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근 SBS드라마국장 "잔치는 끝났다..1500만원도 못줄 형편"

문완식 기자  |  2008.11.06 17:48


"지금의 힘든 현실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더 나빠질 것이다. 지금 현실에서 어느 외주제작사 사장이 못 견뎌 자살했다고 해도 하나도 안 이상한 상황이다. 환경이 이런데 '난 5000만원 달라'고 하면 말이 되나?"


오는 7일 오후 경기도 일산 SBS 탄현제작센터에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 드라마국장들이 한데 모인다. 심각한 경제난과 더불어 악화된 드라마 제작환경을 놓고 방송PD들이 모여 비공개로 회의를 할 예정이다.

주된 논의 사항은 일부 연기자들의 고액 출연료에 제동을 거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를 앞두고 6일 오후 SBS 구본근 드라마국장을 만났다.


구본근 국장은 이번 모임의 성격에 대해 "사측과는 무관한 방송PD들의 자율적인 모임"이라며 "사전에 논의한 바는 없지만 출연료가 과도하다는 생각은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경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배우가 1억 혹은 10억을 받아도 좋다. 단, 그만큼 수익을 내주는 게 시장의 속성이다. 일본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출연 드라마를 비싸게 사주는 사람들은 그만큼 주겠다. 그게 아니라 매출이나 수익 발생이 없는 배우가 비슷하게 올려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시장경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자는 뜻이다."


항간에는 이번 모임에서 연기자들의 출연료를 회당 1500만원으로 제한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구 국장은 이를 부인했다.

"1500만원이라고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 솔직히 상황은 그 정도도 못 줄 형편이다."

구본근 국장은 현재 드라마 제작 환경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경제가 어려워 돈이 안돈다는 것이다. 돈이 안도니 드라마에까지 들어 올 돈이 없다.


"드라마제작에 있어 자본의 공급처는 한정돼 있다. 광고주를 통한 방송사, 간접광고주, 일본 사람들 그리고 외부자본(창업투자사, 통신자본, 부동산 시행사)이다. 이 중 부동산이나 통신자본으로부터 돈이 안 들어오고 있다. 그들은 이게(드라마제작) 산업이 될 수 있냐에 대해 회의적이다. 창투사는 돈을 빌려주긴 하는데 돈을 투자하지는 않고 있다."

구 국장의 말에 따르면 드라마제작환경은 경제난 때문에 사람들 상상 이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방송사는 광고수입이 가장 기본인데 이게 40% 미만으로 떨어졌다. 적자 보면서 할 수 없지 않나. 출연료가 높아져서 아침드라마는 8-12명 이상 못나온다. 앞으로 많은 출연자와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사극은 힘들다."

그는 이제 높은 시청률도 무의미하다고 했다. 시청률이 높아도 경제가 어려워 광고가 안 붙으니 수익이 안나다는 것이다.

"시청률? 떨어지는 거에 관심 없다. 아무리 시청률이 좋게 나와도 광고가 안 붙는데 무슨 소용있나. 그 동안에는 시청률이 나오면 돈을 벌 수 있는 구도였으나 이제는 광고 안 붙으면 수익을 낼 수 없다. 금요드라마는 100% 경제적인 이유에서 폐지된 것이다. 시청률이 18% 나오면 잘 나온 거라 생각한다. 근데 광고가 안 붙었다. 일일드라마 한 회를 만들면 3500만원 씩 손해 본다. 120부작이면 40억 가까이 손해 보는 셈이다. 힘들게 만들어 40억 손해 보는 것이다."

그럼 이러한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드라마제작비가 균형 있게 집행돼야 한다. 작가, 소품, 컴퓨터그래픽, 오픈세트 연기자, 스태프 등 골고루 투자돼야 좋은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근데 요즘 드라마 제작비는 편중되게 집행되고 있다. 과도한 제작비 투입이나 해외로케도 그만할 때가 됐다. 정신을 차릴 때가 됐다."

구본근 국장은 제작비 차원을 넘어 한국드라마가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TV나 영화 같은 한국의 콘텐츠 산업의 붕괴가 시작된 셈이다. TV를 국민들이 공짜로 보게 할 만한 기반이 무너진 것이다. 그간 한국드라마는 발전이 없었다. 질이 높아져야 한다. 완성도 있게 준비하고 시작해야 한다. 근데 아직까지 쪽지대본으로 드라마를 찍는다. 또 새로운 소재에 대한 끝없는 도전도 필요하다."

그는 정부와 드라마제작의 한 축이랄 수 있는 외주제작사에도 부탁했다.

"불법복제도 문제다. 그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이 이뤄져 콘텐츠 산업이 커야한다. 불법복제로 투자자나 제작자들이 이득을 못 얻어 선순환이 안 이뤄지고 있다. 외주드라마제작이 시작된 이후 11월 6일까지 살펴보자. 결국 '실패'였다. 지금처럼 하면 앞으로 더 실패한다. '무의미한 경쟁'이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이다. 절제와 자율규제와 건전한 상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획일적인 광고가격도 탄력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구본근 국장은 7일 모임의 논의결과는 비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모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번 모임을 시작으로 연기자나 작가 외주제작사 그리고 정부가 함께 모여 어려움을 이겨낼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결'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오바마가 '지금은 단결할 때'라고 말했다. 판을 일단 살려야 한다. 언제나 예측한 것보다 심각해져왔다. 이제 잔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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