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이 혹독한 가뭄에 허덕이던 10월 극장가를 구했다.
23일 개봉한 손예진 주연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감독 정윤수,제작 주피터필름)가 3일 만에 38만명을 동원했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아내가 결혼했다'가 26일까지 60여 만명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해 2주차에 100만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내가 결혼했다'의 이 같은 흥행 성적은 10월 저조한 흥행 성적을 보였던 한국영화들에 비해 확연한 차이가 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이글아이'보다 앞서 한국영화 자존심을 세웠다.
특히 '아내가 결혼했다'는 계절적인 요인과 구조적인 문제가 복합돼 관객 감소가 뚜렷한 10월 극장 가뭄을 해소해 관계자들을 기쁘게 만들고 있다. 10월 극장가는 '고고70' '모던보이' 등 기대작들의 흥행 실패와 더불어 대학가 중간고사, 단풍 여행 등 외적인 요인으로 객석 점유율이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지난 20일에는 전국 극장가에 13만명 밖에 찾아 않아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하지만 '아내가 결혼했다'의 흥행으로 이 같은 우려는 사그러들고 있다.
'아내가 결혼했다'의 일등공신은 단연 손예진 등 주연배우들에 있다. 원작을 잘 각색하고 연출한 정윤수 감독의 공도 물론이지만 두 남자와 결혼했다는 설정을 관객이 받아들이도록 만든 손예진의 공이 가장 크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손예진은 이 영화에 지금까지 출연작 중 최대 수위의 노출을 불사했으며, 성에 대한 솔직한 입담으로 관객을 무장해제시켰다. 자칫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설정을 손예진의 매력으로 반감시켜 관객이 기꺼이 극장을 찾게 했다.
김주혁 또한 손예진을 사랑해 이중 결혼까지 양보하는 남편 역을 잘 소화해냈다.
'아내가 결혼했다'의 흥행이 충무로에 여인 돌풍을 일으킬지도 관심사이다.
공효진의 활약이 돋보인 '미쓰 홍당무'도 여전히 선전하고 있을 뿐더러 김민선이 신윤복으로 변신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미인도'가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스크린에 거세게 불고 있는 여풍이 과연 극장가에 활력을 계속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