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MBC '베토벤 바이러스'(극본 홍진아 홍자람·연출 이재규)가 종영했다. 클래식이란 새로운 소재를 탄탄한 구성과 연기로 풀어낸 '베토벤 바이러스'는 '명품 드라마'란 칭호가 결코 아깝지 않다. 강마에 역 김명민의 신들린 듯한 연기, 클래식을 중심으로 한 보통 사람들의 꿈과 희망, 곳곳에 울려퍼지는 아름다운 선율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그런데 '베토벤 바이러스'의 마지막회를 두고 칭송 일색이던 네티즌의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낚시 드라마', '용두사미 드라마'란 악평이 줄을 잇고, 실망스러웠다는 소감이 게시판에 줄줄이 올라왔다.
논란의 가장 큰 핵심은 '열린 결말'이다. 해피엔딩이면 해피엔딩, 새드엔딩이면 새드엔딩 결론을 짓지 않고 주인공들의 미래를 시청자들의 상상에 맡겨 둔 열린 결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열린 결말은 이전에도 많았다. 왜 '베토벤 바이러스'의 열린 결말에만 유독 불만이 쏟아질까?
'베토벤 바이러스' 마지막 18회는 뮌헨필의 러브콜을 받고 독일에 가려던 강마에가 해체 위기의 석란시향과 마우스필의 마지막 공연 지휘를 맡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4악장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애견 토벤이를 데리고 지하도를 걸어가는 강마에의 뒷모습으로 드라마는 끝났다.
결론을 지은 것은 없었다. 석란시향이며 마우스필의 미래도, 고맙다는 말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강마에와 두루미의 앞날도. 다만 갑용 할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은 이든과 아내가 되사온 콘트라베이스를 다시 안은 정수기회사 직원 갑용이 그 이후에도 음악을 계속할 것이라는 것, 루미는 강마에가 준 반지를 낀 채 작곡 공부를 계속할 것이라는 것 정도를 시청자들은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다.
시청자들의 불만은 "'베토벤 바이러스'까지 열린 결말을 짓다니"로 요약된다.
'열린 결말'은 요즘 드라마의 대세나 다름없다. 최근 '신의 저울' '태양의 여자' '일지매' '이산' '내 남자의 여자' 등 다수의 드라마가 연이어 열린 결말을 택한 바 있다. 열린 결말은 시청자들에게 상상과 해석의 여지를 맡기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자체가 식상해질 지경이 됐다. 드라마의 전형성을 빗겨가는 선택으로 늘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기대감을 맛보게 했던 '베토벤 바이러스'가 너무도 쉬운 선택으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무너뜨렸다는 것이 실망감의 요지다.
다소 암울한 결말에 대한 실망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도 다수다. 먹고 사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클래식이라는 꿈으로 삶의 희망과 활력을 얻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많은 시청자들을 매혹시켰다. 그러나 좌절을 거듭하면서도 꿈을 잃지 않았던 이들이 결국 현실에 내던져진 상태로 극이 결말을 맞았다. 시청자들은 "그렇게 응원을 했는데, 허무하다", "1년 후 5년 후 변화라도 한 번 보여주지"라며 어깨를 늘어뜨렸다.
인터넷을 떠돌던 '베토벤 바이러스'의 초기 시놉시스의 결말 역시 같은 이유로 팬들을 실망시켰다. 당시 시놉시스는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힌 단원들의 이전의 삶으로 씁쓸하게 돌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너무 절망적"이라고 입을 모은 바 있다.
그러나 '베토벤 바이러스'의 열린 결말을 응원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베토벤 바이러스'가 오히려 어설프게 행복과 성공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담담한 작별 인사, 오래 남을 여운을 새롭게 지켜 본 이들도 많았다.
그간 '베토벤 바이러스'는 쉽게 성공이나 행복을 이야기하지 않으면서도 꿈을 놓지 않는 탄탄한 구성으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그 속에는 현실의 무게와 장애가 짖게 깔려 있었다. 치매 증세의 갑용은 끝내 회복되지 않는다. 달려간 예술홀에서 마우스필 단원들은 끝내 공연을 하지 못한다. 야심차게 사표를 던지고 시향 단원이 됐던 갑용은 결국 돈 때문에 정수기 회사에 다시 취직한다.
그런 좌절의 과정이나 비극에 가까웠던 시놉시스상의 결론에 비해, '베토벤 바이러스' 마지막회의 이야기는 훨씬 희망적이다. 적어도 '베토벤 바이러스'의 모든 사람들이 클래식이란 꿈을 놓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열정으로만 뭉쳤던 보통 사람들이 세계 정상급 지휘자와 함께 오케스트라를 이룬다는 판타지와, 먹고 살아야 하는 평범하지만 잔혹한 현실이 화음을 이룬다. 제작진은 그 사이에서 어떤 결론도 짓지 않은 채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메시지만을 전했다. '베토벤 바이러스'마저도 모든 드라마의 전형을 뒤엎는다는 판타지와, 어떤 식으로든 시청자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드라마의 벽이라는 현실 사이에 어느 지점에서 대단원을 맞이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