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크섬' 김광규 "코미디는 내 총알 중 하나"(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08.09.05 10:28


아이고 김과장님. 3박4일 봉사활동 가신다더니 표류가 웬말입니까. 이제야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는 '크크섬'은 지내실만 하신지요. 미남미녀가 우글우글한 가운데서도 중년의 김과장님은 유독 돋보이십니다.


무인도 생활 와중에서도 늘 고운 화장과 깔끔한 옷으로 나다니는 부하 직원들은 '크크섬'보다 더 미스터리한데, 역시 김과장님의 생활밀착 디테일은 최곱니다. 닳도록 입고계신 파란 추리닝에 구멍이 뚫릴 무렵이면 뭍에서 만나뵐 수 있는 겁니까?


그를 만난 감격에 주절주절 떠들었건만 돌아온 우리 김과장님의 겸손하기 그지없는 대답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시키는 대로 하는 것뿐이에요."


너무 망가진다고? 이제 시작이에요

MBC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의 여러 웃음폭탄 캐릭터 중에서도 돋보이는 이가 바로 '김과장' 김광규다. 극중 김과장은 40대 기러기 아빠. 만년과장 신세에 불안감을 느끼고 파벌과 라인 만들기에 골몰하는 '처세'의 달인이다. 무인도에 버려진 뒤 늘어진 '난닝구'와 파란 추리닝 차림을 고집하며 온몸으로 피로를 호소하는 그를 보는 것만으로 웃음이 다 나온다.


"시트콤에서 너무 망가진다구요? 에이, 이제 시작이죠. 앞으로도 기꺼이 합니다. 시켜만 주신다면 더 망가질 수도 있죠. 모두 저를 코미디 배우로만 생각하신다지만,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코믹 연기로만 승부하겠다는 생각도 안해요. 코미디란 내가 가진 총알 열 개 중에 하나에 불과한 거니까요. 그저 열심히 하는 마음으로, 주어진 역할을 해나가는 것뿐이에요.

파란 추리닝이야 뭐, 원래 제가 옷 많이 갈아입는 걸 별로 좋아하질 않아요. 다른 옷도 많이 준비했는데 다들 '추리닝이 잘 어울린다'고 하셔서 넘어갔습니다. 저라도 3박4일 출장이면 갈아입을 옷 하나에 추리닝 하나만 챙겨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섭섭한 거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좋아요. 여름엔 더웠는데 9월 되니까 추리닝 긴팔이 '딱'이라니까요. 모기도 덜 물고. 허허. 심형탁이는 200방 물렸다는데, 나는 100방 정도 물렸나?"



마흔한살 총각.. 진지한 멜로물 하고파

그의 생활밀착형 연기는 '크크섬의 비밀' 전에도 이름이 높았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 중 하나는 한예슬 오지호와 함께한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 당시 김광규는 김성민이 연기한 빌리 박의 그림자 같은 비서 공실장 역을 맡아 웃음을 자아냈다. 다시 만난 첫사랑 계주 누님(이미영 분)과의 진한 연애담은 '사이드 로맨스'의 재미를 톡톡하게 맛보게 했다. 그 능청스런 연기 탓일까? 김광규를 극중 인물과 헷갈려하는 팬들이 유난히 많다.

"'환상의 커플'은 참 의미있는 작품이에요. 반응도 좋았고, 지방 촬영이라 정신없는 중에도 참 재미있게 찍었죠. 멜로 연기도 재미있었고. 제가 정말 해보고 싶은 게 바로 멜로물이에요. 코믹한 거 말고, 뭐랄까, 정상적인 거요. 진지한 멜로물.

이번에 제가 기러기 아빠 역할이기는 한데 제가 사실 총각이에요. 주위에서 끊임없이 장가가라고 합니다. 장가가려고 노력은 하는데, 섬에 틀어박혀서 촬영을 하다보니까 이거 원…. 시트콤 끝나면 본격적으로 사람을 많이 만나 보려구요. 제가 머리가 나빠서 두 가지를 동시에 못합니다(웃음). 지금은 연기중이니까 다른 건 못해요."

'크크섬' 결론, 작가 말고는 아무도 몰라

이제 '크크섬의 비밀'도 절반을 넘어섰다. 초여름부터 시작된 김광규의 고생도 이제 끝이 보인다. '크크섬의 비밀'이 저조한 시청률로 아직 고전중이지만 '크크섬'과 '김과장'과 김광규를 사랑하는 시청자들의 열띤 성원은 여전하다. 김광규는 겸손한 모습으로 감사를 전했다.

"무인도에서 숙박하면서 김부장(김선경 분)이랑 신과장(신성우 분)이랑 밥해먹고 놀았던 게 제일 재미있었죠. 모기에 하도 많이 물려서 우리 멤버 중 하나는 스파이더맨 비슷한 괴물이 될 거라는 농담도 하고…. 어쨌든 '크크섬의 비밀' 결론은 알 수가 없습니다. 작가 선생님만 아시겠죠. 아무도 몰라요. 저야 김과장이 빨리 탈출해서 행복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면 좋겠지요.

바라는 게 있다면 고생한 스태프, 연기자들 모두가 고생한 만큼 시청률이 조금만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거에요. 또 다들 사고 없이 건강하게 끝까지 잘 찍었으면 좋겠구요. 물에 잠기는 신이며 절벽에 매달리는 신이며 만만찮은 촬영이 많거든요. 요즘 세상 상황이 우울하잖아요. 힘들고 지친 여러분들께 상쾌한 웃음을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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