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위기, "이러다 다 죽는다" 자성 한목소리

최문정 기자  |  2008.11.05 11:24
폐지가 결정된 KBS 2TV 일일극, MBC 주말특별기획, SBS 금요드라마 ⓒ송희진 기자, 임성균 기자 폐지가 결정된 KBS 2TV 일일극, MBC 주말특별기획, SBS 금요드라마 ⓒ송희진 기자, 임성균 기자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2008 가을 개편을 맞아 드라마를 대폭 축소하고 나섰다. 제작비를 줄여 긴축 재정을 하겠다는 입장에 드라마가 선두에서 칼을 맞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방송사 내외에서는 '드라마 위기'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긴축 재정이라는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드라마 축소라는 제일 손쉬운 선택을 한 것 아니냐"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다수의 드라마 관계자는 "이번 일로 드라마의 구조적 폐해가 전면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중요한 변화의 기로에 선 것"이라며 "이러다가는 모두 다 죽는다", "변해야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입지가 좁아진 드라마를 사이에 둔 방송사 내외의 목소리를 통해 변화할 드라마 환경을 예측해 본다.


◆ 방송사 "한류의 지속‥홍콩의 전철을 밟진 않겠다"

"한국 드라마가 홍콩의 전철을 밟을 수는 없다. 한류를 이어갈 수 있도록 위기를 기회로 삼아 쇄신하겠다."


KBS 드라마국의 한 관계자는 국외의 인물로부터 드라마 한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걱정 어린 모습을 보였다. '소림'자를 붙인 작품이 난무하는 등 지나친 자기 복제와 터무니없이 높아진 배우들의 몸값으로 하향세를 그리게 된 홍콩의 선례를 우리가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최근 치러진 국정감사에서도 드라마 제작비와 배우들의 몸값 문제가 도마에 오르는 등 실제 상황 속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던 한국 드라마의 상황을 되새겨보니 이러한 우려가 흘려지기보다 새삼 날카롭게 와 박힌다.

KBS 드라마국의 관계자는 또 "최근 드라마의 변칙 편성 등으로 드라마 환경이 더욱 어려워졌었다. 제작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은 물론 제작 환경도 더욱 팍팍해졌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방송 3사 드라마 국장들이 모여 모든 드라마의 방영 시간이 72분을 넘기지 않도록 협의했다"고 밝혔다.

방송 3사는 방송사간 경쟁 속에 힘든 길을 갈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끊고 드라마 불황을 타개하고 상생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가시화했다. 방송3사가 쇄신을 위해 선택한 드라마 대폭 축소라는 자기 살 깎기가 아픔을 넘어 보람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 배우들 "같이 살아야 한다. 우리부터 변하자"

KBS 탤런트극회 박승규 회장은 두드러지고 있는 드라마 불황 추세에 대해 "현재 배우들의 몸값 현황은 역삼각형이다. 이게 정삼각형으로 되고 더욱 많은 배우들이 활약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해야 모두가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드라마 출연 배우가 소수에만 집중되고 그들이 제작비의 대부분을 출연료로 독식하고 있는 상황 비판과 개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다.

실제로 몇몇 배우는 회당 수 천 만원을 호가하는 출연료를 받아 구설수에 올랐다. 반대로 스타급 소수를 제외한 배우들은 출연할 작품이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가 대폭 축소되며 배우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더 이상 내 몸값 높이기에 신경 쓰다가는 작품 자체가 위험할 상황에 놓여 내 욕심만을 차릴 수 없다"고 말했다.

차승원, 이범수, 김혜수에 최근 KBS 2TV '연애결혼'을 통해 연기자로서 인식을 새롭게 한 김민희까지 배우들은 출연료 자진 삭감 릴레이를 이었다. MBC '에덴의 동쪽'에 출연중인 송승헌은 최근 "내 출연료는 나중에 주셔도 되니 일단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문제없이 원활하게 돌아갔으면 한다"며 출연료를 반납했다.

드라마 위기의 요인 중 하나로 배우들의 몸값이 문제로 제기된 가운데 배우들의 자기반성과 공생에 대한 의지가 필요이자 필수 요건이 됐다.

◆ 외주사 "작품으로 말하고 작품으로 인정받겠다"

"캐스팅이 약하면 편성이 잘 안 되는 경향이 크다. 관심을 모을 수 있을 배우가 출연해야 편성도 수월하고 광고나 협찬도 많이 붙으니 드라마 제작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이 점들이 드라마 환경을 저해한 것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외주제작사가 배우들의 몸값을 지나치게 올린 주범이라며 일부 드라마 관계자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받게 됐다. 외주제작사의 증가와 그들 간의 방송사 잡기를 위한 경쟁이 배우들의 지나친 몸값 상승을 낳으며 드라마 환경을 저해시킨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드라마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드라마의 주역으로 톱스타를 잡기 위해 집중하다보니 배우 개런티가 제작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며 '제작비가 실질적으로 쓰여야할 곳에 쓰이질 않았다'는 비판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이어 "제작비 지출 구조의 특성상 외주제작사에 남는 피해가 너무 컸다. 드라마가 흥행해도 외주제작사는 손해만 남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이제까지는 지상파 방송사에 편성되는데 너무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방송사 편성이나 배우보다 작품 전체의 질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케이블 등 채널도 많이 늘었으니만큼 앞으로 채널보다 작품에 더 집중하겠다. 이를 통해 지상파를 넘어 케이블 방송사까지 모두가 함께 사는 상황을 열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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