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생방송 화제집중,가요큰잔치,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MBC
MBC 가을 개편이 제작비가 저렴한 예능 프로그램 위주로 재방송을 늘리는 방향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4일 MBC 편성국에 따르면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 위주로 가을 개편을 구성하며 일부 방송의 폐지 및 시간대 조정, 편성 시간 조정이 있다.
우선 가을 개편 전후로 폐지가 결정된 방송으로는 예능의 경우 '브레인 배틀'과 '가요큰잔치', 시사 교양에서는 '생방송 화제집중', 드라마에서는 주말 심야시간대(오후 10:30~11시30분) 드라마가 있다.
MBC가 이같이 긴축 경영을 하는 데는 지난달 29일 엄기영 MBC 사장이 '사원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광고 매출 상황이 IMF 외환위기 때보다 2배 이상 심각하다"며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호소한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로 '공헌이익(제작비와 광고수익의 차액)'이 흑자를 기록하는 방송이 전체의 20% 정도에 불과한 것을 감안할 때 살아남을 수 있는 방송만 남기겠다는 경제 논리에 입각한 조정인 셈이다.
◆ 불방 제작비를 높여라
MBC 개편을 살펴보면 재방송이 눈에 띄게 늘었다. 10년간 장수 프로그램으로 이어 온 '생방송 화제집중'의 전격 폐지가 결정되면서 이 시간은 재방송으로 대체된다. 폐지된 '브레인 배틀' 역시 시트콤 '그분이 오신다'의 재방송으로 바뀌었다.
오는 9일 토요일 방송되는 재방송은 무려 8개. '무한도전', '스타의 친구를 소개 합니다', 'TV특종 놀라운 세상', '일요일 일요일 밤에', '황금어장', '그분이 오신다',주말드라마 '내 인생의 황금기', 월화드라마 '에덴의 동쪽' 1부와 2부다. 경우에 따라 스포츠 중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지만 예전에 비해 예능 방송의 재방송 비율이 대폭 늘었다.
한 편성국 관계자는 "방송사가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제작비가 줄거나 이익을 높이거나 둘 중 하나다. 재방송이 많으면 아무래도 불방제작비가 높아지면서 결과적으로 이익을 내는 셈이다"라고 밝혔다.
불방제작비란 정규 프로그램이 방영되지 않아 절감된 제작비를 말한다. 재방송이 많아질 경우 별도 제작비를 들일 필요가 없는 만큼 방송사로서는 전체적으로 수익이 생기는 셈이다.
◆ 시청률 효자 종목, 예능에 힘을 실어라
MBC는 예능 방송인 '무한도전'과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 '명랑히어로'를 각각 5분, 5분, 10분씩 편성 시간을 늘렸다. 또한 특별기획드라마 '내 여자'를 마지막으로 심야시간대 드라마가 잠정 폐지되면서 '명랑히어로(오후 10시 30분)'가 시간대를 옮겼다.
'명랑히어로'의 이동에 따라 '개그야(오후 11시 30분)'가 그 시간대를 차지하고 '섹션 TV 연예통신'도 조만간 시간이 바뀔 예정이다. 이외에도 '가요큰잔치'가 폐지되고 신설 가요프로그램이 논의 중인 것 역시 예능 방송에 힘을 실어주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MBC의 경우 아침드라마, 일일 저녁드라마를 제외한 편당 제작비가 모두 1억원을 훌쩍 넘었다. 월화드라마의 경우 2억2900만원에 이르렀다. 이에 비해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평균 1800만원, 쇼·오락 방송은 평균 2800만원에 불과하다.
MBC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드라마의 광고 수주가 높지 않은데 반해 '무한도전'을 비롯한 예능 광고 수주가 높다"고 밝혔다. 당분간 예능 강(强), 드라마 약(弱)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