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과 전쟁' 주인공 이주나 이정훈 이시은(왼쪽부터) ⓒ송희진 songhj@
이정훈과 이주나 그리고 이시은, 이름만 들어서는 누군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하지만 KBS 2TV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 주인공이라고 설명하면 "아하"라는 소리가 금방 나온다.
세 사람은 올해로 9년째를 맞은 장수 프로그램 '사랑과 전쟁'에 때로는 바람 피는 남편으로, 때로는 스폰서를 구하는 유부녀로, 때로는 맞바람 피는 주부로 출연해 인연을 맺었다.
이정훈과 이시은이 '사랑과 전쟁'에 부부로 인연을 맺은 것만 세 번이다. 시동생 친구에 성폭행 당한 형수라는 내용으로 처음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영화에서는 바람 피는 남편과 이를 못견뎌하는 부인에게 맞바람을 부추기는 친구로 출연한다.
이주나는 '사랑과 전쟁' 초창기에 출연한 인연으로 영화판에 출연하게 됐다. '스카이 닥터'와 '첼로' 등 몇몇 영화에 출연했던 그녀는 '사랑과 전쟁' 원년 멤버라는 이유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이주나는 남편의 바람에 맞바람으로 응수, 11명의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는 문제적 주부로 출연한다.
이정훈과 이주나, 이시은에게 25일 개봉하는 영화판 '사랑과 전쟁'은 도전이다. MBC 17기 탤런트인 이정훈과 22기인 이시은, 그리고 SBS 1기 탤런트인 이주나는 그동안 정식 배우로 훈련을 쌓고 연기를 해왔지만 재연배우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이주나는 '사랑과 전쟁'에 일찌감치 빠져나와 영화에 도전했지만 큰 빛은 보지 못했다. 이정훈과 이시은은 '사랑과 전쟁'을 KBS의 효자 프로그램으로 만든 1등 공신이지만 원치 않은 유명세를 맛봐야 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이시은은 "'사랑과 전쟁'으로 이름을 얻었으니 '사랑과 전쟁' 배우라는 소리는 좋다"면서도 "하지만 '사랑과 전쟁' 재연배우라는 소리는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시은은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시어머니한테 그러면 안된다'는 소리까지 듣고, 남편과 함께 나가면 불륜처럼 쳐다보는 시선도 기쁘게 받아들였다. 그런 내가 '사랑과 전쟁' 영화판에 빠지면 결코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각오를 밝혔다.
'마지막 승부'에 장동건의 선배로 출연했던 이정훈도 그런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아직 미혼인 그는 한 때 여자친구의 반대로 '사랑과 전쟁' 출연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정훈은 "지금은 우리 나이 때 배우들이 설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다"면서 "그렇기에 이번 영화는 놓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영화 '사랑과 전쟁' 주인공 이주나 이정훈 이시은(왼쪽부터) ⓒ송희진 songhj@
이정훈과 이주나, 이시은은 '사랑과 전쟁' 영화판은 드라마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나는 "조명이나 세트까지 훨씬 고급스럽다"면서 "70분에 담지 못한 이야기까지 모든 것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독한 내용으로 유명한 '사랑과 전쟁'이기에 영화판이 드라마보다 더 수위가 높아야 한다는 것은 암묵적으로 동의한 상태였다. 오히려 이정훈은 "내용이 드라마보다는 수위가 덜해 걱정도 됐다"면서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상상으로 맡기는 장면들이 영화에는 표현된다"고 말했다.
서너 차례 등장하는 베드신은 '사랑과 전쟁'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 세 사람도 베드신 이야기를 숨기지 않았다. 이주나는 "곽기용 감독님이 아무 이유도 없이 벗는 영화를 찍는 사람은 아니다"면서 "최대한 예쁘면서도 이유가 분명한 베드신을 찍었다"고 말했다.
이정훈은 "베드신 후시 녹음을 하는데 민망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며 웃기도 했다.
이시은은 이번 영화의 장점을 "드라마처럼 숨 돌린 틈도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로 꼽았다. 드라마의 장점과 영화의 강점이 모두 담겨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극장판에서는 '사랑과 전쟁' 트레이드마크인 4주간의 조정 기간이 없다는 것도 드라마와의 차이점이다.
이주나는 "결론이 없던 드라마와는 달리 분명한 결론을 냈다"면서 "부부가 함께 보면 여러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과 이주나, 이시은은 이번 영화로 "이제 영화배우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며 웃었다. 재연배우라는 오해와 '사랑과 전쟁' 전문배우라는 편견을 정면으로 돌파한 그들이기에 '배우'라는 표현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