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무한도전', MBC'황금어장-무릎팍도사 비편',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결혼했어요' (맨 위부터 시계방향)
안 되는 예능 프로그램을 뜨게 하려면 네 가지 요소를 바꾸면 된다. 캐릭터를 바꾸거나 포맷을 변경하거나 미션을 새롭게 하거나 말이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가 추가됐다. 바로 편집이다. 컴퓨터로 자유자재로 편집이 가능해지면서 자막이나 분할 화면, 성우 녹음 등 다양한 코드를 삽입할 수 있게 됐다.
공중파 3사의 화제의 예능 방송의 성공과 실패 이유, 그리고 대안을 짚어봤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결혼했어요'-캐릭터 교체가 대안
'우결'은 남녀가 짝을 지어 결혼 생활을 하는 포맷으로 포맷을 자유자재로 바꾸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미션에도 한계가 있다. 부부끼리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하는 만큼 '아이들 돌보기', '취미 생활 함께 하기', '아내를 위한 이벤트 해주기' 등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는 것.
게다가 커플이 조명되는 만큼 다(多) MC 체제에서 여러 관계로부터 나오는 변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다 MC 체제를 연상케 하는 '개미투어'와 같은 여행을 미션으로 등장케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신 커플들의 캐릭터를 살리지 못한 채 구 커플과 섞어놔 '우결'만의 특징을 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우결'은 캐릭터가 관건이며 캐릭터의 매력도와 지속도, 이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편집 능력 역시 중요한 만큼 캐릭터 교체가 대안이다.
'해피선데이-1박 2일'-캐릭터를 다양하게 미션이 관건.. 포맷 변경은 역효과
'1박2일'은 6명의 개성 있는 스타들이 1박 2일 동안 국내 여행을 간다는 포맷이다. 이들은 야생 버라이어티체험이라는 슬로건 아래 복불복 게임으로 야외에서 취침할 사람을 고르고 힘겹게 산꼭대기에 올라가 고립된 섬 아이들과 축구를 한다. 이들은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하고 백두산 등반을 하는 등 소박함에서 나오는 그들의 감동이 30%가 넘는 시청률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들이 '베이징 올림픽'을 남겨두고 국가 대표선수들과 대결을 하는 등 기본 포맷을 버린 방송에는 여지없이 비난이 쏟아졌다. 또한 이들은 은 초딩, 허당, 국민 일꾼 등 몇 개월 째 같은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어 타사 신생 캐릭터들에 밀리는 형국을 보인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1박2일'이라는 포맷에서 캐릭터 교체는 어렵지만 캐릭터를 다양하게 만들어줄 필요는 있다.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게스트에게도 캐릭터를.. 미션이 승부수
최고 인기를 구가 중인 '패떴'은 이효리, 유재석, 윤종신과 함께 이천희, 박예진 등 신선한 캐릭터의 등용으로 선전 중이다. 예전 X맨 제작진이 다시 뭉쳤다는 명성에 걸맞게 기발한 게임으로 매번 재미를 준다. 하지만 타 방송에 비해 게스트의 출입이 자유로운 데 반해 활용도가 높지 않다.
신혜성이나 박해진, 동방신기 등 게스트로 출연한 연예인들이 기존 캐릭터와 부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종종 비춰지면서 재미를 반감시킨다. 이와 함께 '패떴'에서 중요한 장치로 사용되는 '패밀리가 할 일'이라는 미션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시골 체험이라는 포맷을 가진 '패떴'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강물에서 물고기를 잡고 과수원 농사 외에도 시골 장터 체험이나 해녀 체험 등 다양한 미션도 많지 않을까.
