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 ⓒ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청년필름의 김조광수 대표는 한국에서 커밍아웃을 한 영화인 중 한 명이다.
김조광수 대표는 '질투는 나의 힘' '분홍신' 등을 만든 충무로의 대표적인 젊은 제작자다. 그는 영화 '후회하지 않아'의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게이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자신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담당한 퀴어 영화 '소년, 소년을 만나다'로 찾았다. 그는 "나는 게이인 것을 한 번도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 게이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서 제2의 영화인의 길을 엿봤다. 6일 오후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해운대의 한 호프집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
- '소년, 소년을 만나다'는 밝은 성격의 퀴어 영화다. 어떻게 연출하게 됐나?
▶지금까지 대표적 퀴어 영화인 '로드무비' '후회하지 않아'는 무겁고 진지했다. 밝고 가벼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남자를 좋아하고, 밝고 명랑하면서 긍정적인 영화를 꿈꿨다. 소수자이기에 어둡고 힘든 사랑을 하는 건 아니다. 나는 성격이 밝고 건강한 게이다.
-오늘이 첫 상영이었다. 떨리지 않았나?
▶너무 떨려서 어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이 영화는 256명이 450만원을 후원해주었고 내가 200만원 을 투자해 총 650만원으로 제작됐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모두 노개런티로 참여했다. 256명은 내 블로그를 통해 적극적으로 후원해준 사람들이다. 그 분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작품은 총 다섯 편의 단편 중 세 번째로 상영됐다. 중간 중간 많이 웃어줬다. 관객과의 대화가 끝 난 후에는 50여 명의 사람이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김혜성은 어떻게 캐스팅했나?
▶이 작품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김혜성을 염두하고 썼다. 김혜성은 여성스럽고 약해보이지만 불처럼 강한 게 있다. 내가 어렸을 때 그랬다. 열 대를 맞으면 한 대는 꼭 때려야 직성이 풀렸다.
하지만 시나리오 완고 후에 바로 제의를 하지는 못했다. 퀴어 영화다 보니 소속사에서 원치 않을 것 같았고, 혜성이가 거절할까봐 걱정됐다. 그래서 신인배우 30명을 오디션 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촬영을 일주일 앞두고 시나리오를 보냈더니 바로 그날 연락이 왔다. 다음날부터 함께 캐릭터 연구도 하고, 술도 마셨다. 친해진 다음에 왜 출연하게 됐냐라고 묻자 언젠간 퀴어 영화를 하고 싶었다고 말 했다. 이어 많은 할리우드 배우가 퀴어 영화로 데뷔를 하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했다. 소속사에서도 김혜성의 의견을 존중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이현진은 어떻게 캐스팅했나?
▶이현진은 좋아했던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에서 엄기준의 동생으로 나왔다. 현진이도 연락한 당 일에 답변이 왔다. 현진이는 겉으로 강해보이지만 조용하고 소극적인 성격이다. '소년, 소년을 만나 다'의 두 주인공의 설정과 두 사람이 성격이 비슷해 너무 만족했다.
-이송희일 감독과는 게이 세계를 표현하는 방법이 다른 것 같다.
▶이송희일 감독은 게이들이 사우나에서 만나 성관계를 맺는 '이반 사우나' 같은 표현을 하는 데 망설이지 않는다. 게이 하류문화도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나는 밝고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고 싶다.
-'소년, 소년을 만나다'를 준비하면서 어떤 조언을 들었나?
▶주위에서 잘생긴 배우들을 데리고 야오이 이미지를 주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 영화를 보고 게이 영화는 판타지라는 생각을 줄 수도 있지만,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게이들의 사랑도 아름 답구나라는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
-제작자로서 감독 데뷔를 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제작자로 오래 있다 보니 예산과 일정에 맞춰야한다는 스트레스가 많았다. 이 영화는 삼일간 촬영됐다. 아침 7시에 모여서 저녁 9시까지 촬영 했는데, 감독이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가령 내가 OK를 한 컷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부족한 부분이 보였다. 제작자를 할 때는 큰 그림을 보았다. 감독에게는 디테일한 부분들이 필요한데 그것이 부족한 것 같다.
-한국 영화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다. 제작자, 감독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영화 시장은 재편되고 있다. 영화시장에 몇 년 전부터 필요 이상의 돈이 흘러들어왔다. 주식시장에 거품이 일면서 영화사들의 우회상장이 줄을 이었다. 결국 재미없는 영화들이 제작됐다. 불필요한 돈들이 빠나가는, 거품이 빠지는 시기라고 본다.
또 관객들이 성숙해져 가고 있다. '후회하지 않아'에서 '원스'까지 독립 영화 작품들이 긍정적인 성 공을 하고 있다. 이제 관객들은 좋은 영화라 하면 블록버스터급이 아니더라도 관람을 한다. 희망이 있다는 증거 아니겠나?
-앞으로도 제작될 퀴어 영화가 있다고 들었다.
▶완벽한 의미의 퀴어 영화는 현재 없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 한편이 제작될 예정이다.
-언제부터인가 게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밝혔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화제작자가 된 후 게이라는 것을 감추었다. 영화제작자는 돈을 투자 받아야하는데, 혹시 나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투자사 직원을 만났는데 호모는 재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그때 그 사람은 내가 게이인 것을 몰랐다. 왜 게이를 싫어하냐는 질문에 호모는 재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게이에 대한 편견이 많음을 느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아'를 준비하면서 남들에게 당당히 알리자라는 결심을 했다. 나중에 주위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주위 사람의 80%가 내가 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또 그동안 영화 제작을 다수 해왔는데 이제는 나의 성향이 문제가 안 되겠지라는 생각도 했다.
-게이의 사랑에 대해 선입견이 많은 것 같다.
▶게이의 사랑이 가볍다는 인식이 많다. 하지만 더 순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게이들은 결혼이 란 제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조건을 따지지 않는다. 사랑만 하면 되기 때문에 더 순수하다. 나도 지금 애인과 3년께 사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