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루머 시달리는 슈퍼모델 진짜?

도병욱 기자  |  2008.11.07 07:00
↑AIS 의혹을 사고 있는 제이미 리 커티스(왼쪽)와 나오미 캠벨 ↑AIS 의혹을 사고 있는 제이미 리 커티스(왼쪽)와 나오미 캠벨
현대 미인의 전형으로 여겨지는 모델 체형의 키 크고 날씬한 여성을 무조건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유전자를 따져봤을 때 그 여성이 '남성'일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재방영된 미국 유명 의학 드라마 '하우스'시즌2 '껍질뿐인 미모(Skin Deep)' 에피소드에는 여성으로 살아왔지만 검진 결과 남성으로 밝혀진 15세 패션 모델이 등장한다.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누가 봐도 늘씬하고 예쁜 여성.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그가 남성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 그가 난데없이 폭력적으로 돌변해 병원을 찾았다가 진단받은 병명은 안드로젠 내성 증후군(Androgen Insensitivity Syndrome·AIS).


AIS란 유전자로는 남성(XY)이지만 체내의 남성 호르몬 수용체에 이상이 생겨 외형적으로 여성처럼 보이는 증후군이다.

10만명당 2~5명 정도의 발병 빈도를 보이는 이 증후군에 걸린 환자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심지어 본인조차 자신이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경우가 많을 정도다. 외형적으로는 남성의 성기나 고환도 없다. 다만 자궁이 없어 임신이 불가능하고, 생리를 하지 않는다.


다만 피하지방을 유도하는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적기 때문에 AIS환자들은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일부 유명 스타들이 AIS환자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중성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는 스타일 경우 이 의혹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영화 '트루 라이스'에 출연한 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커티스가 실제로는 남성이라는 루머는 널리 퍼져있다. 심지어 의학계에서도 커티스가 유전자상으로 남성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게다가 1984년 결혼한 커티스가 출산 대신 입양을 선택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 루머는 더욱 커졌다.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보그'와 '타임' 표지를 장식한 영국 출신 흑인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 역시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는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출산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함께 캠벨이 종종 폭력적인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캠벨이 남성이라는 루머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가정부, 공항직원, 경찰관 등을 폭행했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유명 스타 가운데 AIS에 걸렸다는 의혹을 샀다가 이를 해소한 경우도 있다. 이들을 둘러싼 의혹이 해소된 이유는 간단하다. 출산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신디 크로포드. 늘씬한 외모와 각진 얼굴 때문에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달고 다녔던 크로포드는 1999년 아들을 출산하면서 이 의혹을 해소시켰다.

AIS 때문에 아시안게임 메달을 박탈당한 경우도 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800m에서 은메달을 딴 인도의 산티 순다라얀이 비운의 주인공. 순다라얀은 성별감정 결과 AIS인 것으로 확인돼 은메달을 박탈당했다. 순다라얀은 평생 자신이 여성이라고 믿은 채 살아왔다.

이미 사망한지 오래된 역사적인 여성에 대해서도 AIS가 아니냐는 의혹이 따라붙곤 한다. 프랑스를 구한 영웅 잔 다르크와 영국을 강대국으로 키운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대표적인 케이스.

영국의 윈저 공과 세기의 로맨스를 펼친 윌리스 심프슨 역시 AIS에 걸렸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2번이나 결혼했지만 아이를 하나도 갖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1931년 처음 만난 심프슨과 황태자 에드워드는 서로 사랑에 빠지지만, 영국 왕실과 국민은 이혼녀인 심프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에드워드는 1936년 에드워드 8세라는 이름으로 왕위에 올랐지만 심프슨과 결혼을 위해 하야했고, 여생을 윈저 공작으로 살아갔다.

↑AIS 의혹을 벗은 신디 크로포드(왼쪽)와 AIS로 밝혀져 은메달을 박탈당한 순다라얀 ↑AIS 의혹을 벗은 신디 크로포드(왼쪽)와 AIS로 밝혀져 은메달을 박탈당한 순다라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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