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수 MC 송해(왼쪽) 허참
"당연히 그 자리에는 그 분이 있어야죠."
방송작가와 PD들이 이렇게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의 대표 MC들이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동고동락하며 시청자들과 웃고 울었던 이들은 프로그램의 일등공신. 심지어 '진행자가 바뀌면 안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시청자까지 생길 정도다.
그렇다면 '이 사람이 아니면 절대 안 되는' 프로그램의 트레이드마크 MC는 누가 있을까?
대한민국 원조 국민MC 송해(81)는 이들 중 최고령을 자랑한다. 1988년부터 진행을 맡았으니 21년째. 나른한 일요일 오후 '딩동댕' 소리와 함께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는 KBS1TV '전국노래자랑'을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올려놓으면서 간판 MC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전 국민에게 골고루 사랑받고 있는 '전국노래자랑'의 터줏대감 자리에 눈독을 들이는 MC들도 많았다. 그는 1994년 5개월 동안 자리를 비웠지만 시청률이 급락하고 시청자들의 항의전화가 폭주해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박태호 책임프로듀서는 "송해 선생님의 열정, 카리스마와 노하우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다"며 "'전국노래자랑'의 95%는 '전국노래자랑'의 터줏대감 역할을 한 송해 선생님이 일궈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애환을 고스란히 무대에 올리는 송해의 역할은 전국노래자랑의 콘셉트와 적절하게 맞아떨어졌다. 게다가 적절한 애드립을 섞어 재치 있고 노련하게 진행하는 능력은 연출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송해는 오후 1시 방송을 위해 오전 8시면 어김없이 현장에 나타나 출연자들과 대화하고 전체적인 얼개를 짜기로 유명하다 방송 대본을 외우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만의 스타일에 맞게 각색해서 진행을 하기 위해서다. 이런 치밀한 준비성은 장수 MC들의 특징이자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의 MC 임성훈 박소현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의 임성훈(58) 박소현(37)도 1998년부터 10년째 호흡을 맞췄고, 500회에 이르는 대기록을 달성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신용환 책임프로듀서는 "진행자로서 이미 연륜이 깊은 임성훈과 톡톡 튀고 발랄한 박소현의 안정된 진행이 프로그램과 잘 어울린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개편시즌마다 간간히 MC 교체설이 흘러나왔지만 기존의 오래 묵은 듯한 느낌과 가족 같은 분위기 덕분에 무마되기 일쑤였다는 후문이다.
이밖에도 KBS 1TV '가족오락관'의 허참(62)은 최장 진행경력자다. 그는 1984년 프로그램이 문을 열 당시부터 24년간 자리를 지켜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다. SBS 'TV 동물농장'의 신동엽도 2001년부터 7년 동안 재치 있는 진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프로그램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간판 MC들을 계속 기용하는 이유는 뭘까.
첫번째는 이미 굳어진 이미지를 통해 친근하고 익숙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프로그램과 MC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친밀한 관계일 경우 이를 최대한 활용해 그 프로그램만의 독특한 분위기 조성할 수 있다.
신 책임프로듀서는 "기존 MC들을 계속 기용하게 되면 정겹고 친근한 느낌을 살릴 수 있다"며 "다른 사람으로 바꾸게 되면 그만큼 빈자리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또 "이미 프로그램의 시청률 성적표가 괜찮을 경우, 특별한 위기의식이 없다면 그대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장수 MC를 통해 프로그램의 확고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