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이명근 기자qwe123@
tvN '막돼먹은 영애씨'가 시즌4를 시작한다. 시즌 드라마 열풍이 있긴 했지만 시즌4까지 명맥을 이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 가운데 '막돼먹은 영애씨'가 보란 듯이 살아남았다. 왜? '막돼먹은 영애'를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갈수록 얼굴이 예뻐지네요. 사랑에 빠졌나봐."
기자의 인사에 김현숙은 대뜸 "첫 회부터 똥기저귀 차고 나오는데 사랑은 무슨. 사랑에 빠지고 싶어요"라며 톤을 높인다.
시즌 4의 첫 회에서 김현숙은 다이어트 약을 과다복용하다 결국 괄약근 조절에 실패, 기저귀를 차야 한다고.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원래 영애는 술 퍼먹고 노상방뇨하고 다시 술 먹고 뻗다가 배고파서 일어나서 밥 먹고 다시 자빠지는 그런 캐릭터인데 이쯤은 각오해요"라고 하다가도 김현숙은 바로 "근데 이거 제 이야기 아니에요. 작가 이야기예요. 다큐드라마라 사람들이 내 일상인 줄 알더라고"라며 손을 흔든다. 한 손에는 대낮임에도 맥주병을 들고. 피식.
"제가 강해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맡아 온 역들이 그래서 그런지 무슨 여성운동가인 줄 아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그냥 영애에요. 이.영.애. 하하. 캐릭터상 강하게 보이는 것뿐이에요. 주변에 진상 캐릭터가 많다보니."
그렇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영애는 칼을 차고 남자들을 쳐부수는 잔다르크가 아니다. 그냥 참을 만큼 참다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는데 '욱'하는 정도. "그냥 공감대가 생겨요. '영애가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고 그런 '욱'함을 '막돼먹음'으로 풀어내는 게 영애다.
여기서 '막돼먹음'이란? '대한민국에서 예쁜 여자들이 살기 편하지 않나'라는 질문에 막돼먹은 영애씨는 이렇게 답한다. "예쁜 애들은 어려서 고생을 못해서 늙어서 힘들어요. 하지만 나 같은 애들은 고생이 뭔지 알죠. 그래서 죽어라 일하다보면 모든 걸 해낼 수 있는 힘이 생기죠. 하하. 결국 예쁜 것들은 더 살기 편하지 않다는 것."
영애의 이런 '막돼먹은' 생각에 듣고 있는 기자도 짜릿한 통쾌함을 느꼈다. 하지만 영애의 '막돼먹은' 철학은 정말 예쁜 여자들이 더 살기 편하지 않다는 액면 그대로 뜻은 아니다. 자기 스스로 주어진 배경을 바탕으로 긍정적으로 살아가자는 것.
물론 가끔 영애는 술에 취해 간판을 때려 부스고 전봇대를 때리는 격함은 있다. 그래서 감독은 드라마 주인공을 하는 여배우 중에 유일하게 남자팬들에게 판타지를 심어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나도 사랑받고 싶다고요"라며 절규하는 영애에게 이상형을 물었다.
"딱히 이상형은 없고, 외모는 중요한 것도 아닌 거 같고. 그냥 열등감만 없는 정도. 그러면서도 슬픈 영화를 보면서 눈물 흘릴 줄 아는 감성적인 남자"라며 슬슬 돌려말하던 현숙은 본색을 드러냈다. "그냥 박해일이나 신하균 정도."
그리고는 영애는 고민한다. 박해일과 신하균이 둘 다 자기를 좋아하면 어쩌나. "누굴 선택해야 할까." 영애는 참 막돼먹게 사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