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홍은희 ⓒ송희진 기자
그녀는 결혼을 하고, 어머니가 되고, 나이를 먹으며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 같다. 탤런트 홍은희다. 1998년 MBC공채탤런트로 데뷔한 그녀는 올해로 연기 경력 10년이 됐고, 나이 서른을 앞두고 있으며, 곧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된다.
올해 홍은희는 두가지 모습으로 존재감을 분명히 했다. 종영을 앞둔 MBC 아침드라마 '흔들리지마'에서 그녀는 악녀였다. 집착과도 같은 사랑에 의붓동생을 짓밟고 거짓말과 술수를 일삼는 수현은 악녀가 넘치는 최근 드라마에서도 보기가 드문 인물이었지만 시청자들은 높은 시청률로 화답했다.
반면 MBC드라마넷 '삼색녀 토크쇼'나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홍은희는 발랄하고 담백한 20대 유부녀다. 깍쟁이 같은 외모와는 달리 거침없고 솔직한 모습에 그녀에 대한 호감도가 날로 상승 중이다.
8개월만에 드라마 촬영을 마친 홍은희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임신 5개월인 그녀는 배가 조금 불렀을 뿐 변함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삶과 연기를 사랑하는 젊은 아내, 젊은 어머니, 매력적인 배우 홍은희와의 일문일답을 옮겨 적는다.
-'흔들리지마'가 종영을 앞뒀다.
▶마지막 촬영이 너무 힘들었다. 슬퍼서 많이 울었다. 수현이랑 헤어져야 해서 많이 울었다. 그 캐릭터를 굉장히 좋아했다. 수현이라는 가상의 인물이 곁에 있는 것 같다. 이번 주 내내 아침마다 드라마를 보며 또 운다. 오빠(유준상)는 만날 그 시간에 TV 켠다고 뭐라고 한다.(웃음)
탤런트 홍은희 ⓒ송희진 기자
-임신 5개월이지 않나. 악녀 연기 때문에 태교에 안좋을까 걱정이 다 되더라.
▶녹화장에 가면 확 연기에 빠지지만 집에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뀐다. 물론 준비야 하지만 편안하게 있다가 순간 몰입하는 그런 데서 오는 재미가 있다. 막 싫었다면 아기에게도 안 좋을 텐데 굉장히 재미있게 찍었다. 촬영장에서도 배려를 많이 받았다. 오히려 죄송했을 정도다.
-수현이는 악녀들이 넘쳐나는 요즘 드라마에서도 보기드문 악녀다.
▶참 독했다. 던지고 부수고 폭발하는 게 좀 많나. 그것도 하다보니 다 는다. 예전엔 '어머 이거 깨지면 어떡해요' 그랬는데, 이젠 테이블 하나 쓸어버리는 건 일도 아니다.(웃음)
아침 드라마 치고 참 자극적이었다. 만드는 사람들도 '아침이 기분 좋아야 하는데 이걸 볼까' 생각했으니까. 매일 거짓말에 미궁으로 빠지곤 하는데도 시청률이 잘 나와 감사드린다. 다만 인간 홍은희를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거기선 극중 인물 이수현이었다.(웃음)
-첫 악역 연기였는데 어땠나.
▶우리 아들(동우 군)이 나중엔 드라마를 아예 안보더라. '엄마 왜 화만 내요?' '왜 문을 쾅 닫아요?' 그러는 걸 보면서 애가 크기 전까지는 악역을 하지 말아야지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건 그때 생각이고 확실히 매력이 있더라. 제대로 된 멋진 악역이 있다면 또 하고 싶다. 예전엔 주인공 괴롭히는 게 악역이었다면 요즘은 악역 자체도 주인공이 될 수 있지 않나. 실제로도 나한테 없었던 모습을 보면서 새롭고 즐겁기도 했다. 보는 사람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남편 유준상씨는 뭐라고 하나?
▶별 말 안한다. 주변에서 집에서도 그러냐고 힘들겠다고 그런다더라. '사람들이 나 불쌍하대' 그러면 내가 '그럼 어떻게 더 잘해줘' 그런다. 물론 가끔은 수현이 같을 때도 있다. 싸울 때도 있지 않나.(웃음)
탤런트 홍은희 ⓒ송희진 기자
-처음 결혼 소식이 알려졌을 땐 젊고 유망한 탤런트가 왜 이렇게 빨리 결혼하나 생각도 들더라. 지금은 그래서 더 예뻐 보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지만.
▶저도 결혼을 잘 한 것 같다. '왜 이렇게 빨리 결혼하냐'는 얘기를 왜 안들었겠나. 후회할 거라고 말리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원래 내가 맞는 게 맞는 거고, 아니라 해도 내 선택이니 후회하지 말자는 주의다.
당시 결혼하고 나니 더이상 처녀 역할을 맡을 수가 없었다. 캐스팅에서 제외된 적도 있다. 섭섭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지금 보면 다 순간이다. 길게 생각하면 결국 플러스였다. 해가 거듭될 수록 더 좋아졌다. 앞으로 더 그럴 것이다.
내가 평생 제일 잘 한 건 동우를 낳은 거다. 동우가 정말 많은 걸 줬다. 남편을 만났으니 동우가 있는 거 아닌가. 연기를 사랑하지만 내 삶이 참 소중하다. 주부로 엄마로 살아가는 게 너무 재미있고 행복하다. 물론 힘도 든다. 밤에는 그냥 곯아떨어진다.
-토크쇼 MC도 맡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약이 대단하다.
▶이제야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시기가 온 것 같다. 물론 모두 실제 모습이지만 카메라 앞에선 조바심 두려움이 있었다. 친구들이 '너는 TV 나오면 왜이렇게 정이 안 가니' 했을 정도다. 요즘 들어서야 '이젠 니 모습이 나온다'더라. 나도 인정한다. 예전엔 인터뷰에서도 형식적인 대답을 했던 것 같고, 그게 맞는 줄 알았다. 하지만 가식적인 거, 매력없지 않나. 결혼하고 어머니가 되니까 변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요즘 아줌마 예능인이 대세다.
▶늘 젊은 트렌드만 보여졌는데 아줌마들이 중심이 된 자리가 요즘 늘었다. 사실 TV를 보는 연령은 다양한데 10대 20대만 타깃이라니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금씩 맞춰져가는 것 같다.
나는 예능보다는 연기가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연기 이외에 이면을 보여줄 필요는 있는 것 같다. '놀러와'하고 '해피투게더' 딱 두개를 나갔는데 내가 검색어 1위를 하더라. '사우나 토크 잘봤어요' 사람들이 그러는데, 드라마 잘 봤다는 말은 언제 들었나 싶었다. 연기자들이 리얼한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없지 않나.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나보다.
느낌이 좋으면 예능도 잠깐 할 수는 있지만 병행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연기가 훨씬 재미있다. 버라이어티는 어렵다. 옆에 선수들이 계셔서 그랬지 많이 떨렸다.
-'흔들리지마' 이후엔 출산 준비에 전념하는 건가? 바람이 있다면?
▶그렇다. 12월에는 '삼색녀 토크쇼'에서 하차할 생각이다. '흔들리지마'도 200회까지 하자는 얘기도 있었는데 임신을 해서…. 아쉬움도 크고 보람도 크다.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봐주신 시청자들에게 감사드린다. 마지막회 방송이 나가는 순간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허탈할 것 같다. 좋은 작품을 이끌어가고 싶은 욕심이 커진다. 집에서도 윈 하고 싶고 밖에서도 윈 하고 싶다.
-욕심쟁이 같다.
▶욕심쟁이 우후훗!(웃음)