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바', 음악+영상+스토리가 화음을 만들다①

[★리포트]'베토벤 바이러스' 전격 해부

김겨울 기자  |  2008.10.15 11:26


MBC'베토벤 바이러스'의 중독성이 전국을 강타 중이다. 타사의 대작들인 KBS 2TV '바람의 나라'와 SBS '바람의 화원'을 쓰러뜨리고 굳건히 1위에 올라섰다. 방송 전에 내부에서는 '베토벤 바이러스'를 '버린 카드'라고 부를 정도로 기대감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베토벤 바이러스'는 뜨거운 로맨스나 불륜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는 것도 아니다. 또한 그간 인기를 끌어왔던 병원이나 방송가도 아닌 대중들에게 생소한 클래식이 소재인 것도 감점 요인인 셈이다.

그러나 강마에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대중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악, '어, 어디서 들어 봤더라.'

'베토벤 바이러스'는 대중들이 한번 쯤 들어봤을 법한 친숙한 곡을 적절히 섞어 클래식의 높은 벽을 없앴다는 평이다.


강마에(김명민)가 처음으로 프로젝트 단원들과 연습했던 곡은 주페의 '경기병 서곡'으로 '딴따라 딴따라 딴다단'으로 경쾌한 리듬감이 돋보여 퀴즈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곡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플루트 전공의 고등학생 하이든(현쥬니)이 전직 서울시향 수석 오보이스트이자 치매 노인인 김갑용(이순재)을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이 등장한다.

또한 어려운 클래식 곡을 록이나 다른 장르로 편곡하기도 한다. 강마에가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 등장하는 곡은 베토벤의 '교향곡 5번 C단조 op.67 운명 1악장'을 편곡한 버전이다.

극 중 전자바이올리니스트로 등장하는 주연과 주희가 가끔 선보이는 곡들 역시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3악장' 등을 편곡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영상, '아, 오보에 연주자의 땀방울이 보인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화면은 오보에 연주자인 이순재의 땀방울까지 잡아낼 정도로 섬세하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메가폰을 잡은 이재규 감독은 전작 '패션 70's'과 '다모'에서 화려한 영상미로 시선을 사로잡은 바 있다.

그의 연출력이 빛을 발휘된 걸까. 이재규 감독은 음악을 그저 연주하는 것만이 아닌 음악을 연주하는 속도와 방법, 기분에 따라서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음을 알려줬다.

그래서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고 있으면 트럼펫 연주가인 배용기(박철민)의 킁킁거리는 콧소리가 느껴지는가 하면, 귀가 안 들리는 두루미(이지아)의 안타까운 연주가 들린다.

특히 강마에가 단원들을 데리고 푸른 초원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는 비현실적인 상상 장면이나 물속 연주 장면은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과 더불어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스토리, '저는 아줌마가 아니라 정희연이라고요.'

'베토벤 바이러스'는 알토란 같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엮여 있다. 얼핏 보면 강마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 간의 이야기로만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음악을 통해 그들만의 파랑새를 찾는다.

음대를 나왔지만 오케스트라에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다는 정희연(송옥숙)은 첼로를 구입하고 제 2의 인생에 나선다. 정희연은 "저는 아줌마가 아니라 정희연이라고요"라며 자신의 잃어버린 이름을 불러달라 성을 낸다.

서울시향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다 정년이 된 김갑용은 치매를 인정하지 못한다. 그에게 오보에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삶이고 기쁨이다.

재능을 모르고 그저 밥벌이로 택했던 교통경찰관인 음악 천재 강건우(장근석)는 강마에를 만나며 음악이 자신에게 얼마나 절실한지 깨닫는다. 그리고 잘할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것임도.

'베토벤 바이러스'는 비주류의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운 현실에 맞서 음악이라는 도구를 통해 세대와 성을 초월한 우정과 사랑 그리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줌으로써 대중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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