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일국 ⓒ송희진 기자 songhj@
'고구려를 건국한 사람은 송일국이다'는 엉뚱한 상상을 낳게 한 남자. 지난 2007년 3월 시청률 50%대를 오르내리며 국민드라마로 자리 잡은 MBC '주몽'을 통해 송일국(36)은 대중 속에 파고들었다. 그 인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파급력으로 지금까지도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드라마에서 고통 받는 조선 유민을 구하고, 강대한 나라를 세운 '주몽' 송일국. 그가 '무휼'이 되어 또다시 대중을 만난다. 그 무대는 오는 10일 첫 방송을 앞둔 KBS 2TV 특별 기획 드라마 '바람의 나라'(극본 최완규, 정진옥ㆍ연출 강일수)다.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송일국의 최고의 해는 거듭되고 있다. 지난 2일 만난 송일국은 대중이 느끼는 '유부남'이라는 고정관념의 틀에서 한없이 자유로웠다. 송일국이 '유부남'이 된 이후 처음으로 진행한 언론과의 인터뷰다. 결혼을 하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듯이 '유부남' 혹은 '옆집아저씨' 송일국에 대한 나름의 상상을 갖고 만났던 참이었다. 하지만 상상은 상상으로 그쳤다. 아내가 부산지법 판사인 관계로 드라마 촬영시작과 동시에 생이별해 "지금도 연애하는 기분이다"는 송일국의 말처럼 그의 매력은 여전했다. 넘치는 기품은 그 깊이를 더했으며, 카리스마는 퇴색되지 않았다.
배우 송일국 ⓒ송희진 기자 songhj@
그가 '무휼'을 연기한다고 했을 때, 이견이 많았다. 무휼은 주몽의 손자로, 이미지가 중첩된다는 게 그 주된 이유였다. 송일국 역시 이런 이유로 출연을 몹시 고민했던 게 사실이다. 송일국의 출연이 거론되던 무렵, 한 리서치회사에서 '무휼'에 가장 어울리는 연예인에 대한 설문조사가 실시됐고, 송일국은 압도적인 수를 얻으며 1위를 차지했다.
"출연 제의 이후 진짜 고민도 많았고, 출연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주몽'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기 때문에 안하려고 했던 게 사실이다. 원작 만화를 보고 내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인물이었다."
송일국은 '주몽' 출연 당시 "이 작품은 내게 운명이다"고 밝혔다. '바람의 나라'는 '주몽' 출연 때처럼 외할아버지가 꿈에 현몽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운명적인 만남의 연속이다. '바람의 나라'의 연출자가 과거 송일국의 가능성을 점치게 한 '해신'의 연출자라는 인연 등등.
"주몽과는 생각이 많이 다르다. 매력적인 인물이다. 출연을 결정하기 전 강일수 감독님이 내가 수업 받고 있는 대학원까지 찾아 오셨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감독님이 서 계시더라. 하하."
배우 송일국 ⓒ송희진 기자 songhj@
송일국은 주몽에 대해 활활 타오르는 불이라 비유했고 무휼은 차가운 얼음 같다고 감상을 전했다. 그는 "무휼은 불꽃의 온도가 점점 오르면서 붉은 색에서 파란 색으로 변해 서늘한 기운마저 느껴지는 인물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몽은 세월이 흐를수록 무언가를 이뤄가는 왕이라면, 무휼은 시간이 지날수록 잃어가는 왕이라고 정의했다. 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외로웠던 왕이고, 모든 것을 얻었지만 모든 것을 잃은 한 남자"라고 말끝을 흐렸다. '바람의 나라' 6회를 찍은 송일국은 이미 무휼이 되어 있었다.
송일국 하면 떠오르는 것들 가운데 하나는 식민지 시대 항일 저항운동의 영웅인 청산리 전투의 김좌진 장군의 외증손자라는 점. 주몽과 무휼이 할아버지와 손자라는 점, 김좌진 장군의 외증손자가 송일국이라는 닮은 꼴은 묘한 카테고리를 형성하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매년 어머니 김을동 의원과 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의 일환인 청산리 구국대장정에 나서고 있는 그다. 하지만 송일국은 가족 얘기에는 말을 아꼈다. 사실 송일국이 배우 겸 국회의원 김을동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송일국이 대중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2005년 정도부터이고, 송일국은 굳이 자신이 김을동의 아들임을 알리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송일국에 대해 효자라는 소문과 동시에 '마마보이'라는 일부의 시각도 나돌았다.
"효자와 마마보이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한다. 신경쓰지 않는다. 효자로 보는 사람은 효자로 볼 것이다. 나는 둘 다 아니다. 어머니는 그동안 야단을 친 적이 한 번도 없다. 학창시절 시험 전날 내가 TV 앞에 앉아 있을 때에도 야단치지 않았다.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내가 비뚤게 나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자식에 대한 끝없는 어머니의 신뢰다.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게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그 신뢰는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배우 송일국 ⓒ송희진 기자 songhj@
어쩌면 '모범학생 일국씨'라는 이미지는 송일국을 에워싼 울타리일 수도 있을 터. 송일국 주변인에 따르면 길을 걷다가 무심코 휴지를 버렸는데 휴지를 버리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한 시간 동안 설교를 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또한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는 언제나 그의 지적대상이며, 노트북 소프트웨어의 정품사용은 그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송일국은 "과장된 부분도 있다"며 "내가 연예인이어서가 아니다. 공인은 그만큼 혜택을 받고 그 혜택만큼 모범이 되도록 노력할 뿐이다"고 말했다.
TV 수목극은 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MBC에서는 김명민이 주연하는 '베토벤 바이러스'를 선보일 예정이고, SBS는 박신양을 내세운 '바람의 화원'이 접전을 기다리고 있다. 방송계에서는 송일국 김명민 박신양이라는 세 명의 '멋진 배우'가 벌일 9월 수목극 대전을 가슴 졸이며 기다리고 있다.
대전을 앞둔 송일국의 속내는 어떨까. 오히려 두 작품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되묻는다. 송일국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하늘의 뜻에 맡기겠다".
배우 송일국 ⓒ송희진 기자 songh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