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방향으로 김지훈, 장진영, 장국영, 이은주
배우는 배역을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역할에 충실해서일까 운명일까. 배우의 실제 삶이 자신이 맡은 배역을 닮아가는 경우가 있다.
탤런트 김지훈은 최근 자신이 출연하고 있는 드라마 KBS 2TV '연애결혼' 홈페이지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그는 "신기하게도 박현수 역할을 맡은 이후부터 축농증인지 비염인지로 고생하고 있다"며 "찬바람이 부니까 콧물도 나고 콧소리도 많이 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축농증에 걸려 냄새를 맡지 못하는 이혼전문 변호사 현수 역을 맡은 그가 실제로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것.
위암으로 투병중인 영화배우 장진영도 마찬가지다. 장진영은 지난 17일 서울의 모 종합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위암진단을 받았다. 25일부터 항암치료를 시작한 그는 당분간 치료에만 전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3년 영화 '국화꽃 향기'에서 위암에 걸린 민희재 역을 맡아 열연한 적이 있어 안타까움을 더 했다. 팬들은 "사랑하는 남자를 남기고 떠나는 희재와 같은 비극적인 상황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장진영의 쾌유를 빌었다.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실제 벌어지기도 했다. 장국영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처럼 죽음을 맞았다. 지난 2002년 영화 '이도공간'에서 정신과 의사 역을 맡은 그는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을 연기했다. 그 이듬해 장국영은 홍콩의 한 호텔에서 투신자살을 해 생을 마감했다.
2005년 25살 꽃 다운 나이로 생을 마감한 이은주도 비슷한 케이스다. 이은주는 그동안 출연했던 영화에서 유독 죽는 역을 자주 맡았다. 유작인 '주홍글씨'(2004)외에도 '태극기 휘날리며'(2004), '연애소설'(2004), '하늘정원'(2003), '오!수정(2000), '번지점프를 하다'(2000) 등에서 그는 항상 죽음을 맞았다.
↑신성일-엄앵란 부부, 최수종-하희라 부부(위)와 이서진-김정은 커플, 류승범-공효진 커플(아래)
상대역으로 함께 출연하다가 실제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결혼으로 이어져 평생을 함께 하는 반려자가 되기도 한다.
영화계 대표적인 원로 부부 신성일-엄앵란 커플은 1960년 영화 '로맨스빠빠'에서 첫 만남을 가진 후 '가정교사'(1963), '청춘교실'(1963), '맨발의 청춘'(1964), '학생부부'(1964) 등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추다 64년 영화 같은 결혼식을 올렸다.
연예계 소문난 잉꼬부부 최수종-하희라 커플도 이와 비슷하다. 88년 KBS '젊음의 행진'에서 공동 MC로 처음 만난 이들은 영화 '풀잎 사랑'(1988), 드라마 '있잖아요 비밀이예요'(1990), '너에게로 또다시'(1990) 등에서 줄곧 연인으로 등장해 사랑을 싹틔웠고 1993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차인표-신애라 부부는 94년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를 통해 처음 만났다. 작품 속에서 애틋한 연인 사이로 함께 호흡을 맞운 후 비밀 연애를 해오던 두 사람은 드라마가 끝난 95년 결혼을 발표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가 낳은 커플인 박성웅-신은정도 실제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주무치와 달비 역으로 호흡을 맞췄던 이들은 오는 10월 18일 강원도 홍천에서 웨딩마치를 울린다.
이서진-감정은 커플은 2006년 방영된 SBS 드라마 '연인'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추다가 실제 연인으로 발전했다. 연인 사이임을 인정한 후 이들은 공식 석상에 함께 등장하며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이서진은 김정은이 진행을 맡고 있는 SBS '김정은의 초콜릿' 첫 회에 출연하기도 하고 김정은의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개봉할 당시 적극 홍보에 나서는 등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동갑내기 커플 류승범-공효진은 2001년 이들의 첫 드라마 데뷔작인 SBS '화려한 시절'에 티격태격하는 연인으로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사랑에 빠졌다. 이후 영화 품행제로(2002), '가족의 탄생'(2006)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8년 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꾸준히 사랑을 키워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