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원더걸스,빅뱅(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명근 기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올 해의 첫 연말 가요 시상식인 '2008 Mnet KM 뮤직페스티벌'(이하 '2008 MKMF')는 우려했던 대로 아이돌만의 잔치로 끝났다. 더 이상의 '감동'도, 무대에 오르는 것만으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오랜 경력의 '거장'도 없었다.
15일 오후 장장 4시간여에 걸쳐 열린 '2008 MKMF'는 올 해의 첫 연말 가요 시상식이었다. 사실상 방송사가 주최하는 유일한 연말 가요 시상식이란 점에서 개최 전부터 가요 관계자들 및 팬들의 지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지난해 지상파 3사는 연말 가요 시상식을 포기한 바 있다. 특히 'MKMF'는 올 해로 10회를 맞이했기에 이번 시상식에 거는 주위의 기대는 남달랐다.
하지만 주요 상을 받은 팀은 대부분 아이돌그룹이었다. 동방신기, 빅뱅, 원더걸스가 3개의 대상인 '올해의 앨범상', '올해의 가수상', '올해의 노래상'을 나눠 가졌다. 나아가 동방신기는 총 5관왕, 빅백은 4관왕, 원더걸스는 3관왕에까지 올랐다.
특별 공연에도 동방신기, 빅뱅, 원더걸스는 빠지지 않았다.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국에 4시간여에 걸쳐 생방송된 대규모 시상식이 아닌, 마치 지상파 3사의 주말 오후 가요 프로그램을 보는 느낌까지 갖게 했다.
올 가요계에서 아이돌그룹의 활약이 두드러졌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2008년은 가요계의 거장들에도 의미 있는 한 해다. 패티김이 50주년을, 조용필이 40주년을, 인순이가 30주년을, 신해철이 20주년을 각각 맞았다.
하지만 이들의 참석은 고사하고 그 어느 부분에서도 거장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남자 가수상'과 '작사상' 수상자로 각각 선정된 싱어송라이터 서태지와 김동률 등 실력파 가수들도 '2008 MKMF'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산울림'의 김창완이 에픽하이와 특별공연을 펼치고, 20주년의 봄여름가을겨울이 시상자로 등장한 게 '거장'에 목마른 가요팬들엔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거장들에 대한 섭외가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2008 MKMF' 주최 측이 아이돌그룹에 쏟았던 신경을 오랜 경력의 가수들에까지 넓혔다면, 보다 다양한 영상과 무대가 마련됐을 것이다. 올 시상식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 중 하나다.
'2008 MKMF'는 인기 아이돌 그룹에 최고상도 사이좋게 나눠 갖게 했다. 그렇기에 '2008 MKMF'의 '3개의 대상'에 감동한 것은 수상자들과 그들의 소속사 관계자들, 그리고 해당 그룹의 팬 및 주최 측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MKMF 측은 외국의 대중가요 시상식처럼 상을 다양화했고 장르별로 시상했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초부터 '올해의 가수상', '올해의 노래상', '올해의 앨범상'을 '3개의 대상'이라 명명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냥 다른 상처럼, 이름 그대도 '올해의 가수상', '올해의 노래상', '올해의 앨범상'을 줬으면 됐다.
아이돌그룹이 한국 대중가요계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을 MKMF 측이 이번 기회를 통해 인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