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PIFF집행위원장 "부산영화제, 상업적으론 안간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08.09.24 11:02
ⓒ송희진 songhj@ ⓒ송희진 songhj@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는 한바탕 홍역을 겪었다.

엔니오 모리꼬네 의전 문제부터 영화 'M' 기자회견 파동, 때 아닌 태풍으로 비가 세는 파빌리온 등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숱한 지적이 쏟아졌다. 지적을 위한 지적도 많았으나 애정 어린 질책도 상당했다.


12년을 지나면서 몸짓을 불린 부산영화제가 한 번은 겪었어야할 통과의례였다.

10월2일 열리는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를 반성하는 한편 최근 위축된 한국영화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영화제 준비를 진두지휘하며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김동호 집행위원장을 만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미리 짚어봤다.


-올해 영화제가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지난해는 폭우도 쏟아지고 개막식 때도 차질이 있었다. 올해는 원숙한 영화제가 목표다. 운영면에서 관객에게 더 다가가고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영화제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화제에 여러 질책이 쏟아졌는데.

▶영화제가 끝나고 평가회를 가졌다. 워크샵을 가기도 했으며, 별도로 자문을 받기도 했다. 그 결과 더 관객에 다가가는 영화제를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 기획 홍보가 미흡한 부분이 있어 올해는 대폭 강화했다. 또한 관객이 영화를 더 쉽게 볼 수 있도록 모바일 예매를 실시하고 현장판매를 30% 가량 늘릴 계획이다. 남포동이 상대적으로 영화제에서 소외된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에는 야외무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프로그램을 그쪽에 많이 배치했다.

-60개국 315편이 초청돼 역대 최대 규모인데.

▶타비아니 형제 회고전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개막작을 카자흐스탄 루스템 압드라쉐프 감독의 영화 '스탈린의 선물'로 선정한 것은 새로운 아시아 영화와 감독을 발굴하는 데 역점을 두고자 하는 영화제의 취지에 더 집중한 선택이었다. 극동 아시아 영화 뿐 아니라 중앙아시아 영화를 조명하고 발굴하자는 의도였다.

-이번 영화제에는 특히 한국영화에 초점을 맞춘 부분이 있는데.

▶폐막작을 윤종찬 감독의 '나는 행복합니다'로 선정한 것은 최근 침체기에 있는 한국영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다. '힘내라 한국영화'라는 컨셉트로 한국영화 파노라마와 비전, 뉴커런츠 부분에 총 23편의 한국영화를 소개한다.

'추격자' '우생순' '놈놈놈' 등 올 상반기 화제를 모은 영화들 외에 15편이 월드 프리미어로 이번 영화제에 공개된다. 특히 여성감독 영화가 6편이 상영되는데 이 영화들이 주목할 만하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 성장과 맥을 같이 해 성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한국영화 상황에 일정 부분 역할이 필요한데.

▶물론이다. 영화제도 최근 침체된 상황에 영향을 받고 있다. 단적인 예로 아시안필름마켓에 한국영화 부스가 줄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영화제서는 부산을 통해 한국영화가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와 배려를 주려 한다. 아시아시네마펀드 포럼을 통해 아시아 각국에 있는 영화 펀드를 다 모았다. 이번 기회로 우리 영화와 아시아 펀드가 제휴를 맺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또한 필름마켓에서 프로듀서와 투자자를 만나게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10월2일 영화제 공식상영관이 될 부산영상센터 '두레라움'이 기공식을 갖는데.

▶오랜 숙원 사업이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됐다. 그동안 전용극장이 없어서 비가 오면 속수무책이었고 지장이 많았다. 한국영화의 또 하나 상징이 될 것 같다. 칸영화제 주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보다 더 환상적인 건물이 지어질 것이다.

ⓒ송희진 songhj@ ⓒ송희진 songhj@


-이번 영화제에 눈여겨 볼 작품을 꼽는다면.

▶타비아니 형제 회고전이 주목할 만하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파드레, 파드로네'를 비롯해 그동안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영화들이 선보인다. 한국영화로는 김기영 감독의 '화녀'가 디지털로 복원돼 관객에 선보이게 됐다.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 리덕스'와 특히 한국여성 감독들의 작품이 여자의 눈으로 여자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기대된다.

-부산영화제를 통해 발굴된 지아장커 감독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데.

▶지아장커 감독의 '원더풀 타운'이 뉴커런츠에서 수상한 뒤 세계 각국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정말 보람을 느꼈다. 올해 뉴커런츠 작품 14편도 기대가 크다.

-올해 3회째인 아시안필름마켓이 필름마켓으로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아시안필름마켓은 크게 키우기보다는 내실 있게 집약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발굴하고 파는 정도의 기능을 유지하고, 효율적으로 아시아 영화가 공동제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메인 스폰서 중 하나였던 '빈폴'이 올해는 빠졌는데.

▶2~3억 정도 타격을 받았다. 문물 지원을 받는 것 까지 포함하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5억원 정도 작은 규모로 진행될 것 같다. 때문에 절감 예산을 편성했다. 차제에 대 스폰서의 영향을 받지 않는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재단법인화하는 협의를 정부 여당과 하고 있다. 1000억원 정도 규모의 재단법인을 세우는 것에 대해 인수위원회 때부터 공감을 가졌다. 현재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투자순위에서 밀린 터라 조만간 결정날 것 같지는 않다.

-롯데 자이언츠가 올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서 영화제를 찾는 관객이 감소하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있는데.

▶우리도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보는 중이다. 야구 열기를 영화제로 끌어 올 수 있는 방법도 생각 중이다.

-부산을 소재로 한 작품이 영화제 차원에서 기획되고 있다는데.

▶아시아 거장 감독들과 부산을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것을 추진 중이다. 기타노 다케시, 지아장커 등과 이야기 중이다. 한국감독도 물론 참여할 계획이다.

-상하이 홍콩 도쿄 방콕 등 아시아 각국 영화제들이 상당히 활발해지고 있는데.

▶내외로 도전을 받고 있다. 좋은 영화를 얼마만큼 발굴할 수 있느냐에 사활이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부산영화제는 상업적으로 갈 생각은 없다. 아시아영화에 역점을 두고, 상업영화보다는 독립영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뉴커런츠를 제외하고 경쟁 부문을 만들 계획도 없다. 다만 올해 부일영화상이 부활하면서 폐막식 진전에 시상식이 열리는 데 영화제와 상승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와 올해 영화제가 차별화될 수 있는 지점을 꼽자면.

▶지난해 개막식에는 대선주자가 갑자기 오고, 때문에 30분 가량 개막식이 지연됐다. 엔니오 모리꼬네가 많은 박수를 받으며 나갈 예정이었으나 그 때문에 지연된 부분이 있다. 일부 인터넷 매체의 오해도 있었고. 금년에는 개막식 행사부터 매끄럽게 할 생각이다. 개막식에 참석한 배우들이 중간에 나가는 문제는 배우들이 얇은 드레스를 입고 야외에 계속 앉아있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영화제의 과제 중 하나이다. 올해는 원숙한 영화제와 한국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게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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