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한국영화!"
13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2일 개막한다. 지난 1일 화려한 개막 행사로 기대감을 높인 부산영화제는 이날 해운대 요트경기장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9일간의 영화 축제를 시작한다.
배우 정진영과 김정은이 사회를 맡은 이날 개막식은 그 규모나 위상에서 자타공인 아시아 최고인 부산영화제의 위상을 입증하듯 화려한 축제의 장이 될 전망이다.
개막식 참석을 확답한 국내 배우만 무려 70여명. 폐막작인 '나는 행복합니다'의 현빈, 이보영을 비롯해 안성기, 강수연, 박해일, 김혜수, 이병헌, 공효진, 예지원 등 열거하기 힘들 만큼 많은 스타들이 부산의 밤을 빛낼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인기 높은 일본스타 우에노 주리와 중국의 '4대 소황후' 리샤오루, 미국의 아론 유, 한국계배우 문 블러드 굿, 타이완의 계륜미, 홍콩의 서천우 등 해외 스타들의 참석도 눈길을 끈다.
개막작인 카자흐스탄 루스템 압드라쉐프 감독의 영화 '스탈린의 선물'이 역대 최단 예매기록인 1분30초만에 매진된 상태. 축제의 시작을 함께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생소한 카자흐스탄 영화를 일찌감치 매진시킬 만큼 뜨거운 영화팬들과 함께 불이 꺼지지 않는 부산의 밤이 시작된다.
거듭된 성장, 역대최고 초청작-규모 자랑
지난 1996년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부산영화제는 늘 성장을 거듭해왔다. 첫해 초청된 영화는 29개국 173편. 매번 역대 최고를 경신해 온 초청작 수는 올해도 역대 최다. 총 60개국 315편의 영화가 관객을 찾는다. 월드 프리미어로 처음 선보이는 영화 역시 85편으로 역대 최다다.
화려한 스타들의 개막식이 끝난 자리에는 거장들과의 만남도 준비돼 있다. 부산영화제에 참석하는 '중경삼림', '화양연화'의 왕가위 감독을 비롯해 서극, 장위엔, 파올로 타비아니, 얀 트로엘 감독 등은 이름만으로 영화팬들를 설레게 하는 거장들. 필리핀 등 세계영화 변방의 감독들에게도 두루 손길을 내밀었다. '누벨바그의 여신' 안나 카리나는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참석의사를 밝힌 영화제 관계자들도 80명에 육박한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 제프리 길모어 선댄스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각 영화제 집해위원장만도 약 20명에 이른다.
한국영화와 함께 성장.. 새로운 활력 불어넣을까
그러나 양적인 성장 바깥의 고민도 뒤따른다. 수출 감소, 투자 급감, 히트작 감소 등 최근 몇 년간 이어진 한국영화 침체와 영화시장 불황은 가장 무거운 부담이다. 침체의 그림자는 국내 최대의 영화축제인 부산영화제에도 그대로 미친다.
아시아필름마켓에 차려지는 한국영화 부스가 줄었다는 점은 그 단적인 예다. 지난 10여 년, 한국영화의 부흥과 함께한 부산영화제가 영화계의 어려움도 함께 겪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에 아시아 영화와 세계영화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자임했던 부산영화제는 올해 '힘내라 한국영화'를 첫번째 목표로 삼았다. 해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내실을 다지고 침체된 한국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영화 관련 펀드를 한자리에 모으는 아시아필름펀드 포럼과 국내 젊은 프로듀서들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투자자를 찾는 KPIF 등의 행사는 제작 활성화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기획들.
한국영화의 현재를 보여주는 파노라마 섹션에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추격자',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등 상반기 인기작들이 대거 초청됐다. 비전 부문의 한국영화 25편 가운데 15편이 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될 정도다.
부산을 넘어선 전국의 영화팬, 세계의 영화인들이 집결하는 부산영화제가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