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가 결정된 KBS 2TV 일일극, MBC 주말특별기획, SBS 금요드라마 ⓒ송희진 기자, 임성균 기자
한국 방송 드라마 PD협회가 방송 드라마 환경 위기 속 대책 마련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한국방송드라마PD협회(회장 이은규 전 MBC 드라마 국장)는 24일 오후 12시 서울 여의도 KBS 별관 근처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드라마 위기'라고는 했지만 그동안 누적돼 오던 게 있어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며 "상황이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고 다급하다고 판단됐다. 뼈를 깎는 자기반성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은규 회장은 이날 "현재의 '드라마 위기'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드러난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2005년 '대장금' 등이 인기를 모으며 한류붐이 본격화된 때부터 시작됐다"며 "기업의 결산이 3년 터울이라 그 사이의 문제가 이제 드러난 것으로 본다"고 현실을 전했다.
이은규 회장은 "2005년 한류 붐을 로또로 착각한 일부 천박한 장사꾼들과 운용중인 케이블 채널, 준비 중인 IPTV에 필요한 콘텐츠 확보에 혈안이 된 몇몇 대자본들이 편향된 외주 정책에 편승, 아시아 시장을 포함해도 크다고 할 수 없는 드라마 시장에 엄청난 돈 폭탄을 퍼부어 시스템 전체를 괴멸적으로 왜곡시켰다"며 "그 결과 드라마가 수탈적 소모전으로 전락했다"고 탄복했다.
이은규 회장은 "현재 1년에 다해서 60여 개의 드라마가 제작된다. 외주로 이름 걸고 있는 곳이 100여 곳이고 그중 스타PD들이 나가 이름을 걸고 있는 곳이 26개사다. 유명 외주사가 각각 2편씩만 해도 자체 제작은 거의 없다. 외주사를 통해 다양성과 퀄리티를 추구했지만 경쟁이 심해지며 방송사도 무한경쟁에 빠져들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005년 1월 1일 기준으로 방송 3사 평균 외주비율이 40여%였는데 그 이후로 매년 10% 정도씩 상승했다. 드라마 방송 시간은 늘었다고 하지만 대신 작품수가 줄었다. 과거 다양한 드라마들이 채웠던 방송 시간이 이제는 드라마 하나가 과거 드라마 4-5개의 돈을 다 가져가며 긴 방송 시간으로 다양한 작품이 방송됐던 시간을 메우고 있다"며 "드라마를 더 없애자고 하는데 없애는 게 장땡이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 더 줄인다고 해서 그게 나아지겠냐"고 말했다.
이은규 회장은 또 "돈 없으면 싸게 만들어서 싸게 방송하고 나아지길 기다리면 되지 않느냐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좀 더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며 "'대장금' 회당 제작비가 1억 3000만원 정도였는데 '주몽'이 2억 6000~2억 7000만원이다. 3년 만에 딱 100% 인상이 된 것이다. 미니시리즈는 약 70~80%, 적게 잡으면 50~60%가 올랐다. 방송사에 청구하지 않은 금액을 포함하면 이쪽도 100%는 오른 것이다. 연속극만 30~40%가 올랐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출연료가 제작비 상승의 모든 이유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2배로 오른 제작비 중 70~80%는 출연료다. 전도연이 '프라하의 연인'으로 1500만 원을 받았는데 몇 년 사이 배용준이 '태왕사신기'로 2억원을 받았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만 해도 권상우가 7000만 원에 부대조건까지 따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배우에 의존한 한류로 인한 경우가 많다. 한류로만 1년에 2개 정도가 터지면 배우에게 얼마를 줘도 평균적으로 이득이 남는다. 게다가 외주사 중 자사가 배우를 보유한 곳이 반이 넘는다. 배우에게 수많은 돈을 줘도 손해될 것은 없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은규 회장은 "지난 10여 년 사이에 대한민국 드라마가 거의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간 외주정책이 잘못 운영됐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외주로 상업화가 시작되며 안에서 싸게 만들던 관행이 다 없어지고 비싸게 만들게 됐다. 이에 따라 제작비가 다 외부로만 빠져나가 내부적으로는 다 싸게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방송사의 이익도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봤자 10%도 안 되는 수익이다. 광고 외의 수익이 올라가는데도 불구하고 전체 수익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해외 수익이 는다고 해도 전체 제작비로 따지면 10%도 안 된다. 제작비가 100%가 넘게 늘었는데 수익이 는다고 해도 주인공 한 사람 정도의 개런티 정도 밖에 커버가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불경기에 무너졌던 드라마가 경기가 회복돼도 일어나지 못하고 더 무너질 수도 있겠다 싶어 다급하다고 판단하게 됐다"며 "서로 간에 상황 인식과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한국방송드라마PD협회의 이강현 KBS 간사, 이창섭 MBC 간사, 김영섭 SBS 간사 등 방송 3사 임원진 및 방송 출입 기자진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한류붐과 지상파 방송 3사 출연 배우 출연료 상한선 문제, 외주제작사 관련 문제, 드라마 편성 72분 이내 방영 문제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한편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