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도 엄마도 아닌, '아내'가 주목받는 이유②

[★리포트]

김현록 기자  |  2008.11.03 13:10
\'일밤\'의 \'세바퀴\'(왼쪽)와 드라마 \'내 인생의 황금기\' '일밤'의 '세바퀴'(왼쪽)와 드라마 '내 인생의 황금기'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케이블 리얼리티쇼 '발칙한 상상-아내가 결혼했다',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 KBS 2TV 아침드라마 '아내와 여자' 등등. 대중문화가 '아내'를 주목하고 있다. 아줌마, 어머니 등으로 불렸던 여성들이 '아내'로 새롭게 주목받는다.


대표적인 작품이 최근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다. "내가 하늘의 별을 따 달라고 그래, 그냥 남편만 하나 더 있으면 된다고"라는 '아내' 손예진의 푸념이 전복적이기보다 코믹하고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MBC 주말드라마 '내 인생의 황금기'에서 문소리는 남편의 바람에 상처를 받고 맞바람을 감행한다. 그러나 이 아내는 당당하다. "그렇다고 맞바람을 피냐"는 이중적인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눈을 똑바로 치켜 뜨고 "나는 일탈이었을 뿐"이라고 털어놓는다.


그 아내의 모습은 전에 없이 당차고 발칙하다. 그러나 그 아내를 향한 영화나 드라마의 시선 역시 전에 없이 너그러워졌다.

'아내'들의 급부상은 대중문화의 소비 주체로 성장하는 여성들과 함께하고 있다. 특히 20∼30대와 40∼50대의 여성은 차별화된 모습으로 대중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20대와 30대 여성은 트렌드에 민감하며 소비를 주도하는 세대다. 최근의 꽃미남 영화 열풍이나 미드 열풍은 이들의 기호에 크게 빚져있다고 연예 관계자들을 말한다. 한 영화 마케터는 "20∼30대 여성들은 탐나는 타깃"이라며 "적극적으로 트렌드를 소비하고, 함께 영화를 보는 남성 관객들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반면 40대와 50대 여성은 TV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점 타깃으로 떠올랐다. 젊은 층의 TV 시청이 점점 줄어드는 요즘, TV는 여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리모콘 주도권을 갖고 있는 40대와 50대 여성은 주요 타깃이다. 젊은 층에 맞춰져 있던 TV 풍속도는 이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트랜디 드라마의 부진과 함께 뜨고 있는 '아내' 시청자들을 노린 작품들은 주 시청층의 바람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이들 작품 속 여주인공들이 더이상 '희생하는' 어머니나 '염치없는' 아줌마가 아니라 당당한 '아내'의 자리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 연예 관계자는 "어머니나 아줌마와 달리 '아내'라는 말에는 소유권이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아저씨는 바람 피워도 상관 없지만, 내 남편은 안된다'는 말처럼 아내라는 단어 자체가 여성과 남성의 분명한 관계와 그 사이의 권리 또는 의무를 함축하고 있다는 뜻이다.

SBS '조강지처 클럽'처럼 노골적이지만 속시원한 불륜 복수극이나 MBC '내 인생 마지막 스캔들' 등 '줌마렐라'를 탄생시킨 아줌마 신데렐라 스토리가 연이어 인기를 모으며 화제가 됐다. 아내들은 남편의 바람기를 더 이상 참지 않으며, 직접 벌을 주고(조강지처 클럽), 맞바람을 피웠다.(내 인생의 황금기)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내들은 첫사랑과 로맨스, 백마탄 연하의 왕자님과의 사랑을 이루는 데까지 나아간다.(조강지처 클럽, 달콤한 인생, 내 인생 마지막 스캔들 등)

아내들의 화끈한 입담으로 일요일 안방에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세바퀴'는 그녀들의 솔직하고도 당당한 면을 포착한다. 함께 출연하는 꽃미남들에게 솔직하게 관심을 표현하고 남편의 뒷담화부터 사랑받는 아내로서의 경험담을 가감 없이 털어놓는 그녀들의 모습은 시청자들로부터 "속이 다 시원하다", "공감 100% 웃음"이란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화제 속에 방송중인 MBC '베토벤 바이러스'도 아내의 반란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는 남편의 바람, 찾아온 첫사랑에 방황하는 데 그쳤던 이전의 아내들과 대비된다. 극중 음대를 졸업하고 첼리스트를 꿈꾸던 아줌마 정희연(송옥숙 분)은 꿈을 찾아 나선 뒤 자신을 '똥덩어리'라 부르던 지휘자에게 정식 단원으로 받아들여진 데 이어, 마지막 장애물과도 같았던 남편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대중문화의 '아내'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 MBC 예능국 관계자는 "중년 여성들의 수다, 여성들의 이야기가 같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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