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학교 이티'
9월11일 올 추석 시즌 유일한 한국 코미디영화 '울학교 이티'(감독 박광춘,제작 커리지필름)가 개봉한다. '울학교 이티'는 근육까지 뇌로 차있는 체육선생이 퇴출 위기를 맞아 영어선생으로 탈바꿈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영화이다.
'울학교 이티'는 단순히 선생님의 변신에만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라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일본 드라마 'GTO'와 '고쿠센'처럼 학생들과 눈높이를 함께 하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은 학원 코미디물이다.
한국영화에 학원물은 상당한 전통을 자랑한다. 70년대 '진짜진짜' 시리즈를 비롯해 80년대 초반 '얄개' 시리즈 등은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진짜진짜' 시리즈와 '얄개' 시리즈는 재치가 넘치는 학생들의 우정과 풋풋한 사랑으로 하나의 장르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80년대 에로물이 범람하면서 학원물은 자취를 감췄다.
한동안 명맥이 끊겼던 학원물은 89년 이미연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로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등 학원물이 다시 인기를 끌었다.
당시 학원물은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의 고뇌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 서정적인 멜로에 하이틴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90년대 초반 학원물붐은 그러나 비슷한 소재가 범람하면서 관객의 외면을 받아 이내 사그러들었다.
한 때 사라진 학원물이 부활한 것은 한국영화 르네상스와 궤를 같이 한다. 한국영화가 다양한 장르와 수작을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관객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이 시기, 학교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장르 영화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98년 '여고괴담'은 그 신호탄이었다. 일본 공포영화의 외피를 뒤짚어 쓴 '여고괴담'은 공포라는 장르에 공부에 지친 학생들의 고뇌와 슬픔을 잘 담아내 이후 청춘스타 등용문이라는 닉네임을 얻으며 4편까지 이어졌다.
2001년 등장한 '화산고'는 학원물의 진화를 꿈꿨던 작품이다. 무술고수들이 고교에 다닌다는 설정인 '화산고'는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권상우 김수로 신민아 등 수많은 청춘스타들을 배출했으며, 학원물이 다양한 장르로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같은 해 개봉한 '두사부일체는 조폭코미디물이자 학원코미디로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왼쪽부터 '선생 김봉두' '늑대의 유혹' '말죽거리 잔혹사'
2003년과 2004년은 수준 높은 학원물이 쏟아진 해이기도 했다.
'선생 김봉두'는 돈 먹는 선생님이 시골학교에 부임하면서 변화되는 과정을 잘 그려내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샀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잘생긴데다 싸움도 잘하고 부잣집 자식이기도 한 '일진'(싸움을 제일 잘하는 학생을 일컫는 은어)을 로맨틱코미디의 주인공으로 둔갑시킨 작품이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늑대의 유혹' '그놈은 멋있었다' 등 일진 '엄친아'(공부 잘하고 잘생기고 싸움도 잘하는 엄마 친구 아들을 가리키는 인터넷은어) 장르가 정착되는 분위기에 일조했다.
2004년 개봉한 '말죽거리 잔혹사'는 학창시절 누구나 꿈꾸던 남자들의 로망을 그려낸 학원물이기도 했다.
잘난 일진들에 대한 반감일까, '방과 후 옥상'은 능력도 없고 얼굴도 못생긴 그저그런 학생이 일진을 때려눕히는 내용으로 인기를 끌었다.
중학생이 아기를 갖는다는 '제니,주노'부터 환상을 걷어낸 일진의 이야기를 그린 '폭력써클' '품행제로'까지 학원물은 매해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관객에 재미를 선사했다. 물론 학원물의 잇단 흥행은 '카리스마 탈출기' '여고생 시집가기' 등 수준이하 영화를 양산하기도 했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울학교 이티'는 '선생 김봉두'처럼 선생님의 고군분투기이자 학생들에 친구 같은 선생님이라는 점에서 차별을 이룬다. 과연 '울학교 이티'가 학원영화에 새로운 족적을 남길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