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의 러브레터'만이 가질 수 있었던 의미

최문정 기자  |  2008.10.29 17:53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 하차 소식을 밝힌 윤도현 <사진출처=KBS>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 하차 소식을 밝힌 윤도현 <사진출처=KBS>


윤도현이 29일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전격 하차 소식을 전했다. 윤도현의 소속사 측은 이날 "윤도현 밴드의 8집 음반 발매와 전국투어 콘서트에 집중하기 위해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와 KBS 쿨FM '윤도현의 뮤직쇼' 하차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도현의 러브레터'는 MC인 윤도현이 2002년 4월부터 7년 가까이 진행해왔다는 사실을 배제하고도 방송·가요 등에 큰 존재 의미를 갖는 프로그램이었다. 새로운 MC와 함께 다시 태어날 '러브레터'를 기대하며 7년여의 시간 속 '윤도현의 러브레터'가 남긴 의미들을 되돌아본다.

◆ 가수? 컴백하고 싶으면 연락해~


가수 김종국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진행된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 녹화를 통해 2년 만에 첫 복귀 무대를 가졌다. 처음으로 팬들에게 신곡을 선보이는 무대였다.

이날 김종국은 무대를 마친 후 "유난히 '윤도현의 러브레터'는 힘든 무대다"라면서도 "이 무대를 무사히 마쳤으니 앞으로의 활동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국 이외에도 해체 3년 만에 전격 돌아온 혼성 3인조 그룹 쿨도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통해 컴백 무대를 가졌었다. 김동률의 4년 만의 컴백무대도, 양파의 6년 만의 컴백도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통해 이뤄졌다.

이들은 하나 같이 관객 앞에서 노래로 호흡할 수 있는 무대라는 점에 주목하며 "먼저 가수 본연의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컴백무대로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공연 성격이 강한 무대인만큼 가수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무대라는 것이 이유였다.

꼭 '컴백 스페셜'이 아니었어도 무대에 오르는 것 자체로 '스페셜'한 출발을 할 수 있었던 가수들에게 '윤도현의 러브레터'는 설렘의 무대였다.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 <사진출처=KBS>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 <사진출처=KBS>



◆ 본능에 충실한 '고품격 라이브 뮤직 토크쇼'

지난 24일 방송된 '윤도현의 러브레터'에는 뜨거운 감자, 김종국, 아이유, 언니네 이발관 등이 출연했다. 방송 3사의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무대 구성이었다.

이는 다만 24일 방송만의 사례는 아니다. 때로는 "누구~?"라는 의문이 줄을 이을 신예나 언더그라운드의 가수들도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가수는 보통의 음악 프로그램들에서 노래도 좋지만 인기로도 동시에 평가를 받는다. 열창을 해도 잠잠한 객석이 이해는 되면서도 씁쓸함을 남겼다.

그러나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는 MC 윤도현의 소개에 순간 수군거리며 "누구냐"며 웅성거릴지라도 결국은 노래로 평가받는다. 무대 위에 있는 가수가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일지라도 노래만 좋으면 관객은 기립해 함께 뛴다.

이러한 특성에 음악관계자들은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의미를 더했다. '가수'라는 대다수의 출연진과 '노래'라는 그들의 역할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무대는 대형기획사 뿐 아니라 중소 기획사에도 문을 열어두고 음악성 있는 신인들의 패기를 펼치는 무대가 됐다.

'윤도현의 러브레터'는 "대중적인 인기에 치중하지 않고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충분히 자신들의 음악세계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줘 시청자들이 보다 폭넓은 음악적 시야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던 기획의도를 현실로 보였다. 음악으로 소통하던 MC와 출연진, 관객의 모습, 그들의 즐거운 소통이 새삼 눈에 어른거린다.

◆ '윤도현의 러브레터'였기에 가질 수 있었던 의미

"안녕하세요. '윤도현의 러브레터', 윤도현입니다."

윤도현은 무뚝뚝한 듯 툭 던지는 인사로 7년 여간 프로그램의 문을 열었다. 어설픈 듯 무던한 모습으로 프로그램을 이끄는 모습에 관객도 시청자도 웃음으로 함께 했다.

한 프로그램에 자신의 이름을 건다는 것은 명성이나 책임감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연예인이 내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갖는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윤도현은 그런 영광의 위치에 7년 여간 있었다. 그동안 그는 때론 기타를 들고, 또 때론 드럼스틱을 들고 MC를 넘어 음악인의 한 사람으로서 음악으로 소통했으며 때론 대화에 푹 빠진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했다.

가수인 그가 '뮤직토크쇼'의 MC를 한다는 것에 방송 초, 진행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그 우려를 훌쩍 뛰어넘는 장점으로 안방에 음악을 선물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음악인으로서 게스트와 현장의 라이브 음악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모습에는 현장에는 함께 하지 못해도 현장의 에너지는 공유할 수 있었다.

물론 때로 구설수도 있었다. 뜨거워진 논란은 MC인 그를 도마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 무명 끝에 인기를 얻은, 음악을 사랑하는 그였기에 가능했었을 여러 무대만은 인정받았다.

윤도현은 29일 소속사를 통해 "윤도현이라는 나 자신의 이름을 넣은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돼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크다"며 사실 그 동안에도 몇 차례 하차를 고려했으나 국내 최고의 음악프로그램이라는 자부심과 시청자들의 격려와 성원 덕분에 진행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소라에서 윤도현으로 넘어올 때 그랬듯, '러브레터'는 MC 변경과 함께 새로운 음악프로그램으로의 변모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지금까지와 똑같은 모습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러브레터'가 다시 새로운 프로그램, 새로운 MC와 함께 7년여 '윤도현의 러브레터'가 지켰던 빈자리를 더 나은 모습으로 메워주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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