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기 ⓒ홍봉진 기자 honggga@
"'예능인' 조형기가 아니라 연기자, 배우 조형기로 기억되고 싶다."
오해였다. '연기자' 조형기를 '예능인' 조형기로 본 것은. 1982년 MBC 공채 15기 탤런트로 연예계에 발을 내딛은 조형기는 그 해 '시장사람들'이란 MBC 드라마로 연기생활을 시작, '사랑과 야망' '엄마의 바다' '사랑을 그대 품 안에' '모래시계' '야인시대' 등 30편 가까운 드라마에 출연했다.
조형기는 또한 '마누라 죽이기' '투캅스' 등 7편의 영화에서도 특유의 너스레를 떨며 '연기자 조형기'를 대중에 각인시켰다.
그런데 그런 '연기자' 조형기가 어느새 예능프로그램을 주름잡으며 '예능인'의 면모를 보이자 그가 이제 연기를 접고 예능으로 발길을 돌린 것 아니가 하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사실 그의 '예능 적응력'은 그를 '예능인'으로서 세상에 알리는데 차고 넘쳤다.
실제 1989년 MBC 미니시리즈 '완장'으로 우수연기자상을 수상했던 조형기는 근 20년 가까이 상복이 없다가 2007년 MBC 방송연예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는데 드라마 부문이 아닌 쇼버라이어티 부문이었다. 이 정도면 그가 예능에 전념하고 있다고 오해를 사기 충분했다. 조형기를 지난 21일 경기 일산 SBS 탄현제작센터에서 만났다.
"히딩크가 '나는 아직도 배고프다'라고 했던가?"
SBS '이재룡 정은아의 좋은 아침' 녹화장에서 만난 조형기는 히딩크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나는 아직 연기에 배고프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집에서 '개그야' 볼 때 나는 하나도 안 웃기는데 내 아들 놈은 옆에서 재밌다고 깔깔거린다. 나는 '무한도전'이나 '개그야'가 재미없다."
잘나가는 '예능인'이라서 그랬을까. 그런데 조형기는 '예능인'도 '연기자'도 아닌 평범한 50대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뜻과 달리 자신이 '예능인'으로 빛을 발하고 있는 이유를 나름대로 풀어냈다.
"내 또래인 40~50대들한테 가슴에 와 닿은 얘기를 하니까 그런 것 아니겠나. 예능만 한다고 여겨지는 것은 내가 하는 예능프로그램이 '일밤'처럼 장수프로라 더 그런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조형기의 '예능감각'은 '오버'에서 오는 게 아니다. SBS '샴페인' 같은 예능프로그램에서 그는 꾸밈없이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스스로 겪은 그대로를. 물론 특유의 맛깔 나는 말재주는 빼놓으면 섭섭하다.
"가령 프로그램에서 70년대를 회상하는 장면이나 부부 얘기 같은 것은 꾸며낼 필요도 없이 내가 나이 50 먹을 때까지 경험한 걸 그대로 얘기하는 거다."
조형기는 인터뷰 내내 자신은 '연기자'라고 강조했다. '드라마 전성시대'라고 할 만큼 방송3사의 드라마가 넘쳐나는데 왜 그를 '예능'에서밖에 볼 수 없을까. 그는 '개인적인 이유'와 '드라마 제작환경'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요즘 드라마에는 제작비 때문인지 결손 가정이 많다. 그만큼 맡을 수 있는 배역이 줄어들었다. 설사 배역에 아버지, 어머니가 있다고 한들 내 나이가 아버지 역을 하기에는 아직 어리다. 무슨 배역을 맡기 애매한 나이다."
조형기는 언제나 연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비록 '예능'에서 빛을 발하고 있지만 연기에 대한 아쉬움은 큰 것 같았다.
"얼마 전 MBC '에덴의 동쪽‘을 보면서 '아, 연기해야 하는데' 하고 생각했다. 지금도 배역이 들어오면 연기하려고, 라디오 DJ 제의가 들어와도 안하고 있다. 연기를 하면 바쁠텐데 그렇다고 라디오를 녹음할 수는 없지 않나. 아무튼 연기를 위한 여지를 많이 두고 생활하고 있다. 난 예능인 조형기가 아니라 연기자, 배우 조형기로 기억되고 싶다."
조형기 ⓒ홍봉진 기자 hongg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