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마에만 있나? '베바' 조연들의 자기소개서③

[★리포트]'베토벤 바이러스' 전격 해부

김겨울 기자  |  2008.10.15 11:27


일찍이 1767년 루소는 오케스트라에 대해 "여러 가지 악기의 집합체"라고 정의했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오케스트라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는 만큼 태생 자체가 다양한 이야기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들이 '베토벤 바이러스'에 강마에, 강건우만 있는 것이 아니라며 반박하러 나섰다.(자기소개 형식으로 각색했습니다.)

트럼펫 연주가 배용기 역 박철민


헛헛. 저보고 지금 자기소개를 하란 말입니까. 헛헛. 이거 준비도 전혀 안됐는데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헛헛. 내가 일등이야. 잠깐만요. 헛헛. 그니까 저는 석란 시향의 연구 단원으로서 예전에 '석란의 밤'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트럼펫 2번 주자로서 아니 그냥 수석이라고 써요. 건우가 요즘 지휘 공부하는 거 같은데.(말을 흘린다)

좋아하는 곡은 당연히 우리 하이든 선생님이 만드신 고명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돋보이는 '트럼펫 콘체르토 3악장'이지. 그렇고 말고. 헛헛. 그 말도 안통하고 상식도 통하지 않는 강마에 때문에 지금 연구 단원을 하고 있지만 내가 카바레에서 잘 나갈 때만해도 A급 아니 특급 연주가였는데.(잠시 회상하다) 색소폰 용기하면 아줌마들이 지금 이 자리부터 동대문, 종로를 돌아 서울 다섯 바퀴 정도 돈 달까. 헛헛.


오보에 연주가 김갑용 역 이순재

그니까 내 소개를 할 것 같으면. 일류 음대를 졸업하고 서울시향에서 30년 넘게 오보에를 연주해 온 김갑용이올씨다. 내가 서울시향을 57세에 그만뒀지. 그래도 실력은 아직 쓸 만하다우. 나는 내 첫 연주였던 모차르트의 '오보에 협주곡 C장조 KV 314 1악장'을 연주할 때면 그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은 설렘을 느낀다오.

그런 내 마음도 모르고 늙으면 다 집에서 쉬라고? 다행히 석란 시향이 날 받아주긴 했는데. 강마에가 나보고 진단서를 요구하더라고. 내가 치매가 있다는데 난 믿기지 않아. 봐. 정신이 멀쩡하잖아.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쥬니를 도와주고 싶어. 그 녀석 씩씩한 척하는 데 맹탕이야. 학교를 들어 가야하는데..원(잠시 딴 곳을 응시한다)


첼로 연주가 정희연 역 송옥숙

제 이름은 정희연이예요. 정희연이라고 이름 나가죠? 음대를 졸업하고 아픈 시어머니 병 수발하느라 수험생 아들, 딸 공부시키느라 남편은 또 오죽 볶아대는지.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첼로도 잊고 그렇게 살았는데 어느 날 오케스트라 모집 공고를 본 거예요.

제 인생 딱 한 번 반란이었어요. 죽기 전에 딱 한번만 오케스트라 해보고 싶었어요. 그거 죄는 아니잖아요. 시어머니 돌아가시고 남은 돈으로 첼로를 샀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혹시 보셨어요? 제가 첼로 솔로 연주했던 거. 그 장면은 녹화해 뒀는데 볼 때마다 눈물이 나더라고요.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풀루트 연주가 하이든 역 현쥬니

뭐라고요? 내 소개를 하라고요? 이거 하면 돈 줘요? 내가 이런 걸 왜 해. (김갑용) 할아버지가 하랬다고요? 그러던지 말던지. 글믄 빨리하고 끝내요. 쳇. 예고 다니다가 중퇴, 플루트 연주자. 됐죠. 석란 시향 사람들 맘에는 안 들지만 돈만 주면 뭐 할만 해요. 강마에가 제일 짱나!

예고 다니다가 왜 중퇴를 했냐고요? 그걸 왜 물어. 돈 없어서 중퇴했다. 어쩔래? 짱나. 돈 없으면 음악도 하면 안되냐? (괴성을 지른다) 노친네 왜 나한테 이런 걸 하라고 해서 기분만 잡치게 하는 거야.

콘트라베이스 연주가 박혁권 역 정석용

(어색하게)두루미의 음대 선배로 처음 오케스트라를 맞게 맞게게 (더듬으며) 됐습니다. 에이 어렵다. 그냥 편하게 할게요. 사실 음악이란 게 돈벌이도 어렵고 사실 아내와 딸 생각하면 가끔 내가 뭐 하나 싶죠. 간간히 부모님한테 용돈도 넣어드려야 하는데 여력이 안되니 원.

그래도 예전 회사는 못 다니겠더라고요. 후배 놈한테 승진에서 한 번 밀렸거든요. 일부러 쿨하게 후배 승진 파티까지 우리 집에서 열어줬건만 해도 해도 이 자식이 정말 (삐리리) 했으니깐. 에휴. 지금은 뭐.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눈치 안보고 하니 마음은 편해요. 그리고 흠. 앞에서는 툴툴 거려도 늘 응원해주는 아내에게 고마워요.

세계정상급 천재 지휘자 정명환 역 김영민

어? 나는 강마에 오케스트라 소속이 아닌데. 잘못 오셨나? 내 소개를 해달라고. 흠.. 나에 대해서라.. 큭큭 사실 강마에가 속고 있지. 그 녀석 나를 쥐뿔도 아닌 사람 취급하면서도 내가 천재인 줄 알고 겁먹는데. 하하.

심사위원한테 싫은 소리해서 마이너스 10점, 인사 잘 안 해 10점 감점 당하는 강마에를 못 이기면 내가 바보게. 그래도 강마에가 제자 하나는 잘 키웠더군. 강건우말야. 탐은 나지만 어쩌겠어. 지가 지 스승한테 가겠다는데. (비서가 달려온다. 비행기 시간이 다됐다며.) 어. 난 가봐야겠어. 그럼 이만. 소개가 됐을라나 모르겠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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