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종합병원2' <사진제공=MBC>
"시청률 경쟁이 무의미한 지경이다."
금융 위기와 함께 탄탄하던 공중파 방송사도 어려움에 빠졌다. 치솟는 환율과 휘청이는 주가에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방송사의 주된 수입원인 광고 물량이 뚝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다.
한 공중파 방송국 관계자는 29일 "광고 물량이 6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방송사 안팎이 흉흉하다"며 "시청률 경쟁이 무의미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절대적인 광고 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광고가 모두 팔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 방송국 편성 관계자는 "비상경영상태"라고 말을 아꼈다.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 측 관계자는 "지난 9월까지는 전년과 비교해 조금 감소했을 뿐 큰 차이가 없었으나 10월 들어 금융위기니 하면서 광고가 줄어들고 있다"며 "그러나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연말께 집계가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최근 이어진 방송 3사의 잇단 드라마 폐지 결정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SBS가 금요드라마를, KBS 2TV는 지난 6월 신설한 일일드라마를 사실상 폐지했다. MBC도 지난 28일 주말특별기획으로 방송될 예정이던 '종합병원2'를 수목극 '베토벤 바이러스'의 후속으로 최종 결정하면서 주말 드라마를 잠정 폐지했다.
MBC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단 잠정적인 중단 결정이지만 수익성 악화를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비싼 제작비를 자랑하는 드라마가 일단 높은 시청률을 담보하지 않는데다, 시청률이 좋아도 광고가 따르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는 여러 편의 드라마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MBC의 경우 아침드라마, 일일 저녁드라마를 제외한 편당 제작비가 모두 1억원을 훌쩍 넘었다. 월화드라마의 경우 2억2900만원에 이르렀다. 이에 비해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평균 1800만원, 쇼·오락프로그램은 평균 2800만원에 불과하다.
방송사들의 경영 악화와 드라마 잇단 폐지 등의 파급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SBS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시청률이 좋아도 광고가 따르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라며 "드라마 폐지 후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출연할 수 있는 작품 자체가 줄면 연기자들의 입지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