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44대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 시카고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와 두 딸, 그리고 아내 미셸 오바마.(왼쪽부터)
제 44대 미국 대통령에 선출된 버락 오바마 당선자가 한국말로 인사하는 동영상이 국내에서 화제다. 오바마의 유세 장면을 담은 이 동영상에서 질문자가 "나는 한국에서 왔다"(I came from South Korea)고 말하자 오바마는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답한다.
오바마 당선자가 한국을 찾은 적은 없다. 그러나 한국과는 다양한 인연을 맺고 있다. 미국 대선주자 가운데 처음으로 대선 캠프에 '한반도 정책팀'을 출범시켰고, 한국계 보좌관도 두고 있다. 조셉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 역시 대표적인 '지한파'로 분류된다.
다소 이색적인 인연도 있다. 그의 배다른 동생 조지 후세인 오바마가 2001년부터 2년 동안 한국에 거주한 것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현재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외곽지역 빈민가에 거주 중인 조지 오바마는 자신의 어머니 자엘과 사업차 2년 동안 한국에 머문 적이 있다.
↑버락 오바마 후보의 동생 조지 후세인 오바마를 보도한 기사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다른 멤버 나얼 역시 오바마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뉴욕 로그스페이스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희망'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한 것. 평소 흑인 음악에 대한 동경 때문에 흑인들의 삶을 화폭에 즐겨 담아온 나얼은 이 전시회에 3편의 작품을 출품했다.
미국 현지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한국계 배우이자 코미디언 마거릿 조와 오바마 당선자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마거릿 조는 오바마 당선자를 위해 적극적으로 유세를 벌여왔다. 2004년 민권연맹(ACLU) 인권상을 수상했던 그는 필라델피아 템플대학교에서 투표자 등록에 대해 강연을 했고, 오바마와 동성 결혼에 대해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오바마 당선자와의 줄대기를 노골적으로 강조하는 이들도 있다. 바로 앞으로 오바마 당선자가 이끄는 미국 행정부와 직접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여당과 청와대다.
하지만 여당 내에 오바마 당선자와 안면이 있는 의원조차 찾기 힘든 것이 현실. 진보 성향이 강한 미국 민주당과 보수를 지향하는 한나라당의 정치 지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박진 의원이 그나마 오바마 당선자와 연결고리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박 의원은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와 직접 만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바마 캠프의 프랭크 자누치 한반도팀장과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 재단 사무총장 등과도 알고 지내는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에서는 홍정욱 의원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홍 의원과 오바마 당선자가 '하버드 대학교 동문'이라는 사실 때문. 하지만 홍 의원은 하버드대학교 학부 출신이고, 오바마 당선자는 하버드 로스쿨 출신이다. 반면 홍 의원은 스탠포드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고, 오바마 당선자는 컬럼비아대학교에서 학사과정을 마쳤다. 사실상 동문이 아닌 홍 의원에게 기대를 걸 만큼 한나라당의 사정은 절박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연줄 찾기에 여념이 없다. 이 대통령은 5일 자신과 정치적 지향이 다른 오바마에 대해 "새로운 미국의 변화를 주창하는 오바마 당선자와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를 제기한 이명박 정부의 비전이 닮은 꼴"이라고 주장했다.
해외에서도 자신이 오바마 당선자와 심상치 않은 관계라고 선전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 언론. 오바마 당선자의 이복 남동생인 마크 은데산조가 2002년 이후 중국에서 거주하고 있기 때문. 오바마 당선자와 아버지가 다른 여동생 마야 소에토로 니그 역시 캐나다 국적의 화교와 결혼했다는 사실도 거론되고 있다.
남주재경망을 비롯한 중국 언론들은 은데산조와 오바마 당선자의 인연을 강조하며 "오바마와 중국의 관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중국 선전 지방에서 거주하고 있는 은데산조는 중국 현지 여성과 교제 중이며 조만간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오바마 당선자가 다녔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멘텡 초등학교 졸업생들도 인연 강조에 나섰다. 오바마 당선자와 함께 학교를 다녔던 데위 아스마라 오에토조 국회의원은 "학교 다닐 때부터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며 "오바마가 동창회에 참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미국 정치계에서 소수 중의 소수였다. 두터운 인맥의 벽을 뚫고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오른 오바마 당선자에게 한 나라의 대통령부터 초등학교 동창까지 끈닿기에 부심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