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봉진 기자 honggga@
지난 8일 숨진 채 발견된 탤런트 고 안재환(본명 안광성)의 장례식이 11일 열린 가운데 안재환의 아버지 안병관씨가 아들의 죽음에 대한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안씨는 11일 낮 1시30분께 아들의 유골이 안치된 경기 일산 덕양구 벽제동 추모공원 하늘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 아들은 사채 때문에 죽었다"며 강압에 의한 자살 의혹을 제기했다.
안씨는 유서의 글씨가 조잡했다는 점, 경찰 조사에서 확인한 안씨의 유서에 "이렇게밖에 할 수 없다"는 문구가 있었다는 점, 5월께부터 힘든 상황을 맞았다는 점 등을 들며 이같이 주장했다.
안씨는 아들의 사채빚이 40억원에 이른다는 보도를 보고 빚이 그 정도로 많은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고 안재환의 사망 이후 안재환이 수십억의 사채를 끌었다 썼다는 설이 불거지는 등 각종 논란이 있는 가운데 이날 기자회견은 유가족이 처음으로 입장을 밝히는 셈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고 안재환은 8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하계1동의 한 빌라 앞 도로 상에서 주차돼 있던 승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고 안재환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며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에 따르면 고 안재환은 발견 당일로부터 약 10일 전 만취 상태에서 연탄가스를 마시고 중독돼 사망했다는 잠정 소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다음은 안씨의 기자회견 전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 우중에 재환이 때문에 이렇게 나오셔서 고생하시는 걸 생각하면 여러가지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여러가지다. 일방적으로 너무 억울해서, 여러분들에게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싶어서, 관공서분들에게도 호소하고 싶어서다. 잘못된 점이 있더라도 여러가지로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
재환이가 죽어서 시체검안실에 가서 확인할 적에 너무나 참혹한 형상이어서 부모로서 형언할 수 없는 마음이었다. (경찰) 조사실에 가서 조사를 받는데 거기에 유서가 있었다. 유서를 보니 너무나 글이 조잡하다고 할까, 글이 말이 아니다. 소위 말하는 일류대학교 나왔는데 그렇게 성의 없을 수가 없다. 선희에게 쓴 건 그래도 괜찮았지만, 나중에 엄마아빠에게 쓴 건, 글이 아니다.
그걸 보고 넘어갔는데 나중에 집에 와서 생각하니까 이럴 수가 없다는 거다. 자살하려 생각했다면 저한테도 그렇고 정선희에게도 공들여 썼을 텐데 거기에 보니까 갑작스럽게 자살을 하게 되니까 막다른 골목에서 할 수 없이 누가 얘기하는 대로 그대로 받아서 안 쓸 수가 없으니까 그렇게 썼다고 내가 생각했다. 이런 위협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죽지 않을 수 없어서 죽음을 선택한 거라고 생각한다.
유해가 감식해서 올라갔는데 결과가 나오겠지만 그때 내가 자살로, 부모가 인정해서 서류가 올라갔다. 이런 경우 만일 문제가 생기더라도 부모가 인정했으니까 수사기관에서 그대로 처리하면 너무나 억울할 것 같고 자식을 죽인 부모가 되지 않겠나. 그래서 여러분에게 이런 걸 말씀드린다.
단적으로 말씀드리면 재환이가 정말 효자였다. 부모한테 그렇게 잘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자식이 세상이 떠나니까 이렇게 부모로서 마음이 아프다.
문제가 있어서 죽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엔 사채 문제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이렇게 많을 줄 몰랐는데 신문에 보니 40억의 사채를 썼다고 돼 있더라. 재환이가 왜 40억이나 사채를 썼을까 생각했다.
5월 말에 모든 것이 재환이에게 불리했다. 촛불시위에 정선희 문제로 여러 문제가 재환이에게 생겼다. 재환이도 그렇고 선희도 그렇고 많은 고통이 생겼다. 그래도 (빚이 있다면) 이자가 안 나갈 수가 없다. 은행 이자도 그렇고 사채도 그렇고. 그것이 오래 되지 않았다.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아주 곤란하게 된 것이 5월경이었다.
만약 파산 신고를 하면 나중에 벌어서 갚으면 되는 것 아닌가. 우리 재환이도 모를 리 없다. 파산 신고를 해서 능력이 있으니까 충분히 갚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파산 신고도 안하고, 부모를 놔두고, 결혼한 지 1년도 안됐는데 아내를 놔두고 이렇게까지 죽음을 취했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자살이라고 시인은 했는데 이렇게 묻히면 너무나 억울하고 원통해서, 이 자리를 빌어서 이렇게 말씀을 드린다.
'돈 가져와라' '너는 가족도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하면 저 같으면 부모나 자식을 위해서라도 최후의 방법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유서에 보면 '최후에 다른 선택의 길이 없다'고 써 있다. 우리 아이가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그 뒤로 연락이 되지 않고 아주 답답했다. 그래서 신고를 하려고 했는데 우리 아이(정선희)가 연락을 했다는 거다. 그래서 신고를 안 했는데 이렇게 시체로 돌아왔다. 우리 재환이가 돈을 못 갚으니까 압력을 가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재환이가 왜 청춘을 버렸겠나. 결국 재환이가 사채 때문에 죽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한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든간에 나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재환이가 일부러 모든 걸 포기하고, 압력이 없는 데 죽었을 리가 없다. 사채가 없다면 왜 죽었느냐 이런 문제가 되지 않겠나. 저도 여러분과 똑같은 마음이다. 이걸 그대로 넘어가면 제가 서류에 (서명을) 한 거니까 기관에서 그대로 처리를 할 것이다.
그래서 간단하게 여러분에게 이런 점을 호소하고 싶었다. 국민에게도 호소하고 각 기관에도 호소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죄송하다. 감사드린다. 10월 1일 경 감식 결과가 나올 것 같다. 감식 결과에 따르는 게 원칙이지만 제 생각은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