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보이,신윤복,그리고 김민선.."세상 시선은 중요하지 않아"

전형화 기자  |  2008.10.15 07:00
배우 김민선 ⓒ최용민 기자 leebean@ 배우 김민선 ⓒ최용민 기자 leebean@


김민선은 90년대 쏟아졌던 X세대 스타 중 한 명이었다. '톰보이'로 분류됐던 그녀는 모델로 배우로 다양한 활동을 하며 10년을 보냈다. 멈춰서다 달렸고, 또 멈춰서다 달렸다.


제자리에 머문 적은 없지만 들고 나는 순간은 제법 컸다. 당당함을 내걸었던 시대, 그렇게 시작했기 때문인지, 김민선의 당참을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도 김민선은 당당했다. 스스로에 부끄럽지만 않다면 세상이 자신을 어떻게 봐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최선을 다했냐는 의문이 들었다.


달라지려 했다.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에 출연해 열심히 뛰어다닌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글로 표현했다. 광우병 파동이 절정일 때 그녀의 글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김민선은 하고 있었던 일을,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뿐이었다.

11월13일 개봉하는 '미인도'(감독 전윤수,제작 이룸영화사,영화사참)는 그런 김민선이 택한 영화이다. 김민선은 '미인도'에 남장여자로 자신을 숨기고 살았던 신윤복을 연기했다. 자신이 하고 싶지만 금지됐던 것을, 비로소 하게 된 그녀.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낸 영화 속 신윤복은 그래서 김민선과 닮았다. 김민선이 '미인도'에 올인한 까닭이기도 하다.

배우 김민선 ⓒ최용민 기자 leebean@ 배우 김민선 ⓒ최용민 기자 leebean@


-'미인도'를 하지 못하면 연기 활동을 한동안 접겠다는 말까지 했다던데.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펑펑 울었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남장여인으로 살았던 신윤복이 그동안 눌러왔던 감정에 동화돼 버렸다. 신윤복이 끌어가는 힘이 느껴졌고, 나라면 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해피선데이'는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지만 처음에는 생뚱맞다는 평도 들었는데.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해피 선데이'를 출연하기 전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알려진 이름에 비해 최선을 다했나. 갇혀서 사는 것은 아니었나. 달라지고 싶었고, 그래서 출연하자고 결심한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똑 부러진 이미지였다. 그런 이미지를 벗고 싶었다는 뜻인지.

▶그렇다기 보단 어렸을 때는 내가 할 줄 아는 게 나를 표현하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적게 말하고 불투명하게 하면 나를 애매하게 볼까 두려웠다. 그런 이미지를 벗고 싶었다기 보다는 스스로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연기 뿐 아니라 한동안 사진에도 매진했었는데.

▶처음에는 오기로 연기를 시작했다. 한순간 보여지는 모델과 달리 나를 길게 보여줘야 하는 게 연기니깐. 더 잘해야 한다는 오기가 있었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잘했으면 사진을 그렇게 열심히 찍지 않았을 것이다.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됐다. '미인도'는 배우로서 용기도 필요 했을 테고. 왜 지금 '미인도'를 선택한 것인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동안 나를 꽉 잡고 살아왔던 게 모든 게 허무해지더라. 나를 뒤돌아보게 되고. '해피선데이'도 그래서 선택한 것이고. 그래도 배우니깐 내 작품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미인도'를 나 아닌 다른 배우가 하면 되게 아쉬울 것 같았다.

-베드신에 대한 부담도 상당 했을 텐데.

▶베드신을 불사하고 한 것은 그만큼 좋아서 한 것이다. 감독님이 우리 베드신은 아름다운 영상과 정서가 담겨 있는 게 장점이라고 하셨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미인도'에서 베드신은 각각 다른 정서를 담는다. 애틋한 감정과 애증이 각각 드러나야 했는데.

▶눈 이나 말로 표정으로 연기하는 것과 몸으로 연기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 단지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할 뿐이다. 좋은 장면이 나 올 거란 믿음이 있었다.

다만 마음먹기가 힘들었을 뿐. 기술적인 것은 처음 해보는 것이라 감독님이 많이 도와줬다. 상대역 김남길씨와.

