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공효진 손예진 김민선 김옥빈>
올 가을 여배우들의 변신이 계속되고 있다. 콤플렉스로 점철된 못난이부터 자유 연애주의자에 파격 노출까지, 여배우들의 다양한 캐릭터가 봇물이 터진 듯 쏟아지고 있다.
배우들의 이미지 변신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여배우들의 잇단 캐릭터 변신은 그녀들의 전력을 비교할 때 놀라운 일인 것만은 사실이다.
16일 개봉한 '미쓰 홍당무'는 공효진의 변신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공효진은 이 작품에서 흥분하면 얼굴이 빨개지는 여인을 맡았다. 고교시절 은사를 짝사랑해 같은 학교 선생님이 되서도 스토킹에 가까운 애정 행각을 펼친다.
스타일리스트로 꼽히던 공효진은 '미쓰 홍당무'에서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졌다. 머리도 감지 않고, 돈을 아끼려 학교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여자로 등장한다. 그녀의 연기는 맞춤 캐스팅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을 만큼 완벽에 가까웠다.
패션모델로 시작해 10년 동안 진정성 있는 작품에 주로 참여했던 공효진으로서는 엽기 캐릭터는 큰 모험이었다. 그리고 잘 수행해냈다.
한 때 눈물의 여왕이라고 불리던 손예진은 최근작을 통해 잇따라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연애시대'를 통해 발랄한 이미지를 안착시킨 그녀는 보일 듯 말듯 한 섹시한 이미지를 '아내가 결혼했다'를 통해 한층 부각시켰다.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손예진은 두 남편을 거느리는 자유 연애주의자로 출연한다. 성(性)에 한 없이 자유로운 여인으로 등장하는 터라 성을 소재로 한 입담이 상당한 수준이다.
베드신 또한 특정 부위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손예진이 전작에서 선보였던 베드신 중에서는 가장 수위가 높았다. 무엇보다 손예진은 이번 작품에서 기존의 이미지를 깨지 않은 채 한층 섹시함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두 남편을 거느리는 설정이 관객, 특히 남성 관객에 거부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손예진이라면 정당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필요했다. 때문에 손예진은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그 어떤 작품보다 예쁘게 화면에 등장한다.
톰보이 이미지로 연예 활동을 시작한 김민선도 변신의 대열에 합류했다. 조선 중기 천재 화가 신윤복이 남장여인이었다는 설정인 '미인도'에 김민선은 신윤복 역을 맡았다.
김민선의 노출이 화제가 되고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기존 남성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여성성을 강조하는 역을 연기했다는 점이다. 남장여인으로 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꾹 누르고 살았던 '미인도' 속 신윤복의 모습이 김민선과 겹쳐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는 '쌍화점'과 '박쥐'의 송지효와 김옥빈 또한 자신의 기존 이미지에 도전장을 던진 배우들이다. 고려말 공민왕의 왕비로 등장하는 송지효는 왕과 호위무사 사이의 아슬아슬한 사랑을 연기했다.
말괄량이 이미지였던 송지효는 '쌍화점'에서 조인성과 베드신까지 도전하면서 본격적인 성인 연기에 도전장을 던졌다.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한 도시 처녀 이미지를 선보였던 김옥빈 또한 '박쥐'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앞서 촬영한 '1724 기방난동사건'에 조선 최고의 기생으로 출연한 김옥빈은 '박쥐'에서는 흡혈귀에 몸을 내던지는 유부녀로 출연한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의 파격 변신을 이끌었던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에 김옥빈의 변신이 기대된다.
스크린 뿐 아니라 브라운관에서 여배우들의 변신도 한창이다.
화제를 모으고 있는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 문근영이 남장여인 역을 맡아 절찬을 받고 있다. 여신 이미지를 간직한 김태희는 내년 방영 예정인 드라마 '아이리스'에 첩보원 역을 맡아 액션 연기에 도전한다.
여배우들의 변신이 계속되기에 당분간 관객들의 보는 즐거움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