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빈 "대중가요, 소통보다 '격'이 그렇게 중요한가?"(인터뷰)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2008.11.13 08:58
박현빈 ⓒ송희진 기자 songhj@ 박현빈 ⓒ송희진 기자 songhj@


“시장바닥에서도 나는 노래할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대중 가요계에 가장 도드라진 인기 행보를 구가하고 있는 가수 박현빈의 성장세는 놀라운 일이다. 그것이 어떤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대중의 환호는 인위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를 쫓아, 젊은 트로트 가수 주자들이 대거 등장했지만, 결국 우리의 귀에 까지 닿지 못하고 소멸된 현실은 그 길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스물여섯. 기성세대들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트로트 시장에서 세대교체론이라는 화두가 나올 만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박현빈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갈래지만, 오늘의 박현빈을 만든 것은 ‘품위’와 ‘격’이 아니라 새로운 것에 관한 ‘열정’이었다.


박현빈은 대중가요의 ‘격’을 말하기 이전에 노래의 역할론을 이렇게 역설했다.

“들려지고 불려 지지 않는 대중가요가 격을 따진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 말일까요?”


강태규=클래식을 전공한 성악도(추계예대 성악과)였지 않는가? 트로트 가수로서의 데뷔 과정부터가 심상치 않았을 것 같다.

박현빈=10년 동안 바이올린 공부를 했다. 그야말로 클래식을 전공해온 학생이었다. 갑자기 집안이 어려워 악기 구입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성악으로 전공을 바꾸고 성악가로의 꿈을 키웠다. 대학 1학년 때 휴학을 하고 군악대에 입대했는데, 그곳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줄곧 클래식 음악만 듣다가, 팝과 그룹사운드 음악을 만났고, 싫든 좋든 부르게 되었다. 묘한 매력이 있었다. 제대 후 데모 음악을 만들어 여러 기획사에 보냈는데 돌아온 답은 ‘성악도 아니고 가요도 아니고 목소리에 이상한 뽕끼(트로트장르의 묘한 소리느낌을 일컫는 속어)가 있다’였다. 어머니의 후원도 큰 몫을 했다. 아버지가 언더그라운드에서 그룹사운드로 활동한 가수였고, 어머니는 피아노를 치셨다. 어머니가 직접 작곡가 정의송씨를 소개해줬고 본격적인 트로트 음반을 만들면서, 지금의 기획사(인우기획/대표 홍익선)를 만났다. 소속사와 전면적인 음악 수정 작업을 했다. 그 동안 트로트하면 정형화된 애절한 가사와 멜로디로 각인된 것을 뒤엎고 싶었다. 당시에 그런 트로트 음악들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트로트 댄스는 젊은 층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던 것 같다.

강태규=성악가를 꿈꾸다가 트로트 가수가 되었다.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것에 후회가 없다고 했는데?


박현빈=데뷔를 앞두고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성악에서 트로트로 전향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트로트 가수로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나를 보는 시선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제 그 벽을 넘었으니, 또 다른 벽을 넘어야 할 것 같다.

강태규=그 벽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박현빈=트로트 장르를 통해 데뷔 이후 지금까지 많은 대중이 환호해 줬다. 정말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벽을 일단 넘어 선 것이다. 벽이란 스스로 만들어내는 일종의 목표 의식 같은 것이다. 그래서 안주하고 싶지 않는 열망이 있다. 그 열망은 벽을 넘는 일종의 도전이다.

강태규=데뷔 후 방송사에서 트로트 장르라는 이유로 동료 뮤지션들로부터 소외감을 느꼈다는 말을 들었다. 일종의 음악적 편견이라 생각이 들었는가?

