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이제는 내 것을 챙겨야 할 때"(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08.10.14 15:29
ⓒ<최용민 leebean@> ⓒ<최용민 leebean@>


1999년 MBC 베스트극장으로 데뷔한 지 올해로 10년. 이동욱은 하루 아침에 스타덤에 오른 또래 배우들과 달리 잔다리를 밟아가서 지금 위치까지 왔다.


언제나 한 걸음이 모자랐고, 그래서 늘 다음 작품이 궁금했다. '마이걸'로 꽃을 피우나 했더니 후속 작품에서 애써 따온 점수를 깎아먹었다. 그러다 드라마 '달콤한 인생'으로 한 꺼풀을 벗었다.

등락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이동욱은 이번에는 영화 '그 남자의 책 198쪽'(감독 김정권, 제작 DSP미디어)으로 또 한 번 대중의 검증을 받는다.


사실 이동욱의 영화 전력은 신통치 않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기존의 이미지를 반복했거나 더 나아가지 못했다. 다른 환경 탓으로 돌린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보는 것은 스크린 속 이동욱이었다.

이동욱은 이번 작품에 옛 연인이 남긴 추억을 찾으려 도서관을 수시로 드나드는 인물을 맡았다. 여전히 부드러운 남자지만 비밀을 간직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동욱은 과연 이 작품에서 무엇을 찾으려 한 것일까.


-'그 남자의 책 198쪽'을 택한 까닭은.

▶안해 본 장르여서 했다. 이 작품은 사랑이 시작할 때쯤이면 끝난다. 그런 식의 멜로는 해본 적이 없다.

-촬영한 지 1년 여만에 개봉을 하는데 불안하지는 않았나.


▶뭐, 무작정 기다렸다. 하지만 '달콤한 인생'을 찍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초조하지는 않았다.

-드라마에서는 좋은 성과를 거뒀지만 영화에서는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인데.

▶방송쪽 인지도보다 충무로 인지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웰메이드라기보다 상업적인 쪽에 치우친 작품을 했던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과정인 것 같다. '마이걸'을 하게 된 것도 데뷔한 지 6년 만이었다.

-이것저것 계산을 안하고 하는 듯한 느낌도 있는데.

▶'통박'을 안굴리는 건 맞다. 뭘 해야 또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런 것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팬들이나 주변에서도 좀 감독이나 제작자, 투자사 등 이런 것을 좀 보고 하라고도 한다. 내가 개념이 없다고 할까. 그래도 아직까지는 사람이 좋아서 하는 게 좋다. 이번 영화도 감독님을 만나보고 너무 좋은 사람이라 믿음이 갔다.

-'마이걸' 이후 이곳저곳에서 영입 제의를 많이 받았는데 지금 소속사만 고집하는 이유는.

▶인간적인 유대도 있고 일하기 편한 것도 있고. 누가 누구 덕을 본다기보다 같이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 덜 크고 더 못했다기보다 그런 방식, 그런 관계가 내게 맞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함께 출연한 유진이 기자간담회에서 "연예계는 무서운 곳"이라고 했는데 난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잘 모르겠다. 그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마이걸'로 많이 달라졌나.

▶물론. 개런티가 달라졌고 알아보는 사람도 늘었고 외국에도 팬이 생겼다.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안해본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선택할 수가 없었으니. 그러나 이제는 안해본 것에 대한 욕구가 많다.

-한 계단 더 오르고 싶다는 욕심이 이제는 더 커졌을 것 같은데.

▶그렇다. 욕심을 부리자, 내 것 좀 챙기자, 이런 마음이 요즘 생기더라. 예전에는 내 것을 챙기다 보면 '하모니'를 놓치고, '하모니'를 챙기다 보면 내 것을 놓치곤 했다. 분명한 것은 이제는 욕심을 내고, 내 것을 챙겨야 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러빙유' 이후 유진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추는데.

▶둘 다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더라. 그 때는 스스로를 챙기기도 서로 버거웠는데. 나만 해도 주인공으로 책임감이 더 커졌다. 관객들은 뭐가 됐든 스크린에서 나를 보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나에 대한 책임 뿐 아니라 작품에 대한 책임을 함께 생각하게 됐다.

ⓒ<최용민 leebean@> ⓒ<최용민 leebean@>


-로맨틱 코미디 제의도 쏟아졌을 것 같은데 오연수와의 불륜을 그린 '달콤한 인생'을 하더라.

▶'마이걸' 이후 그런 장르 제의가 쏟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 때 이건 피해야지란 생각이 들었다. 금방 바닥이 드러날 테니깐. '달콤한 인생'은 오로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한 작품이기에 아쉬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다.

-'그 남자의 책 198쪽'은 또 사람과의 인연으로 한 작품이라던데.

▶꼭 그것은 아니고. 감독님이 묻더라. '왜 이리 캐스팅하기가 힘드냐고'. 그래서 말했다. 전혀 아니다. 술 한 잔만 먹으면 바로 한다고 했다.(웃음) 감독님과 만나기 전에 예의상 시나리오를 보고 분석을 한 뒤에 간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면 '어, 할 생각이구나'라고 생각하더라. 그런 얼굴을 보고 안한다고 할 수도 없잖나.

-더 여우 같고, 덜 솔직했다면 더 좋아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해봤나.

▶좀 더 여우 같았으면 지금보다 편해졌을 수는 있다. 연기나 돈이나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더 늘었을 수 있다. 하지만 애초 연기한 목표가 아이돌이 되는 게 아니었으니깐. 지금은 군대 갔다와서 30대 이후가 스스로도 궁금하다.

-솔직해서 피해를 보는 케이스다. 촛불 때도 난리가 났었는데.

▶잘 모르겠다. 광우병 시위가 한창일 때 팬카페에 글을 올렸는데 그게 기사화가 됐다. 댓글에 '군대나 다녀와서 나라 걱정해라'고 하더라. '최강로맨스' 때 촬영하다 어디어디를 다쳤다고 했더니 '군대 안가려고 용쓴다'고 하고. 그 이후 아무리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쟤는 까칠한 놈이라는 소리도 듣는다. 하지만 연예인이라고 좋고 싫음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타협을 하지 않고 살겠다는 뜻인가.

▶잘 모르겠다. 예전보다 타협하는 게 늘어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나를 죽이고 둥글둥글하게 살고 싶지는 않다.

-빠르면 내년에는 군대를 가야한다. 잊혀질까 두려움도 있나.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잊혀질까 두려움은 분명히 있다. 뭐, 비정규직 인생이니깐.(웃음) 그래서 계속 기다리는 중이다. 나를 더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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