'명랑히어로'- 포맷 변경으로 활력 찾았다
시사코미디라는 타이틀을 갖고 출발했던 '명랑히어로'가 과감하게 포맷을 변경했다. 이경규, 김국진, 박미선, 김구라, 윤종신, 신정환, 김성주, 이하늘이 공동 MC를 맡아 한 주 간에 대한민국 뉴스를 논한다는 포맷이었으나 얼마 되지 않아 태생적 한계를 드러냈다. 전문가도 아닌 이상 연예인이 시사 주제에 대해 매회 토론해 말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공인으로서 지나치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하지만 추석특집으로 시작했던 '두 번 살다'의 포맷은 성공적이란 평가다. 한 인물의 살아 온 삶을 그의 장례식장에서 들리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돌아본다는 포맷이 기존 토크쇼와 최근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이로 인해 '명랑히어로'는 밤 12시라는 늦은 시각에 방송됐는데도 불구하고 시청률 반등에 성공했다.
'해피선데이-스쿨림픽'- 캐릭터는 성공할 뻔 했으나 포맷 자체가 시대를 역행
'스쿨림픽'은 '2008 베이징 올림픽'의 인기를 힘입어 남현희, 차동민 선수 등을 게스트로 스포테인먼트를 보여주려 했던 시도까지는 좋았다. 야구선수 출신 강병규와 건강미인 현영, 엽기녀인 유채영, 야성적 매력을 풍기는 이종수, 멀대 이광수 등 캐릭터끼리 궁합도 좋은 듯 했다. 하지만 옛날 TV를 보는 듯한 식상한 게임은 유치하기 그지없다.
팀원들끼리 책상 좁게 앉기나 고무줄에 인중을 걸고 멀리 가서 공중에 매달린 햄 먹기 등 말초적인 몸 개그는 캐릭터와 캐릭터 간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감정 놀이에 빠진 현 예능 프로그램 코드와는 맞지 않았다. 웃음도 없고 그렇다고 과거 드림팀과 같은 감동도 선사하지 못한 '스쿨림픽'은 5% 이내라는 최악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무한도전'- 캐릭터도 포맷도 미션도.. 편집까지 완벽한 예능 바이블
'무한도전'이 2년 가까이 예능 프로그램의 왕좌를 지켰던 이유는 예능 프로그램의 경쟁 요소인 네 가지를 고루 갖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무한도전'은 박사장, 호통 박, 찮은이 형, 악마까지 다양한 별명으로 박명수 캐릭터만 해도 10여개가 넘는다. 노홍철 역시 돌아이, 노랑머리, 외국인, 사기꾼까지 이 같은 캐릭터 변화를 식상함을 없애도 인물 간의 관계도 다양한 변수를 만든다.
6명의 남자가 도전을 한다는 포맷은 어떤 걸 대입해도 상관없이 포괄적이다. 이들이 진가를 발휘하는 미션 역시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체조와 핸드볼 중계석으로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서는 디자이너로, '전국 체전'에서는 에어로빅으로, '돈을 갖고 튀어라'에서는 서바이벌 게임으로 허를 찌르는 이들의 미션으로 예능계에 지존 공식을 모두 갖췄다. 캐릭터나 미션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편집 역시 이들의 알토란같은 인기 요소다.
'무릎팍도사'- 포맷 바꾸고, 편집으로 홈런!
'황금어장'은 당초 강호동, 정선희, 신정환, 임채무 등이 출연해 사연을 가지고 꽁트를 보여주는 형식이었다. 이는 신동엽과 김원희가 출연했던 '헤이헤이헤이'에서 이미 봤던 포맷으로 식상함을 주기 충분했다. 그랬던 '황금어장'이 한 회로 꽁트에 불과했던 '무릎팍 도사'를 업그레이드 시켜 강호동과 유세윤, 올밴을 투입해 코너로 만들었다.
첫 회 최민수부터 이훈, 이승환, 박진영, 이미연, 박세리 등 걸쭉한 스타들을 대거 출연시킨 섭외력도 대단했지만 무엇보다 포맷이 참신했다. '무릎팍 도사'는 기존 토크쇼와 다르게 스타들이 고민을 상담하기 위해 도사를 찾는다는 포맷으로 스타들의 얼굴조차 강호동 도사를 향해 있다. 이와 함께 중간 중간 삽입되는 산으로 향한다는 그림이나 성우의 구성진 목소리를 섞은 편집, 무언가 말을 하기 전에 과감하게 집중하게 만드는 이 편집은 포맷 토크쇼로서 새로운 장르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