음성으로 그가 돌아왔다. 21일 MBC'에덴의 동쪽' 제작발표회에서 송승헌을 만났다.
◆윤석호 감독의 계절 시리즈인 '가을동화'와 '여름향기'에서 감성적 멜로 연기가 인상적인 그는 브라운관 복귀 작품으로 '거친 놈'을 골랐다.
"어렸을 때부터 남자다운 캐릭터를 못했다."
한이 맺혔던 것일까. 군 제대 후 첫 작품으로 선택한 영화 '숙명'에서 라이벌 권상우와 진한 누아르를 보여주더니 이번엔 MBC 50부작 '에덴의 동쪽' 이동철로 그간 감춰둔 진한 남자 냄새를 풍길 예정이다.
이동철은 아버지 이기철(이동원)을 죽인 신태환(조민기)에 대한 복수를 품으며 지하세계로 입문, 결국 아시아를 주름잡는 마피아가 되는 인물. 송승헌은 1960년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진 신태환과 그의 아들 신명훈(박해진)과의 기막힌 운명 앞에서 목숨보다 아끼는 동생 이동욱(연정훈)을 위해 헌신하는 형을 연기한다.
"아버지 원수를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결코 죽이지 못하는 게 이동철이다."
송승헌은 이 장면을 설명하길 원했다. 그는 이 장면을 언급하며 이동철이 단지 복수만을 위해 사는 인간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도 남자다. 자신의 보스인 국회장(유동근)의 외동딸 국영란(이연희)을 사랑하고 과분한 사랑을 받기도 하는데, 송승헌은 상대역 국영란을 맡은 이연희를 캐스팅 당시 추천하기도 했다.
"시놉을 본 순간부터 이연희를 떠올렸다. 뮤직비디오 '연가'를 함께 찍으면서 어린 친구인데도 집중을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뚝 흘릴 것 같은 소녀다운 이연희는 국영란 역을 한순간에 떠올리게 만들었다고.
◆"'에덴의 동쪽'이 한류드라마? 한류 스타가 출연한다고 한류드라마란 선입견은 불편하다.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게 우선이다."
사실 '에덴의 동쪽'은 미니멈 250억원이라는 엄청난 제작비와 한류스타 원조격인 송승헌을 비롯해 연정훈, 조민기, 유동근, 이미숙, 한지혜, 박해진, 이다해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한류드라마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건 당연한 일.
"예전에 권상우와 영화 '숙명'을 찍었을 때도 한류 영화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권상우와 우스갯소리로 '한류를 겨냥했으면 조직이 나오고 칼을 휘두를까. 말랑말랑한 멜로를 하는 편이 낫지'라고 얘기하며 웃었다."
그는 한류드라마라는 수식어에 대해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한류드라마의 요건으로 우선 국내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군 제대 후 떳떳하다.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며 어려운 말을 꺼낸 송승헌은 특히 사랑하는 팬들에게 군 입대와 관련해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며 만회할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송승헌은 지난 2004년 불법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재검을 통해 현역복무 판정을 받았다. 송승헌은 팬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연예사병이 아닌 포병으로 근무했으며 2006년 제대했다.
◆송승헌은 친한 친구 권상우의 결혼소식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어느 날부터 이상한 낌새에 눈치를 채긴 했지만 권상우가 아니라는 통에 더는 물을 수 없었다. 다만, 송승헌은 "기사를 보고 알게 하진 말아달라"라는 주문을 한 것. 이에 권상우는 결혼 보도가 나기 하루 전날 송승헌에게 실토하며 "먼저 말했으니까 됐지"라며 송승헌을 달랬다. 하지만 이미 송승헌은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권상우의 축가 부탁에도 "내 축가는 비싸"라며 거절했다고.
하지만 그는 친구를 이해한다며 "지금 사랑하는 사람은 없지만 나도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권상우, 손태영 커플처럼) 갑자기 결혼할 수도"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