-본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꾹 눌렸다가 점차 하고 싶은 것에 눈뜨는 극 중 신윤복과 배우 김민선은 서로 닮은 것도 같은데.

▶내 안에 윤복을 못 찾았으면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내 안의 어떤 녀석이 계속 울더라.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걱정이 뒤따랐을 것 같은데.

▶내가 좋아하는 단어는 열정, 도전, 설레임이다. 도전 하지 않는 삶은 죽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내 선택으로 내 가족이 상처 받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그것만을 강조해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걱정된다. 그래서 아버지가 가장 중요하고 무서운 관객이다. 그래도 이해해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래도 소재가 같다보니 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비교가 빠질 수 없는데.

▶재료가 같다고 요리가 같을 수는 없다. '미인도'를 '바람의 화원'의 영화판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또 배우가 다르니까 당연히 표현도 다르다. '바람의 화원'을 1회부터 봤는데 잘됐으면 좋겠다. 윈윈 할 수 있다. 또 문근영은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 후배인데.

-신윤복이 김홍도를 동경하고 넘어서고 싶어했던 것처럼 배우로서 롤 모델이 있다면.

▶니콜 키드먼. 그녀는 여린듯하지만 강하고 야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야하다.

-그렇게 되고 싶다는 뜻인가.

▶섹시함이 없다면 남자도 여자도 배우로서 매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김민선이 벗었다는 게 마케팅의 가장 큰 요소이다. 싫지는 않나.

▶가리고 간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정면 승부가 좋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그런 것이 아니니까. 기우라면 '미인도'가 그런 영화라고 생각하는 것일 뿐. 분명한 건 불필요한 베드신은 없었다.

배우 김민선 ⓒ최용민 기자 leebean@ 배우 김민선 ⓒ최용민 기자 leebean@


-하고 싶은 말과 해야 할 말이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 같은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실어증까지는 아니더라도 단어를 많이 잃어버렸다. 그래서 책을 일부러 많이 읽었다. 단어를 떠올리려고. 아직도 단어를 많이 찾고 있다.

-광우병 파동 때 글을 올리고 큰 파문이 있었다. 후회한 적은 없나.

▶후회나 걱정은 없었다. 글을 읽었으면 알지만 처음부터 난 모자라고 대단하거나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글에는 요지가 있고 표현을 초등학교 때부터 배운 은유법을 사용했을 뿐이다. 그것을 한 단어로 일축해 규정하는 분들이 아쉬울 뿐이다.

내가 잘못을 해서 주목을 받았다면 아파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내가 잘못이 없는데 아파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당시 아버지도 놀라서 전화하셨는데 내 생각을 말씀 드렸다. 글을 내리라는 지인들의 전화가 100번도 넘게 왔지만 우리 가족을 위해서라도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또 연예인으로서 주위에 영향을 미치고 싶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 삶을 열심히 살고 싶을 뿐 누군가에 영향을 주고 싶어서 무슨 일을 하려 하지는 않는다. 내 삶이 좋아 보인다면 영향을 줄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이 직업이 위험한 직업이기도 하다.

-'미인도'를 하고 난 뒤 남는 게 있다면.

▶자신감이 남을 것 같다. 그동안 가다가 브레이크가 걸리던 인생이었다. 내가 잘했든, 남들이 오해했든, 난 그 모든 것을 몸으로 흡수했다. 그런 경험 때문에 부나비처럼 촛불에 탈 줄 뻔히 알면서 달려들지 못했다. 하지만 '미인도'를 하고 누가 뭐라 해도 최선을 다했기에 또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연기를 시작한지 10년째인데 후회나 아쉬움은 없나.

▶후회도 있고 아쉬움도 있다. 만일 만족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난 처음부터 열성인자였다. 열성인자인 것을 알기에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콤플렉스도 많다. 다만 콤플렉스를 장점으로 바꾸려고 노력할 뿐이다.

배우 김민선 ⓒ최용민 기자 leebean@ 배우 김민선 ⓒ최용민 기자 leeb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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