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인기가요',KBS2TV '뮤직뱅크',MBC '쇼!음악중심'의 MC들(왼쪽부터) <사진출처=SBS,KBS,MBC>
2000년 초반만 하더라도 지상파의 주간 가요 프로그램 MC석은 각 방송사들이 연예 정보 프로그램의 진행자석과 함께 가장 공들여 뽑는 자리였다. 시청자들이 이 장르의 프로그램들에 쏟는 관심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야흐로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의 전성시대가 도래하며 가요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집중도도 이전보다 약해졌다. 그러나 방송계 및 가요계에서 가요 프로그램 MC는 아직껏 중요한 자리로 여겨지고 있다.
MC는 가요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이끌어 가는데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누구를 MC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해당 가요 프로그램의 성향도 대략 정해진다. 각 방송사들이 지금도 가요 프로그램 MC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이 와중에 최근 지상파 3사의 가요 프로그램들 사이에 이색 공통점 하나가 발견돼 눈길을 끈다.
주간 가요 프로그램 MC는 최근의 인기 가수들이 맡고 있는 반면, 심야 가요 프로그램은 비(非) 가수들이 진행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생방송되고 KBS 2TV '뮤직뱅크'의 MC는 여성그룹 쥬얼리의 서인영이 개그맨 유세윤과 함께 맡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대에 전파를 타는 MBC '쇼! 음악중심'은 인기 아이돌그룹 빅뱅의 대성과 승리 및 가수 솔비가 공동 진행하고 있다. 매일 일요일 오후 4시대에 시청자들과 만나는 SBS '인기가요'는 젝스키스 출신의 가수 은지원이 신인 연기자 허이재와 함께 MC를 보고 있다.
이렇듯 현재 지상파 3사의 주간 가요 프로그램들은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 및 요즘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가수들을 MC로 선택했다.
↑SBS '김정은의 초콜릿'의 진행자 김정은(오른쪽) <사진출처=SBS>
이에 비해 매주 수요일 밤 방송 중인 SBS 심야 가요 프로그램인 '김정은의 초콜릿'은 톱 연기자 김정은을 진행자로 기용하고 있다. MC 선택 면에서 주간 가요 프로그램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뒤를 이어 오는 21일 밤부터 새롭게 선보여질 KBS 2TV 심야 음악 프로그램 '이하나의 페퍼민트'(가제)도 가수가 아닌 연기자 이하나를 진행자로 낙점했다.
MBC가 이번 가을부터 새로 방송할 심야 음악 프로그램 '라라라'(가제) 역시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코너의 MC진인 김국진, 김구라, 윤종신, 신정환을 진행자로 발탁했다. 김국진과 김구라는 정통 개그맨 출신이다. 윤종신과 신정환도 본업은 가수지만 최근 몇 해 동안 가수 보다는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 및 패널리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는 점에서 '라라라' 또한 비(非) 가수들을 MC로 선정했다 할 수 있다.
지상파의 주간 가요 프로그램 및 심야 음악 프로그램 MC들은 과연 어떠한 기준으로 선정되기에 이 같은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주간 가요 프로그램들은 '친화도'에 초점을 맞춰 MC를 선정하는 경우가 잦다. 여기서 말하는 친화도에는 시청자들에 대한 친화도 뿐 아니라, 동료 가수들에 대한 친화도도 포함된다.
MBC '쇼! 음악중심'의 연출자인 정창영 PD는 10일 "주간 가요 프로그램의 경우 주 시청층이 젊은 층이기 때문에, 그들이 잘 알고 좋아하는 가수를 MC로 선택했을 때 시청자들의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친화도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정 PD는 이어 "출연 가수들의 경우에도 연기자 등 비(非) 가수들부터 소개를 받을 때보다는, 동종업계 가족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가수로부터 소개를 받게 될 때 안정감과 친숙함을 훨씬 더 느낀다"며 "이런 이유에서 가수들을 MC로 선택하고 있고 현재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심야 음악 프로그램은 그 특성 상 '편안함' 및 '실험성'에 비중을 두며 진행자를 선정한다.
SBS '김정은 초콜릿'의 성영준 PD는 "심야 음악 프로그램은 100% 노래만 들려주는 것이 아닌 토크의 성격도 띤, 이른바 '뮤직 토크쇼'인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사실에 기인, 음악 뿐 아니라 여러 방면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누구에게나 편안하고 밝게 다가설 수 있는 스타를 MC로 선택할 때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씨를 '초콜릿'의 MC로 발탁하는데도 이러한 점은 큰 영향을 미쳤는데, 현재 김정은씨의 진행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며 "가수가 아닌 다른 분야의 스타들이 심야 가요 프로그램의 MC를 맡을 시에는 어떤 장르의 가수들에도 열린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평가했다.
MBC '라라라'의 기획을 맡고 있는 여운혁 CP(책임 프로듀서)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가지 면에서 파격적인 실험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 CP는 이어 "프로그램의 이러한 기획 취지에 맞게 개성이 강한 김국진, 윤종신, 김구라, 신정환 등 '라디오스타' 4명을 진행자로 최종 결정했다"며 "4명의 MC들이 한 주에 한 명 씩 MC를 맡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각각의 MC가 진행을 할 때마다 음악 장르 역시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