박현빈=그렇지는 않다. 전혀 다른 장르에 생소한 젊은 트로트 가수가 나왔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 발라드이거나 댄스, 힙합음악을 하는 사이에 덩그러니 혼자 트로트 음악을 들고 나왔으니 편견보다는 생소했을 것이다. 트로트 음악은 ‘가요 무대’에 나가는 것으로 생각할 만 했으니 경쟁 장르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소외감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두려움은 있었다. 반응도 초기에는 싸늘했다. 갑자기 ‘오기’가 발동했다. 이 벽을 넘으면 새로운 분위기와 간극을 좁혀나갈 것으로 여겼다. 그 시간이 너무 짧아서 어쩌면 행복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없지 않는가.

강태규=20대 중반의 나이로 트로트 가수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일각에서는 성인 가요 세대 교체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책임감을 느끼는가?

박현빈=제가 그렇게까지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트로트 장르의 관심이 예전에 비해 보폭이 넓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쉽게 부르고 친숙해진 것은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는 책임감을 느낀다. 동시에 제 스스로도 진화하는 가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강태규=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지적되고 있는 문제도 있다. 특히, 가사가 너무 직설적이어서 격을 떨어뜨리고 있다든가, 음악성에 있어서 평가도 우호적이지는 않다.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현빈=그런 지적도 들었다. 인정하는 부분도 있다. 데뷔와 동시에 작품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낸다면 정말 행복한 일일 것이다. 나는 그 중 대중성을 획득했다. 그것을 기점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다만, 대중가요에서의 ‘격’ 이라는 기준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모호하고 위험한 발상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든다. 대중의 감성이 획일적이 않지 않느냐. 내 음악이 모든 사람을 충족시킬 수 없다. 어떤 사람은 너무 좋아서 늘 따라 부른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이게 무슨 노래냐 할 수도 있다. 그것은 내 음악뿐만 아니라, 많은 음악들이 그런 문제에 놓여 있지 않는가? 들려지지 않고, 불려 지지 않는 노래에 ‘격’을 말한다는 게 온전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한 문제는 문학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읽혀지지 않고 팔리지 않는 소설이 문학적으로 수작으로 평가받는 것은 오히려 이율배반적인 것이다.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냐. 저를 좋아하는 팬들을 중심으로 영역을 조금씩 넓혀 나갈 생각이다. 그것이 더욱 팽창해진다면 그런 문제도 언젠가는 극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태규=그동안 스캔들과 루머가 없었다. 자기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박현빈=무대에 서는 일 이외에는 외출을 자제하는 편이다. 조그마한 일에도 부풀려지는 것이 연예인의 일상이다. 불편하지만, 그것도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다 받아 들여야 할 의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집에서 작곡 공부도 하고 있다. 시간가는 줄 모른다. 조만간 직접 만든 노래를 팬들에게 들려주게 될 것 같다.

강태규=트로트의 영역을 더 넓히고 개척했다는 평가는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박현빈의 인기 실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박현빈=‘새로움’과 ‘열정’이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댄스풍의 트로트 노래로 어디서든 노래 부르기를 주저 않았던 열정이 오늘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트로트 장르가 우리의 정서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오늘을 사는 보통 사람들에게 큰 의미 부여는 아니더라도 기분 좋게 웃을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가락이 있다는 것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든다. 여기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 앞으로도 달릴 것이다.

강태규=박현빈의 미래와 변화는 무엇으로 요약될 수 있나?

박현빈=나는 시장 바닥에서도 노래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잊지 않고 있다. ‘격’도 중요하지만, ‘소통’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랑도 많이 받고 있다. 이것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음악적 변화를 끊임없이 꿈꾸고 있다. 그간의 음악이 박현빈의 신나는 ‘흥’이었다면, 속살을 에는 ‘감성’이 그 다음에 보여 질 그림이 될 것이다. 나의 또 다른 진국을 뚝배기에 담아내고 싶다.

<강태규 /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전문계간지 쿨투라 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이번 인터뷰는 문화전문계간지 쿨투라 '겨울호'에 실리는 인터뷰 원고를 스타뉴스를 통해 미리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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