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종영한 KBS '대왕세종' <사진출처=KBS>
"세종, 당신은 우리의 오래된 미래입니다"
KBS 대하드라마 '대왕세종'이 16일 한글 창제 선포라는 역사의 현장을 그리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월 4일 시작, 방송 10개월 여 방송 끝에 마지막을 맞은 것이다.
보통 드라마는 최종회를 맞으면 방송 초반부터 '모두가 행복합니다'라는 메시지 혹은 아예 '모두가 불행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양극의 분명한 구도를 보인다. 열린 결말로 결과를 시청자의 상상에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왕세종' 같은 사극의 경우는 명확한 결론 속에 끝을 맺는다.
그러나 '대왕세종'은 이날 '오늘이 종영 맞나'하는 의혹이 들만큼 정리되지 않은 갈등 속에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 최만리 등은 사직 상소까지 불사하며 끝까지 훈민정음의 창제와 반포에 반대하는 모습으로 막판 갈등에 불을 붙였다. 세종도 평소와 달리 강경히 맞서며 "이제 진짜 싸움에 돌입할 때인가 보다"며 최종회 같지 않은 발언을 했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극의 긴장감은 줄기보다 더해졌다. 세종은 명나라에 "조선의 문자 반포를 막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끝까지 맞설 것이다"라며 "분명히 알아두시오. 우리 조선이 무너지면 명국도 무사치는 않을 것입니다"라고 엄포를 놓았다. 명나라도 이에 맞서 세종 암살 계획에 돌입하며 그간 잔잔하게 진행됐던 무난한 극 진행의 아쉬움을 털기라도 하듯 극으로 치닫는 갈등을 보였다.
'대왕세종' 역시 마지막이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끝까지 고집을 굽히지 않았던 최만리처럼 갈등은 계속됐지만 그가 세종을 이해했듯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으로 아쉬운 끝을 향해 달렸다. 훌쩍 시간을 뛰어넘어 중전이 승하한 미래를 그려내는 시간차로 시청자를 당황하게 하기도 했지만 결국 하나 됨 속에 조화로운 마지막을 맞음에 그저 그 끝을 받아들이게 했다.
'대왕세종'은 제작진이 방송에 앞서 예고한 대로 방송 끝까지 세종의 업적을 화려함보다 그의 인간적 고뇌들을 그리는데 더 집중했다. '대왕세종'은 대중이 아는 역사 속 잔잔한 태평성대의 모습을 깨고 당시의 시간을 색다르게 재현하는 한편 한글과 함께 시작과 끝을 맺으며 극의 의미를 더했다.
'대왕세종'은 멈추지 않는 역사처럼 "세종, 당신은 우리의 오래된 미래입니다"는 말로 시작이되 끝이 아닌 마지막을 그려냈다. '대왕세종'은 방송 중 1TV에서 2TV로 방영 채널이 변경되고 종영을 앞두고 표절 논란에 휩싸이기도 하는 등 순탄치만은 않은 시간을 보냈지만 '대왕세종'의 10개월이 남긴 의미는 부진한 시청률도 상업성 논란도 잠재우기 충분했다.
방송 이후 시청자는 "역사의식과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드라마였다", "드라마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사극의 무게 같지 않은 다가가기 쉬운 드라마였다"며 "이렇게 끝난다니 너무 아쉽다"고 밝혔다.
다른 시청자는 "드라마를 통해 아무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쓰는 한글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 깨닫게 됐다", "세종대왕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대왕세종'의 후속으로 준비되던 '천추태후'는 KBS의 가을개편과 함께 첫 방송이 2009년 1월로 연기됐다.
'대왕세종'은 대하드라마에 시즌제를 도입과 함께 '천추태후'가 '대하드라마'라는 타이틀에서 '특별 기획 대하드라마'로 명칭을 변경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사실상 KBS 정통 대하사극의 명맥을 잇는 마지막 대하드라마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